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미스터 션샤인’은 스타작가 김은숙이 집필, 미다스의 손 이응복 PD가 연출을 맡으며 기획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다. 스케일, 캐스팅, 제작비 ‘미스터 션샤인’을 둘러싼 모든 것에는 ‘최고’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특히 이병헌, 김태리를 비롯해 스크린에서도 주연급인 유연석, 변요한, 김민정이 포진해 극을 꽉 메운다.

 

 

이들이 연기하는 배역들 역시 입체적이다. 유진 초이(이병헌 분)는 노비였던 부모가 양반가문에 억울한 죽음을 당하며 조국인 조선을 버렸다. 구동매(유연석 분)는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가축만도 못한 취급을 받다 일본으로 건너가 낭인이 돼 한성으로 돌아왔다. 유진 초이와 뿌리깊은 악연으로 묶인 김희성(변요한 분)은 지식인이지만 시대를 방관하는 한량으로 등장했다.

고애신(김태리 분)과 쿠도 히나(김민정 분)는 김은숙 작가의 기작품 속 여자 캐릭터들과 달리 입체적인 동시에 급진적이다. 고애신은 의병으로 살다 친일파의 손에 세상을 떠난 부모의 영향 탓인지 사대부의 영애임에도 불구하고 총구를 겨누고 시대에 저항한다. 쿠도 히나는 아버지 이완익(김의성 분)에 의해 돈에 팔려 일본으로 시집갔다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은 미망인이 됐다. 그녀는 불의를 참지 않으며 막강한 재산과 정보력으로 남자들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글로리 호텔의 사장으로 등장한다.

현재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역사왜곡을 조금만 내려놓고 순수하게 캐릭터만 살피자면 하나같이 매력적인 인물들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은 남는다. 유진 초이, 구동매, 김희성 사랑의 작대기가 모두 고애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 물론 우리나라 드라마는 ‘서브 남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로맨스에 남자주인공과 대립선상에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앞세워왔다. 하지만 구한말, 그리고 격동의 시대를 표방한 ‘미스터 션샤인’에서 이런 문어발식 러브라인이 꼭 필요했는가는 의문이다.
 

(사진='미스터 션샤인' 넷플릭스 포스터)

‘미스터 션샤인’은 역사는 기록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무명의 의병들의 묵직한 항일투쟁사를 내세우고 있다. 현재까지 극의 흐름으로 시대의 방관자인 유진 초이, 구동매, 김희성을 항일투쟁까지 끌고 들어오는 인물은 고애신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이 과정이 추측컨데 ‘멜로’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드라마 기획의도의 큰 골자를 살펴보면 ‘뜨겁고 의로운 이름, 의병’, ‘낭만적 사회와 그 적들’, ‘그리고 사랑’이다. 섣부른 판단일지는 모르나 4회까지의 전개를 살펴보면 ‘그리고 사랑’만 남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물론 유진 초이와 구동매, 김희성 앞에 변화의 조짐이 조금씩 놓이기는 했다. 유진 초이는 저잣거리에서 일본군에 처절하게 저항하는 어린 아이를 목격 했다. 여기에 거듭 동지인지 확인하려는 고애신의 질문에서부터 내적인 갈등에 휘말리고 있다. 구동매 역시 은인인 고애신으로부터 “변절자”라는 독설과 냉담한 말을 들었다.
 

멜로는 김은숙 작가의 ‘전공’이다. 김은숙 작가 스스로가 가장 잘 하고, 또 눈부신 결과물을 성취해온 장르다. 그러나 ‘미스터 션샤인’은 기존의 작품들과 출발점부터 달랐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하는 개인의 멜로가 아닌, 역사적 메시지와 이데올로기를 극 안으로 끌어온만큼 접근부터가 달랐어야 하는 건 아닐까.

우리나라는 한때 사극붐이 있었을 정도로 역사적인 사건을 극으로 각색한 사례가 많았다. 그 안에서는 실록에 한 줄로 기록된 인물들을 극적 인물로 재탄생 시킨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방송초반부터 이렇게 첨예하게 논란이 불거진 경우는 많지 않다.

드라마를 드라마로만 보자는 목소리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시대적인 배경, 그리고 이데올로기에 휘말린 인물들을 그리는 만큼 한층 더 진중한 태도로 다가서야 했다는 아쉬움이 더 크다. 24부작으로 제작된 ‘미스터 션샤인’은 이미 과반의 분량이 촬영된 상태라 차후 전개에 있어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김은숙 작가 스스로에게도 이번 작품이 변화를 선언한 도전인 만큼, 시청자 입장에서도 문어발식 러브라인으로 ‘사랑하고, 사랑만 하다’ 끝나는 드라마를 기대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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