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혁(35), 박민성(36)은 뮤지컬계에서도 실력파로 손꼽히는 배우다. 무게감 있는 목소리, 감정이 잔뜩 실린 연기로 팬들의 마음을 꼭 사로잡았던 그들이 뮤지컬 '프랑켄슈타인'(8월26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만났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생명 창조라는 신의 영역을 넘보는 빅터와 그런 빅터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친구 앙리의 관계를 조명한다. 앙리가 불의의 사고로 죽은 뒤 빅터로 인해 괴물로 다시 태어나면서 벌어지는 심도 깊은 이야기는 관객들의 심장을 쥐락펴락한다.

이런 묵직한 스토리만큼 ‘프랑켄슈타인’은 열정적인 에너지를 쏟아내는 배우들의 연기도 중요한 작품이다. 빅터와 앙리 사이의 친근함과 점점 쌓여가는 분노, 증오의 진폭이 상당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벤허’에서 메셀라에 더블 캐스팅됐던 민우혁과 박민성의 호흡은 상당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같은 듯 다른 두 배우의 모습이 빅터-앙리의 모습과 겹쳐보였기 때문이다. 이번엔 민우혁이 빅터를, 박민성이 앙리와 괴물을 맡았다.

 

Q. ‘프랑켄슈타인’은 한국에서 가장 히트한 뮤지컬 중 하나다. 그런 작품에 처음 참여하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민우혁 : 워낙 초연과 재연이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그 배우들을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이 많을 거다. 하지만 새로 합류한 배우들도 단순히 그 인기에 묻어가고자 하는 사람은 없다. 또 다른 느낌의 앙리, 빅터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노력한 만큼 호응을 많이 보내주셨으면 한다.

박민성 : 사실 ‘프랑켄슈타인’ 초연 때 빅터의 ‘생명창조’라는 테마곡을 내가 가이드 했다. 그래서 나는 만약 이 작품을 하게 되면 빅터를 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앙리가 제안이 들어온 거다. 무척 부담됐다. 이미 한지상, 박은태의 앙리를 본 상태라 더더욱 압박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고사를 했다. 그런데 왕용범 연출님이 “배우라면 도전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씀을 해주실 때, 무언가 가슴 속에서 움찔하더라.(웃음) ‘죽이 되던지 밥이 되던지 까짓거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도전하게 됐다.

 

Q. ‘벤허’에서는 같은 메셀라 역할로 캐스팅 돼 각각 다른 매력을 뽐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로 상대 역으로 만났다.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민우혁 : 사실 ‘벤허’ 당시에 제가 ‘불후의 명곡’ ‘살림하는 남자들2’ 고정 스케줄들이 조금 많아서 매 연습마다 다 참여할 수는 없었다. 그때 연습도 잘 못 따라가고 그랬는데, 민성 형이 많이 도와줬다. 굉장히 의지도 많이 하고 대화도 나누고. 그때 형이 어떤 배우인지 알게 됐다. 이번에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박민성 : 너무 띄워줘서 조금 부담 된다.(웃음) 내가 기억하는 우혁이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사실 우혁이는 오래 전부터 안 사람 같이 편했다. 또 우혁이와 제 아들 이름이 둘 다 이든이다. 똑같아서 참 놀랐다. 그래서 그런지 좀 더 마음이 간다. 연습 끝나면 남자 둘이 신당동에 떡볶이 먹으러 같이 갈 정도다.

 

Q. 연습실 분위기는 어땠나? 쟁쟁한 배우들이 모두 모인 현장이라 약간은 치열함이 있었을 것 같다.

민우혁 : 이미 류정한, 박은태 배우 등 많은 분들이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어마어마한 연기를 보여주셨다. 새로 합류한 우리도 그걸 쫓아가기 위해 미친 듯 연습했다. 그 덕에 연습이 굉장히 타이트하게 진행 됐다. 이미 세 번째 막을 올리는 거니까 여러 차례 참여했던 배우들은 익숙하게 척척 해내는데, 나나 민성이 형 같은 뉴캐스트들은 쫓아가기가 버거웠다. 가사를 외우는 데 시간을 일주일 딱 주어졌다. 근데 하다보니 어떻게 다 하게 되더라.(웃음)

박민성 : 끝날 때의 분위기는 참 좋았다. 연습이 워낙 힘드니까, 마지막 연습 때는 거의 마지막 공연 끝낸 것 같은 느낌이었다.(웃음) 이번에 뉴캐스트들의 목표는 나만의 앙리, 나만의 빅터를 찾아내 보여드리는 것이다. 아마 (왕용범) 연출가님의 의도도 그거였을 거다. N차 관람 하시는 관객 분들도 많으시기 때문에 배우들 모두 각자의 매력을 어필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Q. ‘각자의 매력’을 강조하는 게 참 기대가 된다. 그렇다면, 앞선 배우들과 비교했을 때 민우혁의 빅터, 박민성의 앙리는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

민우혁 : 이 역할은 빅터-자크의 1인2역이다. 내가 그 동안 열정적이고 무거운 인물을 주로 맡아 왔기에 빅터는 감정 잡는 데 어렵지 않았지만, 비열한 자크는 참 힘들었다. 악랄하고 잔인하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더라. 그래서 나도 모르니까 정말 더더욱 의문스런 캐릭터를 만들자고 마음을 먹었다. 잔인하지만 약간은 섹시하게 만들어 봤다. 언뜻 보면 까탈스런 아줌마 같은 느낌의 모습일 수도 있다.(웃음) 분명히 관객분들도 좋아해 주실 거다.

박민성 : 모든 캐릭터가 다 1인 2역이지만, 앙리와 괴물은 완전히 분리된 캐릭터는 아닌 것 같다. 어쨌든 괴물은 앙리의 몸에서 탄생한 거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괴물 내면 속에 있는 앙리의 인격을 조~금 가져가고 싶었다. 그것을 중심으로 괴물 캐릭터를 구축했다. 나만의 해석이 가미됐다고 보면 된다.

 

Q. 그렇다면 ‘프랑켄슈타인’에서 각각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나 넘버가 있을까?

민우혁 : 마지막 쯤에 빅터가 괴물을 죽이는 신이 있다. 내 인생의 모든 것을 건 창조물을 내 손으로 죽이는 데, 그 감정은 참 말로 할 수가 없다. 배우 민우혁이 어느 날 목소리가 안 나와서 무대에 설 수 없는 상황과 조금 비슷하려나? 아직도 살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극한의 우울함을 연습하면서 느꼈다. 생각만해도 참 울컥하다.

박민성 : 우혁이랑 좋아하는 장면이 겹쳐서, 나는 넘버를 고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산다는 건’이라는 넘버가 참 좋다. 현실과 인간들을 향해 내뱉을 수 있는 가사라고 생각한다. “지긋지긋한 내 인생아, 버러지 같은 내 인생아, 그래도 벗어나고 싶은 욕망. 그저 인간이 되고 싶어”라는 가사가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프랑켄슈타인’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어떤 말을 듣고 싶은가?

민우혁 : 캐릭터들이 다 다르지 않나. 재연 배우들은 다 나름대로 깊이가 있다. 그래도 “민우혁 빅터, 박민성 앙리는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새 캐릭터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기존 배우들이 무척 잘해왔지만, 우리는 그들을 흉내내지 않고 멋지게 새롭게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싶은 욕심이 있다.

박민성 : 사실 나는 큰 욕심은 없다. 그냥 관객분들에게 “얘네가 나오는 무대 참 좋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사진 지선미(라운드 테이블)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