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슬퍼하는 사이, 일본이 파란을 일으켰다. 매번 월드컵마다 서로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국과 일본의 2018 러시아월드컵 1차전 결과가 명확히 갈렸다.

일본은 19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사란스크 모르도비아 아레나에서 열린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콜롬비아를 2대1로 꺾고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18일 한국이 F조 첫 상대 스웨덴에 0대1로 패하고 하루 뒤다. H조 최약체로 꼽히던 일본은 FIFA 랭킹이 61위로 한국(57위)보다 낮다. 콜롬비아는 16위로, 일본이 패배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애증의 이웃’인 일본은 월드컵뿐 아니라 다른 면에서도 한국에게 늘 신경 쓰이는 존재다. ‘사촌이 논을 산’ 것처럼 배가 아프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같은 아시아 국가로서 동질감을 무시할 수 없다. 아시아 축구에 새로운 역사를 쓴 이번 일본 축구 대표팀의 남다른 포인트를 짚어본다.   

 

콜롬비아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일본의 오사코 유야가 동료들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월드컵 무대에서 남미 팀을 이긴 첫 아시아 팀  

일본의 스포니치 아넥스는 19일 콜롬비아전 승리를 놓고 “월드컵 역사상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남미 팀에 거둔 승리”라며 기뻐했다. 이는 사실이다. 남미 축구에 유독 약한 아시아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남미 팀 상대 전적 3무15패로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다. 

비긴 것조차 단 3번뿐인데,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 놀라운 8강 신화를 이뤘던 북한이 조별리그 2차전 상대 칠레에 1대1 무승부를 거둔 것이 최초다. 당시 북한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유럽 강호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올라가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후 1994년 한국이 볼리비아와, 2010년 일본이 파라과이와 무승부를 기록했다. 하지만 러시아월드컵 1차전에서 일본이 콜롬비아를 2대1로 꺾으면서 드디어 1승을 추가, 아시아의 남미 팀 상대 전적은 1승3무15패가 됐다. 

 

콜롬비아의 공격을 막고 있는 일본 대표팀 최고령 선수이자 골키퍼 가와시마 에이지(오른쪽). 사진=AP 연합뉴스

 

★’평균연령은 숫자에 불과하다’…노익장(?) 월드컵

이번 일본 대표팀은 나이가 많다. 평균 연령 28.17세로, 지금까지의 일본 대표팀 전력 중 최고령이다. 특히 골키퍼 가와시마 에이지는 만 35세 91일(1983년생)로, 일본 축구 대표팀 사상 월드컵 최고령 출전자가 됐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지는 만큼 경험치가 더 올라간 선수들의 조직력이 오히려 빛났다는 평이다. 

젊은 나이와 체력이 중요한 종목인 축구지만, 의외로 ‘노익장’ 선수들은 곳곳에 포진해 있다. 한국의 조별리그 2차전 상대 멕시코에는 5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한 수비수 라파엘 마르케스(1979년생, 만 39세)가 있다. 그는 골키퍼를 제외한 선수 중에서는 가장 나이가 많다.

이번 대회 최고령 출전 선수는 이집트의 골키퍼 에삼 알 하다리(1973년생, 만 45세)다. 필드 선수보다 골키퍼의 선수 생명이 긴 것을 감안해도 대단한 기록이다.   

 

콜롬비아전 승리에 환호하는 일본 시부야 거리의 축구팬들. 사진=AP 연합뉴스

 

★한국과의 단짝 행보(?), 계속될 수 있을까

한국과 일본은 월드컵에서 ‘단짝’과 같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선 공동 개최국이었을뿐 아니라, 1998년부터 계속 16강에 함께 가거나 함께 탈락했다. 한국과 일본이 함께 16강 진출에 성공한 때는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이었다. 

일본의 경우 2002년과 2010년 조별리그에 남미 국가가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어, ‘조별리그에서 남미를 만나지 않으면 16강에 간다’는 속설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남미 국가인 콜롬비아를 1차전에서 논란의 여지 없이 꺾으면서 이러한 속설은 무의미해졌고, 16강 진출 가능성은 올라갔다. 특히 일본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도 한 조였던 콜롬비아에 1대4 대패를 당했는데, 당시의 아픔을 이번에 설욕해 더욱 드라마틱하다.

반면 한국은 1차전 상대인 스웨덴에 패하면서 16강 진출 전망이 어두워진 상태다. 물론 한국과 일본에게 모두 아직 2차례의 조별리그전이 남아있다. 이번에도 ‘함께’ 갈 수 있을지가 한일 축구팬들의 최우선 관심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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