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정지우 감독의 영화 ‘은교’ 이후로 수많은 ‘제2의 김고은’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김고은의 오리지날리티를 따라잡기란 쉽지 않은 눈치다. 김고은은 지금까지 큰 기복 없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간혹 흥행이 아쉬웠을지 몰라도 그녀의 연기력을 재는 경우는 없었다. 아직 만 27세. 배우로도, 인간 김고은으로도 가장 아름다울 시기에 영화 ‘변산’을 만났다.
 

마냥 예뻐보이고 싶을만도 했건만 김고은은 배역을 위해 어려운 선택을 했다. 극중 학수(박정민 분)의 첫사랑 미경(신현빈 분)과의 차별화를 위해 8kg를 찌웠다. 살 찌우기보다 힘들었던 다이어트. 그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행복인데, 다이어트 기간 동안 먹는 걸 절제하면서 슬프기까지 하더라고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준익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8kg를 자진(?) 증량한 김고은에게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고은은 “감독님이 잘 잊어버리세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 ‘조금 찌울까요?’ 했더니 ‘어, 찌워’ 하시길래 합의하에 찌운 거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기억을 못 하시더라고요”라고 털어놨다.

“살 찌우는 게 무섭지는 않았어요. 작품 속에서 필요로 하는 건 두려워하지 않는 게 프로이지 않을까요? 홍보나 공식석상에서의 다시 잘 갖춰진 모습으로 돌아오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번 영화는 배우들의 생활연기가 돋보였다. 선 굵은 연기보다 오히려 일상과 극의 경계에 중심을 맞춰야 하기에 더 조심스럽고 힘든 지점이 있지만 김고은은 이번에도 제 몫을 해냈다. 이에 대한 칭찬에 그는 “제가 원래 좀 웃겨요. 오히려 더 마음 편하고, 재밌게 촬영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촬영기간동안 배우들끼리도 워낙 잘 지내서 그 편안함 속에서 나오는 합이 좋았어요”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영화에서 김고은은 참 많은 시도(?)를 했다. 배우들이 단체로 등장해 군무를 추는 장면 역시 그랬다. 김고은은 “배우들이 애석하게도 춤에 재능이 있는 분이 없었어요”라고 귀띔했다. 개인적인 고충도 있었다. 해당 장면에서 입는 드레스 피팅을 촬영 전에 하느라 증량 전 사이즈에 맞춰져 있었던 것. 김고은은 “살이 많이 찐 상태여서 찍찍이가 숨만 쉬어도 튿어졌어요. 긴장 상태로 촬영을 열심히 했어요”라고 전했다.

영화 ‘변산’에서 김고은은 이준익 감독과 처음으로 함께 작품에 임했다. 소감을 묻는 말에 그는 “실제로 선배님들도 이준익 감독님이랑 작업을 하고 ‘너무 행복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저도 작품할 때 굉장히 즐거웠어요”라고 말했다.

“여러 사람들이 공동작업을 하니 예민한 순간도 있고, 실수도 발생하는데 감독님은 남탓 대신 ‘내 실수다’ 하면서 웃어버리세요. 한참 어린 배우들과의 작업인데 권위의식도 없고, 스스럼없이 대해주시니까 편하게 (연기) 했죠. 어느날 ‘감독님은 화가 안 나세요?’라고 물었니까 ‘사람이 다 실수하면서 사는데, 그걸 지적하면 이 사람은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또 다른 실수를 할 거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차이나타운’에서는 말 그대로 걸크러시의 정석을 보여줬지만 이후 드라마 ‘도깨비’에 이어 이번 영화 ‘변산’까지 남자배우가 주를 이루는 작품이라 아쉬움이 남을 법도 했다. 배우라면 누구나 잘 보이는 역할을 하고 싶은 게 당연했지만 김고은은 “큰 작품에 큰 롤을 맡는게 당연히 좋겠지만 그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는 또 다른 문제인 거 같아요. 작품 선택할 때 스스로 객관화가 필요한 거 같아요. 늘 욕심을 낸다고 좋은 성과가 나는 건 아니니까요. 이 부분을 조절해 나가는게 앞으로 배우 생활에 있어서도 중요하지 않을까요?”라고 조리있게 설명했다.

분명한 자기소신과 스스로에 대한 객관화 덕분일까. 김고은은 흥행타율이 좋았다. 하지만 그는 “작품 선택이요? 저는 주변에 많이 여쭤보는 편이에요. 모니터링도 부탁드리고요. 저를 잘 못 믿어요(웃음)”이라고 비결을 밝혔다.

김고은이 맡은 선미는 극중에서 작가상을 수상하는 소설가로 등장한다. 평소 독서량이 얼마나 될까. 김고은은 좋아하는 작가로 박경리를 꼽았다. 어릴 적부터 ‘토지’를 정독했다는 김고은의 독서내공이 느껴졌다. 마침 이번 작품에 함께 임한 박정민은 에세이집을 출간한 적이 있어 이를 읽었는지 물었다.

그는 “박정민 작가님의 책은 제가 아직 못봤어요. 작가님이 친필 사인을 해서 주신다고 했는데 제가 아직 받을 의향이 없어요. 제가 아직 읽어야 할 책이 있어서”라며 친한 선후배 사이에 주고 받을 수 있는 농담을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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