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스티’를 본 관객이라면 영화 ‘변산’에서 단연 고준에게 눈이 가지 않을까. 오일리한 케빈 리에서 욕설마저 구수하게 느껴지는 건달 용대로 돌아온 고준을 만났다. 이전부터 눈에 익은 배우였지만 ‘고준’ 이름 두 글자가 각인된 건 ‘미스티’ 때부터였다. 초반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미스터리의 중심에 선 케빈 리는 미친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았다.
 

다소 늦게 출세작을 만나 이름을 알린 배우들은 많지만, 대부분 악역이나 선굵은 역할이 주를 이룬다. 반면 고준은 관능적인 케빈 리 캐릭터로 ‘미스티’의 폭넓은 시청자층을 매료시켰다. 드문 케이스라는 말에 고준은 “몇몇 기자들이 이런 케이스로 등장한 경우는 없지 않았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없는거 같기는 하네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변산’에서는 전라도 사투리에 촌스러울 정도로 화려한 정장 스타일을 선호하는 ‘용대’로 열연한다. 심지어 어릴적 자신을 괴롭히던 학수(박정민 분)에 대한 열등감과 복수심으로 똘똘뭉친 유치한 건달 캐릭터다. 웃음 코드 역시 풍부해 케빈 리의 고준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연기 변신이 완벽했다는 말에 그는 “그렇게 보이면 고맙죠. 영화 쪽에서는 계속 악역으로만 초대 받았으니까요”라고 털어놨다.
 

(사진=(좌) JTBC '미스티, (우) 영화 '변산')

“소속사를 통해서 미팅을 하자고 제안이 들어왔어요. 제 연기를 보고 결정하실 줄 알았는데, 감독님이 ‘할 거야, 말 거야’ 하셨어요. 배우들이 저를 추천을 했다더라 고요. 정말 기분 좋았죠. 같은 직종에 있는 배우들이 용대에 고준을 추천했다는 게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영화에서 학수와 그 주변 친구들을 연기한 배우들 중 고준은 유일하게 40대였다.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더라면 누구도 몰랐을 정도로 이질감이 없었 건만, 무대 인사 자리에서 이를 직접 거론했다. 이질감이 없다는 말에 “다행이네요”라면서도 배우와 나이에 대한 소신을 전했다.

“나이에 고정관념을 갖고 배역에 대한 스펙트럼을 줄여버리는 거 같아요. 40대가 20대 후반을 연기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30대가 더 나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거고요. 나이 혹은 외형적인 부분에서 좀 더 열린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배우 중에 연기 정말 잘하는 친구들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대부분 타이밍이 안 맞는다고 이야기 하시는데, 틀을 깨고 이런 친구들한테 기회가 많이 갔으면 좋겠어요”
 

‘미스티’와 ‘변산’은 촬영기간이 오버랩 되며 체력적으로 힘들 수도 있었지만 고준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미스티’ 의 성공은 제작진의 공, ‘변산’ 촬영 내내 행복할 수 있었던 지점 역시 이준익 감독의 공으로 돌렸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 디렉션이 필요 없었다는 이준익 감독의 말을 전하자 “그건 감독님이 낮춰서 이야기하신 거에요”라고 답했다.

“꼭 말로해야 디렉션이 아니니까요. 어떻게 연기를 해야할지에 대한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감독님 아니였으면 배우들 간에 연기 앙상블이 이렇게까지 나오지도 않았을 거 같아요”

극중 용대가 호감을 갖는 미경 역을 맡은 신현빈과의 연기호흡에 대해 물었다. 고준은 “너무 좋았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둘의 케미가 잘 나왔던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신현빈이 너무 예뻐서 촬영 때 감정이입이 잘 됐겠다고 묻자 “처음 봤을 때는 ‘정말 예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근데 지금은 너무 다 친해져서 설렘은 없죠. 신현빈, 김고은 두 친구들한테 맨날 혼나요. 꼰대라고”라고 웃어보였다. 실제 만나본 고준은 말 한마디, 한마디 조심스럽게 이어나가는 편이었다. 많은 말을 하기보다 오래 생각하고 찬찬히 대답하는 편이었다.

“무표정하면 불편함을 준다고 (신)현빈이가 계속 웃으라고 해요. 제가 오빠지만 현빈이가 사적으로 잘 챙겨주는 편이에요. 변산에 나오는 여배우 두 명이 너무나 극강 매력을 가지고 있잖아요. (김)고은이도 정말 예쁘고요. 피부에서 진짜 광이 나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싱글리스트DB, 라운드테이블(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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