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영화와 드라마로 연기활동을 시작했을 당시 그를 따라다닌 닉네임은 ‘리틀 배용준’이었다. 수려한 외모와 매끄러운 중저음 목소리로 두각을 나타낸 남궁민은 안정적인 연기력 덕에 드라마 남주를 꿰차기 시작했다. 젠틀하면서 달달한 로맨스가이, 순발력 넘치는 코믹 캐릭터, 소름 끼치는 악역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과시했다. 최근 몇 년간 활약상을 보노라면 '캐릭터 장인' 소리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난 2015년 SBS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서글서글한 인상과 해맑은 미소 뒤에 감춰진 싸늘한 표정, 차가운 말투의 권재희로 빙의해 사이코패스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선해 보이는 미남의 반전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분노조절장애를 지닌 재벌3세 남규만을 실감나게 표현했고, 악인의 끝을 보여주는 명품 연기에 호평이 쇄도했다. 특히 분노를 참지 못해 골프채로 초보 운전자의 차를 내려치는 장면은 아직도 두고두고 회자가 되는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KBS 2TV ‘김과장’에서는 능청맞은 연기를 바탕으로 불합리한 현실에 맞서며 정의를 구현하는 김성룡을 맡아 180도 다른 캐릭터 변신에 성공하며 직장인들의 워너비 스타로 떠올랐다. 그가 안방극장에 터뜨린 사이다에 시청자들은 답답한 현실 속 목마름을 해소했다.

SBS ‘조작’을 통해 또다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속내를 알기 힘든 미스터리한 기자 한무영으로 분해 몸을 사리지 않은 액션과 섬세한 감정을 임팩트 있게 소화했다. 이로써 ‘갓궁민’ ‘믿고 보는 배우’란 영예로운 호칭을 달게 됐다.

이어 SBS ‘미녀 공심이’를 통해 로맨티시스트 안단태를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한동안 섭렵했던 ‘악인’ 이미지를 거둬내고 달콤한 로맨스 연기에서도 대가임을 입증했다.

 

 

현재 SBS 수목드라마 ‘훈남정음’에서는 까칠한 연애 카운슬러 강훈남으로 분하고 있다. 인기 연애칼럼 ‘훈남정음’의 복면작가이자 갤러리 관장이다. 연애지존이지만 비혼주의자다. 달달한 눈빛, 까칠한 듯 무심히 챙겨주는 츤데레 면모와 세련된 스타일링의 훈남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청률은 3~4%대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남궁민의 연기는 '늘 그래왔듯’ 안정적이며 파트너 황정민과의 호흡도 좋은 편이다. 시청자와 공명하지 못하는 작품과 연출의 문제일 터다. 하지만 작품 선택도 배우의 ‘능력’이다. 더욱이 악인 캐릭터가 아닐 때 두드러지는 남궁민의 ‘넘나 익숙한’ 연기, 입을 모으며 만들어내는 특유의 딕션이 시청자에게 신선함이나 몰입을 안겨주질 못하고 있다.

‘믿보배’ 남궁민이 터닝 포인트에 섰고, 새로운 선택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로 보인다.

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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