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회장의 죽음은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14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사망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지난 2014년 6월12일 전남 순천 매실밭에서 박모씨는 시체를 발견했다. 꽤 오래 전 숨진 듯한 시신에 대해 박씨는 "머리는 다 빠졌고 해골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112에 신고했고 현장을 살펴본 형사는 "처음 봤을 때 노숙자가 사망한 것 아닌가 했다"고 밝혔다. 6월이었음에도 겨울 점퍼를 입고 있었고 때 묻은 손가방 속엔 술병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신원을 알 수 있을만한 소지품은 발견할 수 없었고 사망 원인을 알기 위해 부검을 했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경찰은 DNA 추출을 위해 우측 대퇴부를 잘라 국과부에 보냈다. 시신은 40여일 후 온 나라를 발칵 뒤집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유병언 회장은 세월호의 실질적 소유주로 알려지며 수배령이 내려졌지만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런 그가 부패된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유병언 회장의 사망 소식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기독교복음침례회, 일명 구원파 신도들이었다. 구원파 측은 "술병이 옆에 있다는 걸 본 순간 아니라고 생각했다. 술을 안 드신다. 건강을 그렇게 신경쓰는 분이 술을 드셨을리 없다"고 말했다.

심하게 부패된 변사체 사진을 본 사람들도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매실밭에서 시신이 발견되기 18일 전 검찰이 유병언 회장의 은신처를 급습했지만 유회장은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다. 현장에 있던 여신도는 전날 밤 누군가 그를 데려갔다고 했다. 그때까지 유 회장이 살아있었다는 것이다. 그 날 사망했다 해도 18일 만에 그 정도로 시신이 부패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유병언 전 회장의 사망시점은 과연 언제일까. 부패된 시신의 경우 파리가 가장 먼저 찾아와 알을 낳기 때문에 그 성장 단계로 사망 시점을 유추할 수 있다. 당시 시신과 발견된 구더기 중 일부는 냉장 보관돼 발견됐을 당시 그대로 얼어있었다. 사망 시점을 계산한 결과 6월 2일 오전 이전으로 나왔다. 변사체 발견 열흘 전이다. 열흘 만에 시신이 그 정도로 부패하는 게 가능할까. 미국 테네시주 시체 농장에서 시신 부패 과정을 연구한 정양승 박사는 사진을 보고 시신의 머리, 몸통, 팔다리를 분석한 뒤 5월29일부터 31일 사망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전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구원파 금수원을 찾아갔다. 유병언 회장의 도피를 도왔던 이교수와 김엄마, 양모씨를 만났다. 도피 총책으로 알려졌던 이 교수는 유병언 회장이 순천 별장으로 떠나기 전 이야기를 들려주며 "구원파는 죽일 놈들이고 없어져야 할 놈들처럼 돼있는데 시간이 지나서 세월호 참사 원인이 밝혀지면 오해가 벗겨지지 않겠냐고 했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은 금수원이 있는 안성에서 순천으로 향하기 전 "안성에서 보는 밤하늘은 마지막이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순천에 도착한 후 유회장의 생활은 평온했다고 한다. 이교수는 "일상생활의 연장선으로 생각했다. 평상시 연구하던 것도 다 챙겨가셨다. 도망갈 거면 진짜 해외로 갔어야 한다. 전혀 그런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의 급습 이후 순천 별장을 떠난 그는 어디로 갔을까. 양씨는 유병언 회장이 별장 뒤쪽 산으로 움직였을 것이라 추정했다. 양씨는 "검찰이나 경찰이 왔을 때 뒷문으로 가서 계곡 쪽으로 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유병언 전 회장은 73세였지만 기력은 젊은이 못지않았기 때문에 산을 타는 것은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유병언 회장의 자살했을 가능성에 대해 구원파 대변인은 "전혀 아니다. 내가 죽이고 살릴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박지선 교수도 "메모를 보면 시간이 지나길 바라고 언론의 관심이 줄어들길 바라면서 본인의 건강에도 희망을 가지고 있다. 자살 생각을 했다고 생각하기엔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살이나 저체온증이라 보기에는 몸도 정신도 건강했기에 살해 의혹도 제기됐다. 이교수는 "건강에 대해 굉장히 자신있어 하던 때였다. 거기서 돌아가실 이유가 없다. 거기서는 사고사 날 이유가 없지 않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누군가 죽여서 시신을 유기하고 자살처럼 위장했다는 것이다. 시신에서는 독물 약물도 검출되지 않았고 금간 곳도 없다. 그리고 사인은 여전히 불명이다.

시신 옆에 유병언 회장이 평소 쓰던 안경이 없었던 점, 시신 주위 풀들이 눞혀있었던 점, 근처 민가에서 시신이 부패할 때까지 몰랐다는 점 등이 유병언 회장 사망 미스터리를 증폭시켰다.

MC 김상중은 "신도들에 의하면 강연할 때 제외하면 안경을 쓰지 않았고, 풀의 상태는 시신 부패액 때문이고 민가 주인은 바깥출입이 잦지 않았다. 야외일 경우 시신이 부패해도 냄새가 거의 퍼지지 않기 때문에 모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사람의 탐욕으로 이런 참사가 벌어질 수 없다. 구조실패를 어떻게 설명할거냐. 그 사람의 탐욕의 원인이었다면 그걸 막았어야 할 국가는 무엇을 했냐. 모든 것이 유병언의 탐욕에 의한 것이라고 초점을 맞춰가는 것 자체가 왜곡시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잘못한 사람이 얼마나 많으냐. 마치 유병언만 잡으면 다 해결될 것처럼 언론도 호들갑 떨고 수사기관도 그랬다. 정작 유병언이 죽었다. 그리고 끝나버렸다. 이상하다는 거다"고 말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캡처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