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츠크해에서 불어온 시원하고 깨끗한 바람도 잠시. 눅눅하고 후텁지근한 공기가 한반도를 뒤덮고 몸을 무겁게 내리누르는 여름이 한창이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폭발하는 여름에는 으스스한 호러나 속 시원한 액션물 등을 찾게 된다. 그 중에서도 좀비물은 독특한 매력으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공포스러운 분장에 서스펜스, 고어한 장면 등은 좀비물의 진입장벽을 높인다. 좀비물을 보고 싶은데 겁이 많다면 다음 작품들에 주목하자.

 

 

영드 셜록의 마틴 프리먼이 주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카고'는 부성애로 심장이 울렁거는 감성 영화다.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아내가 좀비가 된 후, 아버지가 어린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는다.

'카고'는 온라인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7분짜리 좀비 단편 영화를 같은 감독이 넷플릭스에서 풍부하게 살을 붙인 작품이다. 단편에서 못 다 설명한 호주 좀비 아포칼립스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영화로 거듭났다. 감독의 철학이 그대로 녹아든 '카고'는 좀비 분장도 너무 과하지 않아 좀비 영화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 역시 색다른 좀비물이다. 주인공은 어느 날 영문도 모르게 좀비가 됐다. 하지만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삶이 싫지 않다. 영화는 주인공과 그를 사랑하는 남편의 대범한 범죄를 보여주는 달콤살벌한 로맨스를 다룬다.

좀비라고 하지만 세상 행복을 느끼고 있는 주인공(드류 베리모어)은 샤방샤방 빛난다. 그의 사람 사냥도 호러보다는 코믹에 가깝다. 사방으로 튀는, 가짜라는 것이 너무 확실한 피와 살점은 피식 웃어 넘길 수 있을 정도로 잔인하지 않다. 두 사람은 좀비라는 정체를 숨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DC코믹스의 좀비 만화가 넷플릭스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아이 좀비'는 좀비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장르는 액션이나 호러, 스릴러가 아니라 추리와 수사다. 미모와 근사한 연인, 탄탄대로의 커리어까지 남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던 주인공 리브 무어(로즈 매카이버)는 낯선 남자에게 마약 흡입을 당한 후 좀비가 된다.

좀비로 다시 태어난 리브 무어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던 약혼자도 등지고 홀로 살아가려 한다. 뇌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그는 뇌를 쉽게 공급받기 위해 시체 안치소에서 일한다. 하지만 뇌를 먹으면 죽은 이의 기억을 엿보게 되는 부작용을 겪으면서 살인 사건의 탐정으로 변신한다. 물어 뜯는 장면보다 주인공이 추리를 하는 장면이 더 긴 만큼 '아이 좀비' 역시 누구나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좀비 콘텐츠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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