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라오스 북서부 메콩강변에 자리 잡은 루앙프라방. 라오스 왕국 시절 수도였던 고도다. 전통 건축물과 19~20세기 프랑스 식민지배 당시 건축물이 조화를 이뤄 1975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라오스 여행 루트인 비엔티엔, 방비엥, 루앙프라방 가운데 가장 기대가 컸던 곳이다.(진에어가 인천-비엔티안 구간을 운항하고 있으며, 난 베트남에어로 하노이를 경유해 루앙프라방으로 들어갔다.)



2. 구시가 곳곳에는 30여 개의 불교 사원(와트)들이 산재해 있다. 언제든 경내로 들어가 산책과 명상을 할 수 있다. 가장 유명한 사원은 메콩강과 칸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와트 시엥 통으로 전통 라오스 건축기법의 걸작품으로 꼽힌다. 색유리와 금으로 장식돼 화려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3. 여느 동남아시아 국가 사람들과 달리 라오스인들은 시끄럽질 않다. 순박한 품성과 느긋하고 평화로운 삶의 방식이 두드러진다. ‘치유의 나라’ ‘여행자들의 파라다이스’란 평을 듣는 이유다. 특히 시간이 멈춘 듯한 루앙프라방은 편안한 침묵의 도시다.

 


4. 중심가에서 툭툭을 타고 15분 거리인 올드브릿지 아래 호텔에 짐을 푼 뒤 여행사, 레스토랑, 카페, 빵집, 마사지숍, 상점, 호텔이 몰려있는 시사방봉 거리로 산책을 나섰다. 택시와 버스가 운행하지 않기에 2km에 이르는 2차선 도로는 한적하다. 우아한 프랑스풍 건축물 사이사이 위치한 베이커리에선 갓 구운 바게트 냄새가 진동한다. 라오비어와 곁들여 먹는 바케트 샌드위치는 별미다.



5. 휘적휘적 거리를 거닌 뒤 다음날 아침 탁밧 행렬을 참관하기 위해 셔틀 서비스 신청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오전 5시, 호텔에서 시사방봉 거리 끝자락에서 자리를 잡았다.중국인·한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들어 시끌벅적. 노점상에서 공양할 음식물을 산 뒤 방석 위에 앉자 5시30분부터 주황색 행렬이 나타났다.

 


6. 잠이 덜 깬 동자승부터 노승에 이르기까지 주황색 승복을 입은 맨발의 스님들이 신자들로부터 정성 가득한 찰밥과 음식물을 받고는 노숙자와 빈자, 떠돌이 개들에게 일부를 나눠준다. 나눔과 무소유의 행렬이다. 루앙프라방의 아침을 여는 장관은 매일 반복된다.

 


7. 루앙프라방의 골목길을 다니다 발견한 공정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로 목을 축이고, ‘인간극장’에 소개돼 화제를 모은 ‘빅 트리 카페’에서 한식을 먹고 나니 오후 5시, 시사방봉 거리에 바리케이드가 쳐진 뒤 야시장이 들어선다.

 


8. 야시장 골목길 안쪽에 펼쳐진 만낍 뷔페에선 프랑스와 아시아 풍미가 뒤섞인 요리들이 내어지고산에서 내려온 소수부족들이 종인 전등갓, 오색 천가방, 앞치마, 동전주머니,카페트, 앙증맞은 코끼리상 등을 진열해놓은 좌판을 연다. 호객행위가 없어 여유롭게 구경하기에 제격이다. 순박한 얼굴로 제시하는 너무나 착한 가격에 흥정할 마음은 사라진다. 천으로 만들어진 티슈케이스를 샀는데 똘랑 1000원!

 


9. 허기가 밀려들 즈음 야시장 한쪽 골목에 밀집한 노천뷔페를 찾으면 된다. 일명 ‘만낍(1400원) 뷔페’인 이곳은 고객이 원하는 음식(볶음밥, 면요리, 생선구이, 두부튀김, 어묵,각종 야채 밑반찬)을 볼에 담아서 주인에게 건네면 즉석해서 한 번 더 볶아준 뒤 서빙해준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자 업소들이 담합해 만 오천낍으로 가격을 올렸다^^

 


10. 골목을 나와 왼편으로 조금만 걸으면 왕궁박물관이 나오고 맞은편에 루앙프라방 중심에 자리한 야트막한 푸시산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이 나있다. 프랜지파니 꽃잎을 즈려밟으며 정상에 오르면 도시로 내려앉는 노을이 눈으로 들어온다.

 


11. 어둠이 짙어질 즈음, 시사방봉 거리로 다시 내려와 중앙 광장 왼쪽편 조마 베이커리와 여행자 골목을 둘러봐도 좋다. 푸시산 정상에서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프랑스인이 운영하는 유서 깊은 카페 겸 서점 ‘에뜨랑제(이방인)’가 여행객을 맞는다. 외국인과 젊은층이 몰리는 나름 ‘핫’한 클럽, 노천 바들이 인근에 몰려 있다. 하지만 루앙프라방의 나이트라이프는 다른 도시들처럼 요란하지 않다. 짧고 조용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