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 이어집니다

 

영화 ‘마녀’(감독 박훈정)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 배우 조민수(53)의 연기 경력이 벌써 30년을 넘어섰다. “그냥 13년 정도로 쳐주면 안 되냐”며 웃음 짓던 그녀는 여전히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은지 부담감부터 든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어느덧 이만큼 경력을 쌓다보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영화산업의 변두리에도 시선이 가닿게 됐다. 올 초,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다큐멘터리 ‘공동정범’(2016) 상영 한회 차를 전석 구매해 관객들과 나누는 시간을 가진 것도 그 이유에서다.

 

“사실 유지태씨가 가끔 그런다고 해서 흉내내봤어요. 멋있잖아요. 후배여도 배울 건 배워야지(웃음). 그리고… 제가 너무 이쪽을 모르고 지냈던 거예요. 저는 이제껏 돈을 버는 상업 쪽에만 있어왔는데, 우연찮게 작은 단편을 찍으면서 비로소 알게 된 거죠. 저는 독립영화관이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어요. 인디스페이스를 처음 봤을 때에는 ‘왜 멀티플렉스로 운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실 참 고마운 일이죠. 손해 보면서라도 이 산업을 뒷받침 해주는 거잖아요. 영화관에 들어가 보면 열 명도 안 모여요. 근데 그조차도 독립영화를 찍는 친구들은 갈 데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독립영화에 애정이 붙으면서, 이들이 확장돼야 우리나라 영화도 다양화된다는 확고한 믿음이 생겼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엄격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변영주’ 감독이 그랬어요. 독립영화를 만드는 영화인들은 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이런 영화를 보러오는 분들은 애정을 갖고 오니까요. 그런 사람들이 실망하면 더는 안 찾아온다는 거예요. 그렇게 더 열심히 해야 하기 때문에, 제가 기분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주고 싶어졌어요. ‘공동정범’도 그렇게 관을 대여했던 거예요. 문득 관심을 갖게 되니까 이젠 내가 어떻게 돈을 써야하는지 그 방향을 좀 안 것 같아요. 늦게 철든 느낌? 지금까지는 받기만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내 시선을 바꿨다는 것 자체에 칭찬해주고 싶어요.”

 

최근 재밌게 본 영화가 있냐는 질문에 신이 난 듯 영화 제목이 줄줄 흘러나왔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쓰리 빌보드’ ‘셰이프 오브 워터’ 등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그 중에서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의 연기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배우 티모시 샬라메는 단연 눈길을 끌었다.

“‘어머, 쟤 노네?’ 싶더라니까요. 살포시 연기를 하는데, 보여주고 끌고 가는 에너지가 강하더라고요. 그 배우는 동물적으로 태어난 거예요. 그런 친구들이 연습하기 시작하면 아무리 연습해도 못 따라가요. ‘화이’에서 여진구도 딱 그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그 재료를 다 쓰고 나면 언젠가 멈춘다’고 조언해줬어요. 저도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었어요. 하지만 그 동물적인 감각만 믿고 까불다 보니 멈추더라고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끊임없이 노력을 했죠.”

처음에는 각광 받다가, 그렇게 능력이 멈춰서 사라져버린 후배도 여럿이다. 30년차 배우로서, 그런 배우들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싱숭생숭하다.

“우리끼리 그런 말을 해요. 오래 가는 게 이기는 거다. 중간에 무수한 친구들이 대중 앞에 안 나타나게 됐고, 그대로 사라져버렸죠. 그래서인지 저는 제게 딸려오는 30년이라는 숫자가 너무 무섭더라고요. 뭘 하든 완숙하게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밀려와요. 사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더 늘기란 어렵거든요.”

 

하지만 배우로서 행복한 순간이 더러 등장할 때면, 참 복 받았구나 싶다.

“촬영 현장에서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어떤 아이디어나 감정이 확 튀어나와요. 그럴 때 참 행복하다고 느껴지더라고요. ‘마녀’ 같은 영화를 만날 때 역시 마찬가지에요. 이렇게 절 흔들 영화가 꼭 또 왔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내가 영화를 몇 개나 하겠냐마는, 그래서 한 작품 한 작품마다 소중하게 느껴져요.”

 

사진 제공 = 엔터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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