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작가의 신작 ‘미스터 션사인’이 시청자들의 기대 속에 베일을 벗었다. 당초 예고된 대로 전에 없던 TV 드라마의 화려한 영상미가 시선을 집중시켰다. 첫 방송 평균 시청률 8.9%는 2회에서 9.7%로 뛰어오르며 김은숙 작가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날개 달린’ 고공행진을 시작했다.(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전국 가구 기준)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드라마가 표방하는 ‘격변의 조선’, 구한말이라고 일컫는 1897년부터 1910년 한반도의 정세에 대한 역사적 인식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순수하게 드라마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다소 불친절한 인상이 강했던 편집 역시 시청자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24부작인 ‘미스터 션샤인’이 해결해야 할 숙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기대할 만한 포인트들을 짚어봤다.

 

◆ 문제점1. 겐요샤 구동매 캐릭터 미화?
 

극중 유연석이 연기하는 구동매는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천민에게 가해지는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일본으로 건너가는 인물이다. 그는 겐요샤 간부의 눈에 들어 신흥 하부조직인 흑룡회의 한성지부장으로 한성에 돌아온다.

구동매가 속한 겐요샤는 1881년 설립된 일본의 극우단체이자, 명성황후 시해 사건의 주범이다. 또한 한일합병과 조선의 식민지 정책에 기여한 단체로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와 뿌리 깊게 얽매여 있다.

‘미스터 션샤인’ 2회차에 구동매는 뛰어난 검술사로 등장하며 ‘다크 연석’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고애신(김태리 분)을 연모하는 ‘서브남주’의 역할이 예고됨에 따라 향후 그의 숨겨진 과거에 대한 배경도 극중에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자연스럽게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겐요샤에 들어간 구동매 캐릭터를 미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문제점2. 신미양요에 대한 설명 부재
 

‘미스터 션샤인’은 방송 전부터 신미양요 장면을 찍기 위해 최첨단 기기와 특수효과를 사용해, 당시의 치열했던 상황을 실감나게 재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신미양요 장면은 스크린에서도 보기 힘든 압도적인 스케일로 시청자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이 역시 역사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에 아쉬움이 따랐다. 드라마상에서는 미군이 조선에 통상을 요구하다 처절하게 싸우는 민초들의 용맹함을 높게 사며 발길을 돌리는 것처럼 그려진다. 극중에는 “미합중국은 정의로운 나라요. 저들은 제 나라를 위해 장렬히 싸웠소. 미합중국은 경의를 표하며 석방하오”라는 제독의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미군이 조선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광성진으로 접근해오다 경고용 사격을 빌미 삼아 사과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후 미군은 조선 정부가 사과와 손해배상을 거부하자 군함 2척과 육상 전투대원을 강화도에 상륙시켜 무력으로 점령했지만 광성진에서 전투에서 큰 타격을 입고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자 결국 일본으로 철수했다.

 

◆ 문제점3. 편집의 문제? 불친절한 사건·캐릭터의 구성
 

총 24부작인 ‘미스터 션샤인’은 12~16부작 드라마들과는 확실히 호흡의 차이가 있다. 대부분 드라마들이 1~2회에 등장인물들에 대한 설명을 명쾌하게 끝내는데 반해, ‘미스터 션샤인’은 유진 초이(이병헌 분), 고애신(김태리 분)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룬다. 구동매(유연석 분), 김희성(변요한 분), 쿠도 히나(김민정 분)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아직 이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

한성으로 발령받은 유진 초이와 고애신의 만남까지 이루어진 것에 비해 남은 주연급 인물들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진 초이가 한성으로 발령받았다는 정보가 1회 첫 신에 설명됨에도 불구하고 2회에서 다시 한번 등장하며 편집에 대한 의문을 안기기도 했다.

물론 ‘미스터 션샤인’은 주연을 제외하고도 캐릭터가 뚜렷한 조연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향후 전개에서 비교적 인물들을 표면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그려왔던 김은숙 작가가 어떻게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제시할지에 궁금증이 모아진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스터 션샤인’
 

대작이라는 수식이 불필요할 정도로 ‘미스터 션샤인’은 화려한 영상미로 이미 시청자에게 감동을 안기는 데 성공했다. 역사적 해석이 분분한 구한말에 대한 소재를 김은숙 작가가 선택했을 때는 그에 수반하는 문제점들 역시 감안하겠다는 의지 역시 느낄 수 있다.

아직 종영까지 갈 길은 멀고, 지금까지 경험한 김은숙 작가의 필력과 이응복 PD가 수놓은 드라마 속 세계로 미루어보다 ‘미스터 션사인’이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다는데 기대가 모아진다. 이병헌, 김태리, 유연석, 변요한, 김민정이라는 주연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감초 조연들의 활약이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캐스팅 단계부터 주연배우 이병헌과 김태리의 나이 차로 인해 논란이 불거지기는 했지만 본방송 이후에는 오히려 이런 걱정이 수그러들었다. 기획의도처럼 ‘흔들리고 부서지면서도 엄중한 사명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는 이름 없는 영웅들의 유쾌하고 애달픈, 통쾌하고 묵직한 항일투쟁사’를 ‘미스터 션샤인’이 앞으로 그려나가길 기대한다.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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