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7월. 배우 이엘리야를 만났다. 앞서 ‘쌈, 마이웨이’,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어두운 배역을 줄곧 연기해 ‘미스 함무라비’에서 베일에 싸인 속기사 이도연으로 첫 등장했을 때도 비슷한 기조의 캐릭터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정보왕(류덕환 분)과 해피엔딩으로 방점을 찍으며 전에 없이 달콤한 러브라인을 그려냈다. 스스로도 “러브라인이 굉장히 오랜만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일단 행복했어요. 극중에서 일방통행의 연애를 많이 해왔으니까요. 류덕환씨가 많이 배려해주신 덕분에 오랜만에 멜로를 하는데도 사람으로서, 배우로서 사랑받는 거 같았어요. 메인이 아닌 서브인데다, 시청자 분들이 법정서사에서 러브라인을 기대하시는 게 아니다보니 ‘응원받을 수 있을까? 방해가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근데 감독님, 작가님 만나 뵙고 류덕환씨를 만나보니 ‘혼자 걱정이었구나’ 싶더라고요”

이도연은 누구나 인정하는 일처리 능력을 가졌지만 사생활이 알려진 바 없는 법원 내 미스터리한 인물로 그려졌다. 이후 정보왕과의 러브라인, 그리고 박차오름(고아라 분)과의 신뢰가 깊어지는 과정에서 ‘밤일’로 웹소설을 하는 반전이 밝혀지기도 했었다. 극의 초반과 중후반부 캐릭터에 변화를 그려내야하는 만큼 고민도 많았다.

“시나리오로 처음 이도연을 만났을 때 굉장히 명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저 역시도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초반부만 읽을 수 있었으니까요. 사전 제작이라 감독님, 작가님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저라는 사람의 모습들을 극에 반영해주셨어요. 명확한 여자 이도연에 이엘리야의 색을 입혀본 거 같아요”
 

무엇보다 이도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엘리야는 대학 시절 기숙사 생활을 함께하던 룸메이트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엘리야는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에 재학하며 2년 남짓 한 살 터울의 문창과 룸메이트와 생활했다.

“이도연은 저랑 비슷한 점도 많았지만, 룸메이트 언니가 생각 나더라고요. 여전히 연락을 하고 지내요. ‘미스 함무라비’ 방송 초반에 언니가 반응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사실 언니는 결말(도연이가 작가라는)을 아직 모르는 거 같은데, 알게되면 많이 놀랄 거 같아요”

작품에서 맡은 배역에 따라 배우들은 팬들의 반응에도 온도차를 느낀다. 따뜻한 이도연을 입은 이엘리야는 이런 반응을 체감할까. 그는 “오늘도 사람 많은 냉면집에서 식사를 하고 왔는데 아무도 몰라보셨어요”라고 웃음을 터트렸다.

“방영 끝나고는 물론이고, 방영될 때도 오픈된 공간을 잘 안갔던 거 같아요. 평소에도 자연이 있는 곳으로 다니는 편이에요. 예전에 기차를 타고 오는 길에 고등학생 정도 되는 여자분이 알아봐주신 적이 있어요. 제가 눈이 약한 편인데 햇빛이 강해서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거든요. 어떻게 알아 보셨냐고 물었더니 ‘입술을 기억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엄청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알아봐주신다는 걸 체감하기에는 아직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할 거 같아요”
 

이엘리야는 ‘미스 함무라비’ 연출을 맡은 곽정환 감독과 2013년 ‘빠스껫 볼’에서 이미 한 차례 함께 작품을 한 적이 있다. ‘빠스껫 뽈’은 그녀의 데뷔작이자 첫 주연작이었다. 실상 오랜 매체 활동에도 불구하고 다소 늦게 이름을 알린 편이었다. 하지만 역할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묵묵히 연기해온 덕에 인지도가 쌓이기 시작한 시점부터는 ‘연기 잘하는 신예’라는 호평을 많았다.

“제가 이전에 출연했던 작품들이 젊은층이 보는 드라마가 아니었던 거 같아요. ‘쌈, 마이웨이’는 확실히 젊은 세대가 좋아해줬던 드라마이기 때문에 좀 더 이슈가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도연이처럼 사랑받을 수 있는 연기를 했다는 게 굉장히 감사하죠”

배우로서 ‘미스 함무라비’는 이엘리야에게 어떤 느낌으로 남았을까. 간단한 종영소감을 부탁했다.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따뜻한 드라마를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드라마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많은 분들과 함께 따뜻하게 작업했어요. 제 개인적으로 드라마를 통해서 얻은 희망들이 있어요. 시청자분들 마음 속에 어떻게 기억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번씩 떠올리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싱글리스트DB, 라운드테이블(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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