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돈을 내고 들어가서 ‘콩알만’ 한 배우들의 얼굴을 멀찌감치서 보고 오는 뮤지컬 관람에 심드렁한 관객들이 있다. 비싼 가격, 압도적인 스케일만 있을 뿐 관객과의 호흡이 없는 공연을 굳이 보고 싶지 않은 이들을 겨냥해, 가성비에 ‘가심비’를 더한 ‘소극장 뮤지컬’이 생겨났다. 

 

사진='루카스'의 한 장면. 아티스컴퍼니 제공

 

이러한 뮤지컬들은 저렴한 티켓값, 탄탄한 스토리와 완성도 높은 무대, 라이브 연주, 대극장 못지 않은 스타 캐스팅 등 다양한 요소로 최근의 트렌드인 ‘가심비’를 공략하며 관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중이다. ‘가심비’를 따지는 관객이라고 자부한다면, 최근 무대에서 선보인 다양한 ‘소극장 뮤지컬’ 5편을 체크해 보자. 

 

○’루카스’(5/18~7/28, 대학로 쇳대박물관 B1 작은극장 광야)

실화 바탕의 감동적인 스토리로 10년 만에 대학로 무대에 돌아온 창작 뮤지컬 ‘루카스’는 영화 티켓 2매 가격 정도면 뮤지컬을 볼 수 있는 탁월한 ‘가성비’에 가심비를 갖췄다. 우선 캐나다 토론토의 발달장애인 공동체 ‘데이브레이크’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가 탄탄하다. 

 

사진=아티스컴퍼니

 

장애인 공동체에 강제 입성한 봉사자가 ‘천진난감(?)’한 장애인들과 좌충우돌 씨름하는 과정은 웃음을 줄 뿐만 아니라, 7살 지능의 장애인 아빠가 선천적 결함으로 탯줄을 끊으면 15분밖에 살 수 없다는 아기 ‘루카스’와의 만남을 기다리다 기적을 겪게 된다는 이야기가 큰 감동을 선사한다. 만 7세 이상 관람가로, 초등학생 아이와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드문 뮤지컬이기도 하다. 

○’스모크’(4/24~7/15, DCF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시대를 잘못 타고난 예술가이자 시인 이상을 모티브로 한 창작뮤지컬 ‘스모크’는 동양인 최초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스터 액트’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뮤지컬계 스타 김소향이 7년 만에 서는 소극장 무대로 주목받았다. 김소향 외에도 정연, 유주혜가 ‘홍’ 역으로, 2PM 찬성과 윤소호, 박한근이 ‘해’ 역으로, 김재범 김종구 김경수 임병근이 ‘초’ 역을 맡는다. 그림을 그리는 ‘해’와 글을 쓰는 초, 이들이 납치하려는 여자 ‘홍’의 반전 넘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사진=더블케이

 

이 공연은 6월 17일 기준으로 좌석 점유율을 86%나 기록하며 ‘대박’ 뮤지컬이라는 평을 얻었다. 역시 저렴한 티켓 가격에 유명 배우들과 가까운 곳에서 호흡할 수 있다는 소극장 뮤지컬의 장점을 잘 살린 사례다. 

 

○’인터뷰’(7/10~9/30, 드림아트센터 1관 에스비타운)

이건명, 민영기, 박은석 등 뮤지컬 스타들을 대거 캐스팅한 창작뮤지컬 ‘인터뷰’ 역시 유명 배우들의 연기를 숨소리까지 들리는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점에서 높은 가심비를 자랑한다. 

 

사진=뮤지컬 '인터뷰' 포스터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장르로, 2001년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인형의 죽음’ 작가인 유진 킴과 보조작가 지망생 싱클레어의 인터뷰를 통해 10년 전 의문의 사고로 죽은 소녀 ‘조안 시니어’ 살인 사건의 진범을 찾는 스토리다. 충격적인 살인사건과 그 진실을 파헤치는 인물들의 광적인 에너지와 심리게임은 몰입도가 매우 높다. 이건명 민영기 김수용 최영준 박은석이 유진 킴 역을, 김재범 김경수 정동화 이용규가 싱클레어 역을, 김주연 김수연 최문정 박소현이 조안 시니어 역을 맡는다. 

 

○’붉은 정원’(6/29~7/29, CJ아지트 대학로)

러시아 3대 문호 중 하나로 꼽히는 투르게네프의 소설 ‘첫사랑’을 각색한 뮤지컬 ‘붉은 정원’은 소극장 공연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라이브 연주와 클래식한 선율로 관객을 유혹한다. 

 

사진=뮤지컬 '붉은 정원' 포스터

 

뜨거운 여름을 첫사랑의 설렘으로 가득 채워줄 ‘붉은 정원’은 2017년 CJ 문화재단 기획공연에 선정됐으며, 작곡가 김드리가 학교 졸업 공연으로 쓴 작품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1850년 러시아를 배경으로, 두 저택을 잇는 한 정원에서 만난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치열하고 아픈 첫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고전 소설을 배경으로 한 작품답게 사랑의 감정을 담아낸 클래식한 톤의 음악이 귀를 사로잡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6시 퇴근(5/18~7/29,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시어터)

록밴드 플라워 멤버 출신으로 유명한 고유진이 출연하는 뮤지컬 ‘6시 퇴근’은 배우들이 아예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콘서트 같은 뮤지컬’로 가심비 높은 무대를 기대하게 한다. 다양한 상황에 놓인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려낸 생활 밀착형 스토리와 흥이 넘치는 넘버들이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사진=뮤지컬 '6시 퇴근' 포스터.

 

스토리는 회사에서 잊혀져 가는 상품 ‘가을달빵’의 매출을 30일 안에 끌어올리지 못하면 팀이 해체될 위기에 놓인 제과회사 ‘애프터눈’ 홍보 3팀이 직장인 밴드 ‘6시 퇴근’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공연의 얼굴과 다름없는 고유진은 소심한 성격의 주인공 ‘장보고’ 역을 맡아 노래할 때만은 폭발하는 에너지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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