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뻐 죽겠어”란 모 드라마의 대사가 절로 떠오른다. 구력 27년의 개그우먼 겸 방송인 이영자에 대해 MBC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피해자였음에도 자신에게 상처를 안긴 프로그램의 부활을 위해, 아무리 예능이라도 쉽게 펼쳐 보이기 힘든 내밀한 감정을 과감히 드러내고, 웃음과 재미로 요리해버리는 모습을 보며 드는 단상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이 세월호 희화화 파문 이후 8주 만에 방송을 재개했다. 지난 5월5일 방송에서 이영자가 어묵을 먹는 장면이 속보 형식으로 등장했고, 이 속보 장면이 4.16 세월호 참사 보도 장면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었다.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 논란과 연관돼 비난은 거세졌다. MBC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연출의 실수였음을 밝히고 제작진을 감봉·정직 등으로 경질했다.
이 사태에서 최대의 피해자는 이영자였다. 아무런 잘못도 없음에도 논란의 중심에 서며 계속 입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심리관찰 예능’이란 신선한 포맷, 스타보다 더욱 주목받은 매니저들 등 여러 흥미 요소가 있었으나 대중의 시선이 꽂히도록 만든 핵심 요인은 ‘이영자’라는 브랜드였다. 여유와 능청스러움, 촌철살인, 놀라운 순발력과 개그감각 등 잠시 잊고 지냈던 이영자의 장점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영자 미식회' '휴게소 먹방투어'를 통해 맛깔난 음식 표현과 해박한 맛집 지식을 자랑하며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연 시점에 터진 대형 악재에 호사가들은 “(이영자에게)마가 끼었나”라고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안타까워했다. 그의 방송인생 절정기마다 터졌던 이런저런 사건사고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여성 방송인 불황 시대에 새카만 후배 송은이-김숙-박나래에 이어 부활한 ‘방송인 이영자’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시선들이었다.
‘전참시’ 흥행 기폭제 역할을 했던 이영자는 두 달 만에 재개한 방송에서도 MBC나 제작진보다 더욱 책임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제작진은 화면 자막으로 “저희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진은 4.16 세월호 참사 가족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지난 5월5일 방송으로 여러분의 가슴에 또 한 번 상처를 남겼습니다. 비난받아 마땅한 잘못에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합니다”라고 사과문을 올렸다.
실제 카메라에 잡힌 ‘사람들’은 이영자를 비롯해 MC 전현무 등 출연진이었고 이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가장 큰 보답은 큰 웃음으로 여러분들의 토요일 밤 즐겁게 해드리는 것이다.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다시 사과를 했다.
뒤이어 이영자의 맹활약이 펼쳐졌다. 새로 뚫은 한남동 단골식당을 찾아 싱글남인 훈남셰프에게 관심을 보이며 은근슬쩍 추파(?)를 던지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오랜 절친인 홍진경은 “이 언니 구석탱이에 앉아서 끼 부리네”라고 일침을 가했고, 송은이는 “언니의 이런 소녀 같은 모습은 처음”이라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이영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애매한 태도와 발언으로 호감 가는 이성에 대한 속내를 슬쩍슬쩍 드러내며 그를 일과 음식사랑에 빠진 ‘비혼주의자’ 쯤으로 추측해온 출연진 및 대중의 관심을 한껏 끌어올렸다.
철저히 연기일 수도, 리얼리티 프로그램 특성 상 어찌어찌하다보니 드러나게 된 민낯일 수도 있으나 여성으로서의 자존심, 불필요한 구설에 대한 혐오감이 있다면 편집 단계에서 ‘커팅’을 요청할 수도 있었음에도 내버려뒀다. 심지어 과거 홍진경이 소개팅을 주선해준 빵집 사장과의 흑역사까지 ‘아우팅’ 되는 순간에도 잠시 눈빛이 흔들리는 것 말곤 흔하디흔한 ‘입 막는’ 제스처조차 취하지 않았다.
아끼다 똥 되느니 직업상 파트너인 방송사와 소중한 일터인 프로그램을 위해 아낌없이 쏟아 붓고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태도, 대중의 흥미지점을 정확히 캐치해내는 감각을 보면서 199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밥 잘 먹는 예쁜 누나' 이영자의 힘을 확연히 느끼게 된다.
사진=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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