‘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표현이 있다. 성동일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딱 이런 느낌이 든다. 소위 꼰대 캐릭터도 성동일이 연기하면 정감이 가는 인물로 변신한다. 드라마 제작발표회나 영화 시사회 자리에서 스스로 “연기를 열심히 안 한다”고 말하지만 기복 없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받는 배우 중 한 사람이다.
연이은 드라마와 영화 출연에도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는 배우는 성동일이 유일하지 않을까. 최근 이런 성동일에게 대세 타이틀이 달렸다. 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영화 ‘탐정: 리턴즈’가 나란히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기 때문. 하지만 성동일에게 전성기가 왔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분명 스크린 주류를 대체할 수 있을 내공이 성동일에게 있기 때문. 빨간양말에서 국민아버지가 되기까지 성동일이 걸어온 길을 살펴봤다.
▶ 빨간양말에서 추노꾼 천지호로 ‘눈부신 변신’
1991년 SBS 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는 1998년 드라마 ‘은실이’의 빨간양말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노선’을 정한 것처럼 왁자지껄한 코믹 감초배우 느낌이 강한 캐릭터로 밀고(?) 나가는 듯했다.
젊은 세대에게 생소하기만 하던 성동일의 이름을 각인시킨 작품은 바로 2010년 ‘추노’였다. 누런 이를 드러내고 익살스럽게 웃다가도 표독스러운 추노꾼으로 변신하는 천지호는 보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 ‘개딸아빠’ 서민 아버지의 명과 암을 전하는 배우
성동일의 연기인생에 정점을 찍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2012년 안방을 찾아왔다. ‘개딸아빠’라는 수식을 선물한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성동일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국민배우로 거듭났다. 딸로 출연한 정은지, 고아라, 류혜영, 혜리와의 케미는 물론 서민적인 아버지의 이미지를 굳히며 대체불가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응답하라’는 벌써 세 시즌을 거쳐온 만큼 성동일에게 많은 선물을 한 작품이기도 하다. 성동일은 ‘응답하라’에서 앞뒤 꽉 막힌 우리네 아버지를 연기하는 동시에 가장의 짙은 페이소스를 전달하며 웃음과 눈물 모두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 근엄한 준이아빠의 성장기 ‘아빠! 어디가?’
배우로서의 성동일도 친근하지만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그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데 톡톡히 한 몫을 했다. 맏아들 준이와 함께 출연한 MBC ‘아빠! 어디가?’가 바로 그 주인공. 성동일은 늦둥이 아들 준이를 데리고 전국을 누비며 아직은 서투른 ‘아빠 성장기’를 보여줬다.
투박한 성격의 성동일이 여린 아들 준이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시즌2에서 천방지축 딸 빈이를 엄하게 다그치는 모습 역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성동일 또래 아빠들의 특징. 마냥 다정하고 좋은 아빠가 아닌 성장해나가는 아빠 성동일이 그의 호감지수를 높여줬다.
▶ 연기의 확장성을 보여준 노희경 드라마
“노희경 작가 작품은 토씨 하나 바꿀 수가 없다”. 성동일이 말한 노희경 작가 작품의 특징이다. 어조와 억양에 따라 내포하는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아무리 ‘애드리브의 귀재’가 와도 이를 어기기 힘들다는 것. 하지만 성동일은 ‘괜찮아, 사랑이야’를 시작으로 ‘디어 마이 프렌즈’, ‘라이브(Live)’에서 잇따라 노희경 작가와 함께 작품에 임했다.
성동일이 노희경 작가의 작품에 출연해 얻은 최고의 수혜는 바로 다양한 캐릭터. 기존의 드라마에서 ‘아버지’의 이미지가 강했던 성동일은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정신과 전문의, ‘디어 마이프 프렌즈’에서 재력가를 구슬려 작품을 파는 예술가, ‘라이브(Live)’에서는 지구대장을 연기했다.
▶ 시리즈물이 사랑하는 배우
시리즈물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연속성이다. 분리된 에피소드를 전달하지만 시리즈의 명맥을 잇기 위해서는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한다. 쉽게 흥행이나 주변 반응에 휘둘리는 배우라면 이를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성동일은 시리즈물에 적합한 배우다.
성동일은 전체의 흐름을 읽어내는 영민함이 있다. ‘탐정: 리턴즈’ 인터뷰 당시 그는 “나이 드는 게 보여야 자연스러운 거죠. 계속 제 캐릭터를 바꿔버리면 성동일이라는 배우를 쓰지도 않을 걸요?”라고 말했다. 개인적인 연기 욕심보다 작품을 위해 일조하는 성동일의 마음가짐이 제작자나 연출자 입장에서 계속해 그와 작업하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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