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 두 여성 변호사 캐릭터와 이를 연기하는 여배우가 여름 폭염 만큼이나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ENA채널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박은빈과 SBS 금토드라마 '왜 오수재인가' 서현진이 그 주인공이다.

제목에 이름을 박아넣을 만큼 두 법정드라마는 특별한 여성 캐릭터 서사 위주로 진행된다. 공교롭게 두 여주인공은 사회적 편견에 맞서 성취를 이룬 여성상을 웅변한다. 우영우는 자폐 스텍트럼을, 오수재는 '고졸 출신'이란 허들을 힘겹게 뛰어넘고 전장과 같은 대형 로펌에서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두 드라마나 캐릭터의 결은 사뭇 다르다. "빌런 없는 무해한 드라마"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는 미혼부 슬하에서 엄마의 부재와 교내 '왕따'의 아픔을 겪으며 자랐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우영우가 로펌 한바다에서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하며 의뢰인에 찐 공감하는 '진정한 변호사'로 성장하는 휴먼 스토리에 방점을 찍는다.

반면 '왜 오수재인가'는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야만이 판치는 대형 로펌의 민낯에 한발자국 더 다가간다. 정재계 빌런 카르텔부터 복수, 살인, 혼외자, 출생의 비밀 등 자극적인 막장 요소가 곳곳해 포진했다. 서현진은 생존을 위해 독선과 야망의 처세술을 탑재한 TK로펌 스타변호사 오수재를 연기하고 있다.

두 드라마는 타이틀롤을 맡은 여주가 작품을 멱살 잡고 끌고가야 하는 숙명을 지녔다. 그만큼 캐릭터를 내면화하는 연기력과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하다. 박은빈과 서현진은 '귀에 때려박는' 정확한 딕션과 섬세한 디테일 묘사로 정평이 난 배우들이다.

이번 작품에선 과몰입 유발 열연으로 드라마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은 것은 물론, 복잡다단한 캐릭터의 서사를 촘촘하게 쌓아올리며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스토브리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연모’ 등 연타석 흥행 홈런에 성공한 박은빈은 우영우란 인물을 사랑스럽게 표현하면서도 법정이라는 공간이나 주요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에서 일반인과 다른 시선을 유려하게 표현해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길어올린다. 특히 목소리톤부터 손짓, 걸음걸이, 눈빛이나 시선처리 등 '디테일 끝판왕' 진면목을 보여준다.

‘믿보배’ 서현진의 시간순삭 매직은 이번에도 통했다. 서현진은 우아한 비주얼과 냉철한 카리스마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정경유착의 설거지 전담 법 기술자를 자임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기 서린 오수재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차가운 표정과 날카로운 말투, 권력에 주눅들지 않는 여유로운 제스처까지 서현진 만의 ‘매운맛’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며 캐릭터의 치명적인 매력을 배가시켰다. 혼자 눈물을 쏟아낼지언정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더 단단하게 맞서는 매서움의 간극을 서현진만의 세밀한 묘사로 표현해 감탄을 자아낸다.

'자폐 스펙트럼 여성 변호사' 우영우는 일반의 세계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느라, ‘고졸 출신 여성 변호사’ 오수재는 법조 엘리트의 남성 중심적 위계질서에 짓눌리느라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각자의 지향은 다를지언정)직업인으로서 치열하게 커리어를 쌓아올렸다. 이는 아역배우 출신 박은빈과 걸그룹 출신 서현진의 궤적과도 포개져 감흥을 더한다.

사진=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SBS '왜 오수재인가'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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