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VIP 가격을 16만원으로 책정했다. 일부 내한 공연에서는 이를 넘긴 적이 있지만 '최고가=15만원'이라는 암묵적인 약속이 깨진 것이다. 뮤지컬에 대한 대단한 애정이 없다면 160분 문화생활을 하는데 16만원을 지불하기는 부담스럽다. 뮤지컬이 대중문화가 아닌 일부만이 즐기는 문화로 고착되는건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사진=쇼노트
사진=쇼노트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공개한 공연정보에 따르면 VIP석 16만원, R석 13만원, S석 10만원, A석 7만원이다. 이를 현재 공연 중이거나 예정된 대극장 공연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명확하다. '웃는 남자', '미세스 다웃파이어', '엘리자벳', '킹키부츠', '마틸다' 등도 모두 대극장에서 펼쳐지는데 동일하게 VIP석 15만원, R석 13만원, S석 10만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뮤지컬계는 그동안 가격을 올리는 과정에 있어서 크고 작은 진통이 있었다. 그럼에도 비교적 무리없이 가격을 올렸고 연착륙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18년 14만원인 최고가를 15만으로 올렸는데, 1만원을 한 번에 올리는 것이 부담스러워 주말 좌석차등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가격을 올리지 않을 때는 VIP라는 말이 무색하게 1층 뒤쪽까지 VIP로 정하며 좌석의 수를 늘리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몇 년마다 1만원을 올리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졌다.

이번에도 16만원으로 정착된다면 나머지 작품들도 흐름에 맞춰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일부 SNS에서 불매운동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이번 작품의 경우 김준수, 박강현, 고은성이라는 티켓파워를 가진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고, 나머지 역할의 배우들도 면면이 화려한 만큼 누군가 불매를 한다면, 누군가는 쉽게 VIP석을 차지할 수 있다고 좋아할지도 모른다.

사진=트위터
사진=트위터

제작사 입장의 어려움도 이해가 전혀 안되는 것은 아니다. 스타 캐스팅에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상 시간이 흐를수록 캐스팅 비용은 증가했을 것이고, 무대 장치나 의상 등 제작 비용도 늘어났을 것이다. 또한 가격을 매기는 것은 제작사 고유의 권한으로 상업공연인 만큼 가격을 올려서 최대한의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을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제작사 쇼노트 측은 싱글리스트에 "올해 7월 물가가 전년동월 대비 6.3% 상승했다. 물가 상승에 따라 세트, 의상 비용이 상승했다. 또한 코로나 이후로 인건비가 꾸준히 증가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15만원에서 16만원으로 올리면 6.7% 가량 상승한 것이니 물가상승률에 맞춰 가격을 올렸다는 이야기가 그럴듯해 보인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공연의 가격을 올리는 것은 관객 입장에서 아쉽기만 하다. 코로나 시대에 들어오면서 할인 이벤트는 눈에 띄게 줄었고, 일반적으로 연인이나 가족단위의 관객이 와서 30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도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이번 공연도 저변 확장없이 충성스러운 회전문 관객에게 의존하게 될 것이고, 악순환의 끝에서 공멸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앞서 영화가 1만5천원으로 올린다고 했을 때 부담스러워하는 관객이 많았다. 뮤지컬을 영화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그만큼 문화생활을 즐기는데 있어서 가격을 올리는 것에 대중들이 예민하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1만원을 올리는 뮤지컬에 대해서는 큰 저항이 없다. 이미 즐길사람만 즐기는 그들만의 문화로 자리잡아 버린 것일까. 현재도 진입장벽이 높은 뮤지컬이 더욱 더 대중문화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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