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XtvN 새 예능 ‘한쌍’이 20일 첫 방송됐다. 장르는 공개구혼 리얼리티 예능이며 부제는 ‘新인륜지대사’다.

 

 

이 프로그램은 반려자를 간절히 찾고 싶은 미혼남녀와 자녀들이 인연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은 부모님의 모습을 함께 담는 프로그램이다. 첫 방송을 보고 난 감상은 짬뽕을 맛본 느낌이다.

앞서 제작진은 ‘연애’보다는 ‘결혼’에 초점을 맞췄음을 강조했다. 결혼이라는 과제에 직면한 부모자식 세대의 생각과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는 과정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결혼 상대자의 조건을 함께 고민해보도록 만들겠다고도 했다.

고풍스러운 저택에 남녀 참가자(남성 5명, 여성 4명)가 모여 인사를 나누고, 외모를 보지 않은 채 오가는 대화만으로 서로의 호감도를 확인하는 10분간의 블라인드 데이트를 거쳐 서로 얼굴을 공개한 뒤 첫인상에 심박지수를 높여가는 과정이 펼쳐졌다. 여성 참가자 한재선이 호감도 1위에 올랐다.

참가자들의 부모 9명 역시 한 자리에 모여 상견례를 한 뒤 자식들의 인연 맺기를 모니터로 지켜보며 자신의 생각을 꺼내 놓았다. 자식의 인륜지대사와 관련한 일이다보니 감정이입을 하기도 하고 함박미소를 짓거나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블라인드 데이트에 나선 남자 출연자의 어머니는 자식의 행동 하나하나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듯 하면서도 아들의 데이트 과정을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모습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연예계 싱글남 스타들과 결혼 적령기를 훌쩍 지난 늙은(?) 아들의 일상을 지켜보는 어머니들을 다룬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가 떠오르는가 하면 때론 청소년 자녀들을 해외 여행길에 내보낸 tvN '둥지탈출'이 뇌리를 스친다. 물론 당연히 시즌2까지 화제성과 함께 인기몰이에 성공한 채널A 연애 리얼리티 ‘하트시그널’을 연상케 된다.

최근 방송가 예능 트렌드가 ‘관찰예능’ ‘연애 리얼리티’다보니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범람하고 있다. 따라서 ‘한쌍’의 구성이 앞서 선보인 프로그램들과 유사하다는 점은 크게 딴지 걸 일은 아닐 테다. 하지만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며 방송 중인 ‘미우새’의 형식을 연애 리얼리티에 합체시켜버리는 것이 온당한 지, 그럴싸한 명분을 내건 기계적인 짜깁기인지 고민해볼 사안이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대부분의 연애 리얼리티 경우 출연자들의 매력이 프로그램의 성패를 결정짓는다. 그런데 성인남녀가 만나고, 서로에 대해 호감을 키워가며 연애하는 과정을 부모가 지켜보는 것은 오싹하다. 부모의 직접적 개입이 없을 지라도.

가뜩이나 성인이 돼서도 부모 품을 떠나지 못한 채 경제력마저 의존하는 캥거루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시대에 연애와 결혼마저 부모의 가시권 내에서 이뤄져야 하는지 씁쓸하기만 하다. 연애와 결혼은 당사자의 인생사이므로 스스로 성인다운 결정을 내린 뒤 부모의 이해와 지지를 구하면 될 사안이다.

연예인들의 부모 자녀, 일가친척까지 왜 방송에서 봐야하는지 피로도가 쌓여가는 시점에 이제 예능에 출연한 일반인 출연자의 부모, 그들의 욕망까지 보고 들어야하나 싶다. 첫 회만 방영된 상태라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할 일이나 현재로선 다음 회를 챙겨볼 만한 신선한 동기가 떠오르질 않는다.

 

사진= XtvN '한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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