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연극원으로 전공을 변경한 박정민.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연출 경험도 있었다. 당시 결과물은 누구도 찾지 못하게 다 지워버렸다고 털어놨다. 배우로서 어떤 연출스타일을 더 편하다고 느낄까.

“어떤 영화든 간에 감독님이 그려놓은 그림이 가장 정답에 가깝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영화에 어떤 연출을 선호한다기 보다 감독님 성향에 맞추는 게 배우로서의 임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진=영화 '파수꾼' 스틸컷)

박정민은 독립영화 ‘파수꾼’ 출신의 스타 중 한 명이다. 이제훈은 물론이고 조성하, 이초희 역시 모두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 그만큼 영화가 호평을 받기도 했고, 무엇보다 당시 신예였던 박정민과 이제훈을 충무로 유망주로 이끌어준 작품이었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필모그래피들이 흥행을 떠나 작품성이 하나같이 좋다는 말에 박정민은 “누군가는 제 필모가 좋다고 보실 수 있고, 누군가는 안 좋다고 보실 수 있을 거 같아요. 어쨌든 저한테는 다 소중한 작품들이에요. 저는 제가 나온 영화들을 다 좋아해요”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 와중에도 ‘각 잡힌’ 역할이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세련된 역할을 맡았던 영화가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김경원 감독) 정도. 박정민은 “더 인텔리하게 할 수 있었는데 ‘동주’ 끝내고 3일만에 찍어서 머리가 빡빡이였어요”라고 미소를 지었다.
 

“어떤 분들이 저한테 ‘뭐든지 다 하실 수 있을 거 같다’고 하시는데 멋있는 건 어려울 거 같아요. 잘 생기고, 멋있고 이런 게 쉽지 않아요. 폼잡는걸 잘 못해요. 오글거리는 걸 못 견뎌요. 개인적인 전사에 비추어 봤을 때도 어려운 부분인 거 같아요. 제가 힘준다고 해서 폼이 안나요”

인터뷰를 진행하기에 앞서 ‘타짜3’ 캐스팅 소식과 함께 박정민의 이름이 포털사이트를 장식했다. 반응이 뜨거웠다는 말에 박정민은 “류승범이 ‘타짜’하는데 박정민이 같이 나오니까 쳐보시는 거겠죠”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이런 관심만큼 ‘타짜’는 원작과 시퀄 작품들의 무게감 때문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타짜’ 출연, 많이들 만류했죠. 굳이 왜 그 험난한 길을 가려고 하냐고. 글쎄요, 시나리오가 재미있었어요. ‘타짜’ 만화도 다 봤는데 (개인적으로) 3가 제일 재미있었거든요. 권오광 감독님이랑 이야기를 많이 나눠봤는데 영화를 진짜 좋아하시는 구나 싶었어요. (류)승범 형이랑 하니까 기대도 되죠”
 

연기도 연기지만 박정민은 참 다재다능한 배우다. 2013년부터 매거진 <TOPCLASS>에 기고한 칼럼을 묶어 에세이집 <쓸 만한 인간>(상상출판)으로 출간하기도 했었다. 자전적인 이야기를 그것도 텍스트로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주업이 글 쓰는 게 아니라서 창피한 느낌은 없었던 거 같아요. 그 전부터 출판하자는 제의는 있었지만 거절을 했던 게 누군가한테는 평생 책 한권 내는 게 소원일 수도 있잖아요. 근데 ‘연예인이라서’, ‘배우라서’ 그 기회가 쉽게 오고 또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싫었어요. 거절을 하던 중에 고정적으로 글을 봐주시던 분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수도 있겠다 하는 마음으로 어렵게 결심했어요  글 못 쓰면 어때요, 작가도 아닌데(웃음). 그래서 책에도 ‘이 세상의 모든 작가들에게 존경와 경의를 표한다’고 썼어요. 출판 후에 다시는 안 펼쳐보고 있죠”

박정민은 극연기 이력이 있는 배우다. 경험이 없었으면 모르겠지만, 배우에게 ‘무대’는 언제나 갈증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기도 하다. 문근영과 함께 출연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회상하며 박정민은 “그때 너무 힘들었어요. 여러가지로 고민도 많았고, 그런 고민이 해결도 안되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막공 끝나고 펑펑 울었어요. 너무 울어서 (황)정민이 형이 집에 보낼 정도였어요”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는 그 시간의 갈등일 뿐 박정민은 “언젠간 해야죠. 제가 만든 극단도 있고, 극단에서 다시 공연을 하는 게 숙원 사업중에 하나에요. 여건이 안날 뿐이지 꼭 해야한다는 마음이 있죠. 연극만큼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게 조금 미숙하더라도, 내 돈을 들여서라도 하고 싶어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이라고 밝혔다.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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