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첫 방영한 tvN 금토드라마 ‘굿 와이프’가 시청률 4%를 달성하며 빠르게 인기몰이 중이다. 특히 '법정 드라마’라는 묵직한 장르적 요소로 시청률을 견인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법정드라마의 성공은 주인공인 변호사를 맡은 배우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장르 캐릭터와 달리 방대한 대사량을 비롯해 전문용어를 입에 붙여 속사포처럼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법정장면에서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파워와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초보 변호사 혜경(전도연)의 활약상에 환호한 시청자를 위해 ‘법정영화 스페셜리스트’ 배우 10명을 뽑아봤다.

 

톰 크루즈, 데미 무어 - ‘어 퓨 굿 맨’(1992)

명배우 톰 크루즈와 데미 무어는 ‘어 퓨 굿 맨’에서 군변호인으로 함께 활약했다. 톰 크루즈는 변호보단 합의로 사건을 해결하는 캐피 중위로, 데미 무어는 합의보단 진실을 추구하는 겔로웨이 소령으로 출연한다. 상반된 가치관에 늘 충돌하는 두 캐릭터는 강단과 섬세함의 균형을 맞추며 극을 이끈다. 톰 크루즈의 휘물아치듯 열정적인 변호, 데미 무어의 허스키한 중저음 변론이 묘한 앙상블을 이뤘다.

 

수잔 서랜든 - ‘의뢰인’(1994)

변호사는 법정에서 멋지게 변호하는 모습만 있는 게 아니다. 지적인 이미지의 대명사 수잔 서랜든은 ‘의뢰인’에서 엄마 같은 포근한 변호사 레지 역을 맡았다. 마피아의 비밀을 알고 있지는 소년 마크(브래드 렌프로)를 보호해주며 마피아의 살인 사건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연기했다. 그동안 영화 속 변호사들이 이성을 부각시켰다면, 그녀는 감성적인 변호사로 색다른 감동을 전달했다.

 

크리스찬 슬레이터 - ‘일급 살인’(1995)

개성 강한 배우 크리스찬 슬레이터가 ‘일급 살인’에서 관선 변호사 제임스 스탬필로 변신해 감옥에서 비인간적인 생활에 못견뎌 살인을 저지른 헨리 영(케빈 베이컨)을 변호한다. 이 영화가 품은 범죄자의 인권에 관한 메시지가 관객들 가슴에 전해질 수 있었던 건, 크리스찬 슬레이터가 펼친 섬세하고 진정성 있는 연기 덕이다. 주위 모든 사람들이 말리는 변호를 꿋꿋이 해나가는 그의 모습은 지금 봐도 멋지다.

 

매튜 매커너히 - ‘타임 투 킬’(1996),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2011)

매튜 매커너히는 변호사 캐릭터에 최적화된 배우 중 한 명이다. ‘타임 투 킬’에서 딸을 강간 살해한 범인을 향해 총을 난사한 피고인을 변호하는 정의로운 제이크 역을,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에선 자신의 실수로 무고한 사람을 감옥에 보내자 모든 것을 바로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속물 변호사 믹 할러 역을 맡았다.

블론드 핸섬가이에 머무르지 않고 예리함과 지성미까지 장착한 그는 귀에 쏙 박히는 발성과 진지한 눈빛으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법정드라마를 흥미롭게 이끈다.

 

리차드 기어 - ‘프라이멀 피어’(1996)

‘프라이멀 피어’에서 리차드 기어가 맡은 마틴은 살인 용의자 소년 애런(에드워드 노튼)을 무보수로 변호해줄 만큼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변호사다. 신뢰감 넘치는 눈빛과 정직한 목소리로 변호사 역에 꼭 맞는 듯한 그의 연기는 일품이다. 하지만 이내 신념을 흔들만한 비디오테이프가 발견된다. 이 대목에서 리차드 기어는 흐트러지는 신념을 다잡는 원숙한 내면연기로 관객의 깊은 몰입을 유도한다.

 

맷 데이먼 - ‘레인 메이커’(1997)

하버드대 영문과 출신 맷 데이먼은 최고의 지성인 변호사로도 썩 잘 어울린다. ‘레인 메이커’에서 그는 경험은 부족하나 피해자들에게 공감하고 언제나 열일하는 변호사를 매끄럽게 소화했다. 법대를 갓 졸업한 루디는 악덕 보험회사와의 소송을 맡게 되고 승소 가능성이 1%도 되지 않는 무모한 싸움을 시작한다. 데이먼은 대사를 외워서 내뱉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사실적인 변호사 연기를 해냈다.

 

리즈 위더스푼 - ‘금발이 너무해’(2001)

영화 ‘금발이 너무해’에서 엉뚱발랄한 하버드 법대생 엘리 우즈는 “금발미녀는 머리가 나쁘다”는 편견을 지워버린다. 정통 변호사 모습과는 거리가 멀지만 빠른 두뇌회전과 사교성을 앞세워 의뢰인에게 신뢰를 얻어냄으로써 결국 재판에 승리하며 통쾌함을 안겨준다. 금발의 영민한 여배우 리즈 위더스푼은 속사포 대사와 통통 튀는 연기로 엘리를 맞춤옷을 입은 듯 소화한다.

 

더스틴 호프만 - ‘런어웨이’(2003)

더스틴 호프만은 ‘런어웨이’에서 무모한 승부에 최선을 다하는 변호사 웬델 로를 연기했다. 총기난사 사건의 피해자 미망인이 펼치는 무기회사 상대 소송이란 ‘계란으로 바위 치기’ 재판에서 승리를 확신하며 전진한다. 관록의 명품 배우 호프만은 긴장보다는 여유로운 느낌에 방점을 찍으며 새로운 변호사 표현 방식을 제시했다.

 

송강호 - ‘변호인’(2013)

변호사와는 이미지상 거리가 영 먼 송강호는 국가대표 배우답게 송강호식 변호사 연기를 쓸어 담았다. 그는 ‘변호인’에서 빽 없고, 돈 없고, 가방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으로 분해 천만 관객 쾌거를 이뤘다. 단골 국밥집 주인 순애(김영애)의 대학생 아들 진우(임시완)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맡아 법정에서 토해내는 사자후는 심장을 뒤흔든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이다"란 명대사를 송강호 만큼 처리할 배우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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