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 청년 김명수에게는 두 개의 이름이 있다. 그룹 인피니트의 엘, 그리고 배우 김명수. JTBC ‘미스 함무라비’(연출 곽정환/극본 문유석)의 종영을 앞두고 그를 만났다. 젊다면 젊고, 어리다면 어린 나이지만 연기에 입문한 지 올해로 벌써 8년차다.

그간의 결실은 ‘미스 함무라비’로 꽃을 피웠다. 작품을 놓고 봤을 때는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고, 배우 김명수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인생캐’를 만났다는 호평을 받았다. 아직 임바른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탓일까. 다소 냉소적인 것 같지만 스스로를 끊임없이 검열하는 생각많은 청년 김명수에게서 임바른의 모습이 보였다.
 

이번 드라마는 김명수 생애 첫 주연작이기도 했다. 앞서 ‘주연’ 타이틀롤이 걸린 작품이 있지만, 서브 역할이 아닌 남자주인공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준비를 많이 해서 그런지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부담이 없었어요. 대본리딩 외에도 법원에 찾아가서 민사재판을 보거나, 배석 판사실을 들어가서 판사님들이 사건에 어떤 분위기로 임하는지 지켜봤어요. 세트로 나오는 조정실, 배석판사실 공간, 부속실, 사무용품 하나까지 실제 법원과 비슷하게 만들어져서 그런지 보통 적응기간이 필요한데 금방 익숙해졌어요”

꾸준히 연기를 해왔음에도 유독 이번 드라마가 반응이 좋았다. 배역이 김명수와 찰떡같이 맞기도 했고, 김명수가 안정적으로 임바른을 그려내기도 했다.

“반응은 작품 할 때마다 좋아지는 거 같아요. 저는 겸업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이번 ‘미스 함무라비’ 기간 동안은 배우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다른 작품을 할 때는 드라마랑 앨범 활동이 겹쳤던 적도 있고, 앨범이랑 콘서트를 병행한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서 (연기에) 온전히 집중을 못했던 거 같아요”
 

‘미스 함무라비’는 90% 사전제작이 끝난 상태에서 첫 방송에 돌입했다. 쪽대본으로 생방송처럼 돌아가는 드라마 촬영에 대한 부담도 덜했고, 무엇보다 시청자 반응에 휘둘릴 염려도 없었다. 이 또한 김명수가 꼽는 ‘미스 함무라비’의 장점이었다. 앞서 JTBC 에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출연했을 당시 그는 악플까지 모두 챙겨본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악플은 당연히 상처가 되죠.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비판을 그대로 해준다면 좋은 원동력이 되는 거 같아요. 지금 27살의 김명수가 그런 비판들을 받아들일 긍정적인 그릇이 있다고 생각해요. 나중이 되면 또 모르죠. 지금의 저로서는 ‘아직은 괜찮다’에요. 처음에는 악플 때문에 상처받고 슬럼프도 왔어요. 그 중에 거를 건 거르고, 수용되는 댓글들을 보다보면 저한테 도움이 많이 되는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제 주변 사람들보다 정확히 체크를 해줄 수 있으니까요”

민사44부는 한세상(성동일 분)이라는 넓은 운동장이 있기에 임바른과 박차오름(고아라 분)이 성장할 수 있었다. 극중에서는 물론이고 성동일과의 만남은 배우로서 김명수의 발전에 좋은 자양분이 됐다.

“성동일 선생님은 워낙 유쾌하고, (주변에) 잘해주시는 걸로 유명하잖아요. (고)아라 누나도 성격이 아주 밝아요. (류)덕환이 형도 그렇고, 다 저를 잘 받아줬어요. 연기적으로는 성동일 선생님이랑 덕환이 형한테 정말 많이 배웠어요. 성동일 선생님은 애드리브를 정말 많이 하세요. 저도 이번 드라마에서는 그런 지점들을 ‘임바른화’ 시켜서 녹였어요. 그 전 작품들은 부담감 때문에 그러지 못했어요.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토씨하나 안 틀리게 연기를 했었거든요. 대본은 작가님이 쓰신 거고 그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 이번 드라마에서 스스로의 딕션(발음)이 아쉬웠다는 김명수. 여러모로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성동일의 조언도 있었다.

“우선 대본을 계속 읽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코르크를 물고 연습을 하기도 했고요. 성동일 선생님이 ‘안되는 발음은 아예 대사의 뉘앙스를 바꿔서 하면 잘 된다’고 조언해주셨어요. 그렇게 해보니까 진짜 잘되는 것도 있더라고요”

로맨스는 정보왕(류덕환 분), 이도연(이엘리야 분)이 전담한다고 할 정도로 임바른과 박차오름의 러브라인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없는 건 아니지만, 기존의 멜로물들과 비교하자면 미비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15회에서는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후 마치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 수줍은 뽀뽀신이 있었다.

“후반부에 촬영을 하다보니까 각자 캐릭터에 대한 확실한 주관이 잡혀 있었어요. 오히려 에피소드들이 쌓이다보니까 감정신들도 잘 할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앞에 서사들이 정리가 되니까  뽀뽀신도 NG없이 찍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러브라인 분량이 적어 아쉬워하는 팬들도 있었다. 16부작 안에 책 한권 분량을 담다보니 러브라인이 약해진 것도 있었지만, 드라마가 전체의 흐름을 깨지 않으려는 작가의 의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원작에 로맨스가 거의 없었어요. 촬영도 원작대로 가야하니까 멜로가 거의 없었고요. 썸이 있는 미묘한 감정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는데, 촬영끝나고 시청자 입장으로 모니터 했을때 댓글 반응 보니까 ‘멜로가 조금 더 있으면 좋지 않았나’ 싶기도 했어요. 지난주에 작가님 따로 만났는데 그런 이야기를 좀 나눴어요. 사전제작이 아니었다면 피드백을 받아서 러브라인도 좀 넣지 않았을까 라고. 뽀뽀신 반응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포털사이트 클립영상 중에 15부 뽀뽀신이 제일 조회수가 높았어요”

 

②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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