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세’라 불리는 2030 청춘스타들이 있다. 자신만의 개성과 매력을 어필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성격 탓인지 배우로서의 가치관 때문인지 활동 모드는 확연히 갈린다.
박서준(30)과 류준열(32)은 ‘열일’ 모드다. 다작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주·조연, 특별출연의 경계를 두지도 않는다.
지난 2014년 드라마 ‘마녀의 연애’의 주연을 맡으면서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박서준은 ‘킬미, 힐미’ ‘그녀는 예뻤다’ ‘화랑’을 거쳐 지난해 ‘쌈, 마이웨이’와 영화 ’청년경찰‘로 대세 타이틀을 거머쥔 뒤 올해 예능 ’윤식당2‘로 날개를 달았다. 현재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 출연 중이다. 대외적 노출 빈도수와 인기가 많다보니 광고업계에서는 특A급 스타다. 명품 브랜드부터 기업, 금융, 식음료, 여행, 패션에 이르기까지 싹쓸이 수준이다.
드라마·영화를 통해 얻은 패기 있으면서 친근하고 호감 가는 이미지에 ‘윤식당2’에서 보탠 과하지 않은 배려와 친절함, 외국어 구사능력을 드러내며 대중과의 접점을 확대했다. 향후 연기행보에 플러스 요인을 만들어낸 영리한 행보다.
정제되지 않은 거친 질감의 류준열은 소처럼 일하는 우직함으로 승부를 보는 듯하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로 뜨기 전부터 독립영화를 섭렵했던 그는 ‘응팔’ 이후에도 영화 ‘글로리데이’ ‘계춘할망’ ‘양치기들’ ‘더킹’ ‘택시운전사’ ‘침묵’ ‘리틀 포레스트’ ‘독전’, 첫 주연 드라마 ‘운빨로맨스’에 출연했다. 500만 관객을 돌파한 ‘독전’에서의 인상적인 연기로 역대 최고의 찬사를 얻고 있는 류준열은 올해 ‘뺑반’ ‘돈’ 개봉을 앞둔 상태다. 1년에 3~4편씩 영화로 관객과 만난 셈이다.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들어온 시나리오를 모두 읽어본 뒤 ‘하겠다’ ‘하고 싶다’가 아니라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자신의 생각, 흥미로운 지점, 자신이 잘 해낼 수 있을지 여부를 말한다. 이후 캐릭터의 중복, 촬영일정 등을 고려하면서 소속사와 협의 하에 출연 결정을 한다”며 “도전과 모험을 즐기는 성향”이라고 전했다. 영화 출연 빈도가 워낙 높다보니 이미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예능 출연은 가급적 삼가왔다.
박보검(25)과 정해인(30)은 말간 마스크와 무해한 느낌의 모범청년 이미지로 사랑받는 연기자다.
류준열과 마찬가지로 ‘응팔’로 스타덤에 오른 박보검은 이후 출연작이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한 편에 불과하다. 예능 출연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가 뒤늦게 인기예능 ‘무한도전’ ‘효리네 민박2’에 출연했다. 착하고 예의바른 면면이 동료 연예인들에 의해 구전(?)으로 전해지며 대중적 호감도가 치솟았던 그는 여러 편의 CF를 꿰차는 등 청춘스타 맹위를 떨쳤다. 하지만 대외적인 노출이 적어지고, 새로운 스타들이 밀려들면서 예전만큼의 파워를 보이진 않고 있다. 지난 5월엔 온라인 쇼핑몰 G9 모델자리를 정해인에게 내줬다. 차기작으로 tvN 수목극 ‘남자친구’가 거론되곤 있으나 “신중히 고민 중”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정해인은 올해 상반기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출연하며 데뷔 5년차 중고신인에서 일약 ‘국민 연하남’ ‘대세남’으로 등극했다. 일반적인 멜로물과 달리 다양한 성향을 녹여낸 남주 캐릭터를 맡아 그동안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매력을 드러냈고, 상대역 손예진과의 찰떡 호흡이 성공의 날개를 달아줬다. 그 역시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각종 CF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드라마 종영 이후 광고 촬영 및 행사, 국내외 팬미팅을 제외하곤 대중 앞에 나서질 않고 있다. ‘밥누나’에 출연했던 조연 길해연 장소연 위하준이 예능프로에 출연해 진솔한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자신에 대한 무한 지지를 보내는 열성 팬들이 아닌 대중과의 대면기회를 스스로 차단한 셈이다. 요즘 다채로운 리얼리티 예능은 과거와 달리 순발력이나 달변을 요구하지 않는다. 굳이 망가지지 않아도 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도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시대다.
박서준 류준열은 맞고, 박보검 정해인은 틀리다로 가늠할 사안은 분명 아니다. 성향, 가치관 그리고 선택과 관련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어줍지 않게 조언하자면 당신들은 ‘완성형 배우’가 아니다. 업계도 대중도 그런 무게를 요구하지 않는다. 작품이든 예능이든 선택의 순간에 가벼워질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완벽하게 세팅된 상황에 자신을 두는 게 쉽지 않을뿐더러 스스로의 발전에 자양분이 되지도 않는다.
숱한 도전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해나갈 푸른 잎들이기에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자신의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현재 최선이라고 판단된다면 가볍게 움직여보면 어떨까. 전성기를 연 영화 ‘아저씨’ 이후 8년 동안 차기작 선택에 고민을 거듭해오며 광고 외에는 두문불출하고 있는 배우 원빈의 광고 행사 등장 소식을 최근 접한 뒤 더욱 강하게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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