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이 방송가 예능의 대세를 이룬 지 몇 해가 됐다. 초창기 대표주자는 배우 하정우였다. 영화 속 그의 호쾌한 ‘먹는 장면’은 화제를 양산했고, 독보적인 ‘먹神’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많은 연예인들이 ‘넘사벽’ 하정우의 아성에 도전했다. 최근 들어서야 세대교체를 이루며 견고한 4강 체제를 구축한 모양새다. 각자만의 개성으로 대중의 침샘을 폭발시키는 주인공들을 살펴봤다.

 

★ ‘전지적 맛집 감별사’ 이영자

사진=MBC '전지적 참견 시점' 방송 캡처

MBC 인기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관록의 개그우먼 이영자는 생생하면서도 진정성 넘치는 맛집 추천과 영혼 있는 맛 표현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열어 젖혔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던 고속도로 휴게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도록 만든 ‘미식 휴게소’나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숨은 맛집들을 소개한 방송에선 생활 속에 배인 그의 음식 사랑과 맛집 발굴의 부지런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먹바타' '상상먹방'의 신기원까지 과시했다.

많이 먹기도 하지만 신선한 식재료, 주인장의 정성, 편안하게 음미할 수 있는 시간대,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먹는 방법, 특정 소울푸드를 찾게 되는 자신의 상황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는 자세는 거의 철학자 수준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올해 상반기 밀레니얼 세대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이영자’를 지목했다. 기성세대뿐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에게도 그는 강력한 ‘맛집 감별사’다.

 

★ ‘곱창여신’ ‘혼밥달인’ 화사

사진= MBC '나 혼자 산다' 방송 캡처

먹방 출연 단 2회, 먹은 메뉴 단 3개(곱창·간장게장·김부각) 만으로 ‘곱창여신’ ‘간장게장 여신’으로 등극했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마마무 멤버 화사는 첫 출연에서는 곱창을, 두 번째에는 간장게장과 김부각으로 시청자의 외식·야식 욕망을 한껏 자극했다.

아름답게 메이크업을 마친 뒤 낮 시간대에 곱창집을 혼자 방문하는 난이도 최고레벨을 달성하는가 싶더니 곱창을 너무나 맛나게 뚝딱 해치웠다. 운전면허시험에서 낙방한 뒤엔 집에서 배달앱으로 간장게장을 주문, 어머니표 김부각과 함께 내장까지 싹싹 긁어 먹으며 안방극장을 초토화시켰다. 20대 걸그룹 멤버가 돼지고기 부속물과 내장을 즐겨 먹음을 스스럼없이 공개하고, 별다른 MSG 발언 없이 천진난만한 아이의 표정으로 담담하게 폭풍 흡입하는 장면은 초현실주의 풍경 같다. 더욱이 혼밥의 진수를 보여주기까지 했다.

 

★ ‘고급진 먹방킹’ 김준현

사진=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방송캡처

개그맨 김준현은 육중한 체구만큼이나 음식 사랑이 유별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밥상의 신’ ‘맛있는 녀석들’ ‘비법’ '백종원의 3대천왕' ‘백종원의 푸드트럭’ ‘아이엠셰프’ ‘팀셰프’ 등 먹방 예능을 다수 진행하거나 출연해오고 있다. ‘어서와~한국은 처음이지?’에서 방한한 외국인들의 먹방 장면이 나올라치면 그는 푸드 해설가로 모드 전환한다.

‘전참시’에서 이영자가 현존하는 최고의 먹방 예능인으로 김준현을 꼽으며 “참 고급스럽게 먹는다. 많이 먹는데도 상스럽질 않다”고 극찬했을 만큼 음식에 대한 조예가 전문가 급일 뿐더러 느긋한 표정으로 음미하면서 먹는다. ‘초짜’들이 보여주곤 하는 호들갑이나 속도감 따위를 그에게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대가의 여유다.

 

★ ‘먹부림 뇌순남’ 성훈

사진= MBC '나 혼자 산다' 방송 캡처

조각 미남과에 속하는 한류스타 성훈은 ‘나 혼자 산다’에서 뇌순남 먹신 면모로 화제를 모았다. 수영선수 출신인 그는 평소 체중조절을 하느라 호랑이 관장으로부터 철저한 식단관리를 받는다. 하지만 감시의 눈길을 피해 엄청난 양과 빛의 속도로 먹부림을 펼치곤 한다.

만화카페에서 김치볶음밥, 짜파게티, 스팸마요볶음밥, 라면, 미숫가루, 핫도그를 클리어 해 기함을 토하게 만들었고 중국집에서는 탕수육을 자장면에 말아먹는 신공을 발휘한 뒤 삼선볶음밥, 중국냉면, 중새우를 논스톱 흡입했다. 혹한기 한강고수부지 캠핑장에서의 고기 먹방도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다. 이외 반으로 쪼갠 수박을 숟가락으로 퍼먹다가 요구르트를 부어 해치우고, 시리얼이 담긴 봉지에 우유를 들이부어 봉지째 먹어대는 등 진공청소기급 식욕을 자랑한다. 한류스타 가운데 단연 최고 ‘먹신’이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