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외모에 끼, 현명함, 좋은 작품이 따르는 운...필요 조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른바 ‘잘 나가는 배우’ 한 명이 탄생하기 위해선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선망하는 멋진 외모나 독특한 배경은 있으면 좋지만, 이것들만으로 ‘만사 OK’는 아니다. ‘초짜 신인’이든 ‘아이돌 멤버’이든, 임팩트 있는 시작과 함께 자신에게 잘 맞는 작품을 고르는 혜안으로 최소한 흥행 2~3연타를 날리고 연기 외 다른 면에서도 흠 잡을 데 없는 매력을 뽐내야 비로소 ‘쓸 만한 배우’로 인정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요즘 이렇게 ‘잘 큰 신인’들이 방송 및 영화계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히트작 하나를 내놓고는 몇 년째 감감무소식인 톱스타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이들이 바로 ‘잘 큰 신인’들이다. 신선함과 매력, 좋은 작품 선택으로 무장해 승승장구 중인 신예의 ‘성공사례’들을 크게 둘로 나눠 짚어본다.

 

사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지은 김태리 김고은 이유영 이준호 김명수. tvN, 영화 '변산', JTBC, SBS, 영화 '봄' 제공

 

★노래도 연기도…팔방미인 ‘홍콩 스타형’ 

1980~1990년대 홍콩 영화 붐이 일 때, 그 시절 홍콩의 ‘언니 오빠’들은 모두 가수 겸 배우였다. 장국영 유덕화 장학우 막문위 등이 대표적이었다. ‘어떻게 둘 다 잘하지?’라는 생각이 이제는 배우로서 아직 신예임에도 연기까지 잘 하는 가수 출신 스타들을 보며 들게 됐다. 

최근 화제 속에 종영한 tvN ‘나의 아저씨’의 이지은(아이유)은 드라마 자체의 숱한 논란 및 기존 작품들에서의 연기력 논란을 딛고 불행한 20대의 서늘함을 제대로 표현하며 연기자로서 인정받았다.

 

사진=tvN '나의 아저씨'의 이지은(아이유)

 

송강호와 함께한 천만영화 ‘변호인’, 베테랑 설경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파트너로 등장한 영화 ‘불한당’과 tvN 드라마 ‘미생’을 통해 여기저기에 치이면서도 빛나는 청춘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임시완도 연기력 논란이 없는 아이돌 출신 배우의 대표 주자다. 

 

사진=SBS '기름진 멜로'의 이준호.

 

이런 경우로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 이어 SBS ‘기름진 멜로’로 주연급 남자 배우로 손색 없음을 증명한 이준호, KBS2 ‘슈츠’에서 대선배이자 톱스타 장동건에게 밀리지 않은 존재감을 뽐낸 박형식, JTBC ‘미스 함무라비’에서 반짝이는 꽃미남 미모를 가지고도 연기력 논란 없이 묵직한 원칙주의 판사 역할을 잘 소화해내고 있는 김명수(인피니트 엘), KBS ‘후아유-학교 2015’에서 조연이었음에도 주연급으로 사랑받은 끝에 tvN ‘도깨비’에서도 활약한 육성재 등을 들 수 있다. 

 

★강렬한 데뷔작 뒤 다채로운 매력 ‘팔색조형’

파격적인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은 뒤 잊힌 신예들도 매우 많다.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영리한 변신과 적당한 대중 앞의 노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배우들 역시 눈에 띈다.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의 김태리.

 

tvN 화제작 ‘미스터 션샤인’으로 첫 드라마에 출연한 김태리가 그런 ‘급성장’의 사례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 발탁될 때만 해도 ‘화제의 신인’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묵직한 현대사를 다룬 ‘1987’에서의 ‘하드캐리’에 이어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청춘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힐링 영화로 또다른 청순 매력을 뽐냈다. 김태리의 급성장을 ‘거품’이라고 폄하하는 이들 역시 있지만 데뷔한 지 얼마 안 되어 이만한 실적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유는 있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주연급 여배우 중 한 명인 김고은 역시 영화 ‘은교’에서 신인답지 않은 파격 연기를 선보인 뒤 급성장했다. ‘은교’의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드라마 ‘치즈인더트랩’ ‘도깨비’, 영화 '차이나타운' '협녀, 칼의 기억' '계춘할망'에 이어 최근 체중 증량을 불사한 영화 ‘변산’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변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사진=영화 '변산'의 김고은.

 

예술영화 ‘봄’에서의 전라 노출 연기로 처음 데뷔한 이유영 역시 늘씬한 외모의 신예라는 특징, 고(故) 김주혁의 연인이었던 사실 등으로 주목 받았으나 이런 부수적인 요소에 묻히지 않고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로 배우로서의 색깔을 드러내는 데 성공한 여배우로 꼽힌다. 

아직 차기작은 없지만, 이창동 감독의 ‘버닝’으로 충무로의 새로운 재목감이라는 평을 받은 전종서나 화제작 ‘마녀’의 여주인공 김다미 등이 이와 같은 경로를 밟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자아내는 신예들이다. 이들 모두에게 화제의 데뷔작 속 이미지를 떨치고 앞으로의 기회를 더 잘 잡아내야 한다는 무거운 과제가 있는 가운데 앞으로의 행보가 눈길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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