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호평 받았던 ‘부산행’(7월20일 개봉)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돼지의 왕’ ‘사이비’ 등 사회적 메시지를 품은 애니메이션으로 주목을 받았던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영화로 시네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1. 재난영화 New 패러다임

‘부산행’은 전대미문의 재난이 대한민국을 뒤덮은 가운데,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KTX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치열한 사투를 그렸다. 기차 속도만큼 스피디한 스토리로 관객들에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스릴과 쾌감을 선물한다.

여기에 재난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극한의 감정과 이기심, 사회적 갈등 및 처절한 부성애 등 다양한 인간군상을 망라하며 인간 내면에 대한 진실한 메시지를 내포한다. 이 영화는 그간 감각의 단편적인 모습만 조명했던 국내 재난 영화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2. 좀비 탈 쓴 성장영화

영화는 주인공 석우(공유)를 집중 조명하며 진행된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이기적인 면모를 드러낸 그는 딸 수안(김수안)의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희생하면서 조금씩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난다. 또 그의 변화는 극중 이기적인 용석(김의성)의 민폐짓과 꾸준히 대치되며 더 두드러지게 다가온다.

 

3. 연상호 특유의 비판의식

연상호 감독은 전작 ‘돼지의 왕’ ‘사이비’ 등 여러 작품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을 담아내며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바 있다. 이번 ‘부산행’에선 그의 비판 의식이 좀 더 짙어진 모양새다. 은근한 돌려까기가 아닌 직접적인 비판이 진행된다.

재난이 들이닥친 기차 안, 사람들이 바라보는 TV 뉴스에서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대처를 잘 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은 안심하셔도 됩니다”라며 발표한다. 하지만 이 말은 정작 재난과 대면하는 국민들의 진실한 상황과 다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왠지 기시감이 느껴진다.

 

4. 좀비영화로써 완성도

‘28일 후’ ‘새벽의 저주’ 등 할리우드 좀비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이라면 실망할 만한 부분이 눈에 띈다. 이 장르에서 요구되는 하드코어한 분장은 그 정도가 약하다. 좀비들의 행동 패턴도 단순하다. 그러다보니 영화 자체의 급박함과 긴장감이 그리 크지 않다. 카메라도 상상 이상으로 정적이다. ‘잔인하지 않은 좀비영화’는 대다수 관객을 안심시킬 수 있으나 마니아들에겐 실망스러운 요인이다.
 

5. 감동코드? 호불호 예상

‘부산행’은 좀비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여러 메시지를 함축한다. 사회 비판적 메시지에, 개인의 성장, 거기에 딸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를 비추며 감동까지 잡으려 시도한다. 특히 엔딩신은 극에 깊이 공감한다면 눈시울이 붉어질 수 있으나 관객에게 어필할 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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