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혼여가 아닌, 3인 여행에 나섰다. 다소 이른 여름휴가다. 목적지는 ‘신들의 섬’이라는 발리. 그나마 덜 덥고 우기가 아닌 6월이 발리 여행의 최적기라는 소리를 주워 듣고 감행했다. 경유지는 동남아시아 쇼핑 메카로 급부상 중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직장인 2명과 프리랜스 1명이 팀을 짰다. 일정은 쿠알라룸푸르(1박)-발리(3박)-기내(1박) 총 5박6일. 각자 숙소 및 항공권 예약, 팩소주 컵라면 통조림 등 음식물 준비, 총무로 역할 분담하고는 공통 경비로 30만원씩 90만원을 모았다.

 

1일차

말레이시아 저가항공 에어아시아 프로모션 티켓을 4개월 전에 일찌감치 구매했다. 왕복 24만원. 무지하게 저렴하나 다 이유가 있다. 경유지 대기시간이 Long long time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쿠알라룸푸르에서 스톱오버하기로 정하고 일부러 최장 대기인 18시간을 클릭.

부치는 수하물은 유료라 100ml 이상 되는 액체류를 포함한 3명의 짐을 한데 모으기로 하고 1개(왕복 14만원)만 구입했다. 기내용 수하물(1인당 1개)은 무료. 기내식도 유료이므로 인터넷을 통해 사전 예약 완료.

KL까지 6시간 소요. VOD 구매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인지 좌석엔 개인용 모니터조차 없다. 노트북이나 휴대폰에 영화를 다운받아 와서 보든지, 내리 자든지, 독서 삼매경에 빠지든지 해야 시간이 술술 간다.

에어아시아의 최대 수익 가운데 하나가 기내식 판매라 할 만큼 그 종류가 다양하다. ‘Beef or Chicken’이 아니라 각종 라이스, 누들, 버거, 컵라면, 피자가 메뉴판을 꽉꽉 채운다. 5000원선. 물, 음료, 맥주, 칵테일 모두 유료다. 2차례 기내식 시간이 되면 주문 요청이 빗발친다.

현지시간 오후 9시30분 KLIA2(에어아시아 항공편이 주로 출도착하는 터미널) 도착. 입국 심사대까지 걷고...걷고...또 걸었다. 인천공항에서 셔틀 트레인으로 이동할 거리를 걷게 해주신 이 사려깊음이라니. 욕이 절로 나왔다.

꼬리를 물고 길게 이어진 입국 수속을 마친 뒤 시내 호텔까지는 택시 이용. 익스프레스 트레인(1인 55링깃)보다 저렴하다. 잠시 공항 밖에서 담배를 태우는데 호객꾼이 톨비 포함해서 100링깃(약 3만원)을 불렀으나 블로그 조언에 따라 외면하고, 프리 페이드 택시를 탔다. 비용은 130링깃. 다음엔 호객꾼을 이용해야지!

시내와 공항 거리가 멀어 1시간가량 달려야 한다. 밤 11시가 넘어 중심가인 부킷 빈탕 소재 숙소 도착. 1박에 36달러(투 베드 패밀리룸)인 저렴이 호텔이다. 도보 5분 거리인 야시장 ‘잘란 알로’와 KL의 양대 쇼핑몰 가운데 하나인 파빌리온 딱 중간에 있다.

다음날 오후 3시30분 발리행 비행기라 호텔방에 짐을 던져둔 채 밖으로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인근 쌍둥이 빌딩(페트로나스 타워)으로 고고. 휘황찬란한 야경 인증샷이라도 남겨야 하기에 서둘렀다. 새벽이면 조명이 꺼진다고 한다. 자정 무렵인데도 스카이 브릿지로 연결돼 햐얗게 빛나는 88층짜리 초고층 빌딩을 렌즈에 담으려는 관광객들로 그득하다. 10분 만에 미션 종료하고, 먹거리 천국인 잘란 알로로 직행.

노점상들은 대부분 철수하고 식당가 홍등만 화려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토요일 밤이라 사람들은 바글댄다. 입구 쪽 오픈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현지 대표 길거리 음식인 사태(꼬치구이), 칠리 크랩, 볶음밥, 굴전, 빈탕 맥주 6병을 한상 가득 쌓아놓고 빛의 속도로 해치웠다. 계산서를 달라하니 총 6만원. 맛있는 데다 가격도 착하다. 새벽 3시경 자리를 털고 일어나 호텔 인근 한적한 거리를 돌아다니다 편의점에서 맥주와 스낵을 사들고 호텔로 컴백. 4시까지 달리다 잠들었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