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적 상상력’이라는 표현이 의뭉스럽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상상력’만 떼놓고 보면 이해가 편한데 ‘영화적’이라니, 당최 알다가도 모를 말이다. 하지만 영화 ‘나와 봄날의 약속’(백승빈 감독)을 보며 이 모호한 표현이 머리를 스쳐갔다.
요 몇년 사이 한국영화는 디자인, 원단, 재봉까지 잘 갖춰진 기성복 같았다. 미장센은 물론 탄탄한 스토리, 표현력 풍부한 배우들의 열연으로 소위 ‘다양성 영화’라고 지칭하는 작은 영화들도 두터운 팬층이 형성 됐을 정도. 다만 다수를 위한 기성복이 그러하듯 무난한 작품들이 주를 이렀다.
신인 감독 특유의 재기발랄한 이야기들이 상업영화와는 또다른 지점의 재미를 선사해 왔지만, 그 기준이 상향평준화되면서 투박해도 반짝이는 문제작들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나와 봄날의 약속’은 좀처럼 만나기 힘들었던 괴작이다.
호불호는 극명히 나뉠 수 밖에 없다. 우선 ‘지구종말’을 배경으로 ‘외계人’이 등장한다는 설정부터가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이런 줄거리와 너무나도 이질적인 감성 가득한 제목까지. 영화를 직접 보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떤 작품인지 지레짐작 할 수 없다.
영화의 전개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구종말이 도래한 시점에서 외계인들이 네 명의 인간을 찾아가 생일파티를 벌인다. 김성균이 기자간담회에서 “대본이 너무 이상해서 감독님을 뵙고 싶었다”고 말했을 정도. 이주영 역시 “시나리오를 봤을 때 어떻게 만들어질까 궁금했다”라며 배우들조차 ‘어떤 그림’을 그리지 못한 채 촬영에 들어간 점을 확인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특이하다 못해 괴상하다고 느껴지는 영화에 강하늘, 김성균, 장영남, 이혜영이라는 걸출한 배우들이 출연을 결정한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영화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4개의 에피소드를 각각 ‘지구종말’과 ‘생일’, 즉 죽음과 탄생이라는 절대적으로 이질적인 관계 속에서 독특한 시선과 화법으로 끌고 나간다. 적어도 스스로의 일관성을 잃지는 않는 셈이다.
‘나와 봄날의 약속’은 친절한 범주의 영화는 아니다. 그렇다고 대단히 세련되거나 현학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감독의 단상이 날 것 그대로 영화 곳곳에 내포돼 있어 이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6월 28일 개봉. 러닝타임 92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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