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미스 함무라비’ 종영 후 다수 매체와 인터뷰를 하며 이엘리야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최근 “성격이 좋다”라는 소문이 났을 정도. 사실 안면도 없는 기자들과 앉아 하루에도 몇 시간씩 대화를 주고받는 게 피곤할 법도 했지만 이엘리야는 “하나하나 다른 분들이잖아요. 다양한 분들을 만난 거 자체가 감사해요. 물론 그 분들이 저를 위해서 시간을 내주신 것도 감사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대화하는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저만 너무 재미있었던 건 아닌지 걱정도 되요”라고 미소 지었다.
 

유독 어두운 역할을 많이 한 것 같았다고 하자 그는 “말 안하고 있으면 그런 느낌이 있는가 봐요. 학교다닐 때 친구가 ‘너는 웃어도 슬퍼보여’라고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 나요. 눈이 깊어서 그렇다는데,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어요.(웃음)”라고 말했다.

“사실 어떤 인물을 연기하냐 따라 이미지가 생기는 거 같아요. 저의 실제와 닿을 수는 없겠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배역으로 인식 되면서 악역을 하면 그 다음에 또 악역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렇게 사람들 생각 속에 이엘리야라는 사람이 인식돼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도연이처럼 가장 저와 닮은 배역으로 시청자분들게 사랑받는 연기한 경험이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에요”
 

‘작은 신의 아이들’ 심희섭, ‘미스 함무라비’ 류덕환. 러브라인의 방향성을 떠나 상대배역들로 참 ‘좋은배우’들을 만나왔던 이엘리야. 선배인 동시에 동료인 그들에게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물었다. 이엘리야는 “너무 행복했어요”라는 말로 운을 뗐다.

“심희섭씨가 ‘미스 함무라비’ 보고 연락이 왔었어요. ‘(전작과) 다른 느낌이었다고, 잘 보고 있다’고. ‘작신아’ 때 서로 붙는 신이 많았는데, 눈이 주는 힘이 있는 배우였어요. 서로 바라보고 연기하는 걸로도 몰입을 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근데 또 평소에는 굉장히 순수한 느낌을 많이 받아서 ‘밝으신 분이구나’라고 생각했죠”

이엘리야와 마찬가지로 모처럼 러브라인을 그린 류덕환은 앞서 인터뷰에서 너무 웃음이 많아서 촬영이 어려웠다고 전하기도 했었다. 이에 이엘리야는 “인간 류덕환과 배우 류덕환의 모습이 차이가 많지 않은 거 같아요. 사람으로도, 배우로도 멋있는 분이에요. 연기에 대한 열정도 말하기 조심스러울 정도로 뜨거운 분이고, 인간적으로 진솔해요. 제가 아무 것도 안하고 있어도 그 신을 살려주는 거 같은 느낌? 정보왕의 순수한 마음이 표현되면서 신을 만들어 갔는데 시청자들이 러브라인을 응원해줄 수 있었던 이유가 류덕환씨에게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극 중에서는 사랑에 미숙하고 서툰 정보왕을 적극적으로 이끌었던 이엘리야. 실제 그녀의 연애스타일은 어떨까.

“도연이랑은 굉장히 다르지만 안전한 남자를 좋아하는 부분은 일치해요. 법원내에서 처음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 상대가 정보왕이잖아요. 마음에 신뢰가 가장 중요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시간을 두고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데 그 전까지는 표현도 잘 못하고, 굉장히 서툴러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보다는 도연이의 감정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자기 공간에 초대하면서 ‘모험하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게 어떤 감정인지 알고 싶어서 주변에 여쭤보기도 했어요”

이엘리야는 연기를 전공했지만 글을 쓰는 일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냥 말이 아닌 ‘쓰고 싶다’는 행위는 읽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일. 최근 어떤 책을 읽냐고 묻자 공자의 ‘논어’라고 답했다. 이미 한 번 완독을 했지만 다시 접근해보고 싶었다고. 더불어 윌리엄 폴 영의 ‘갈림길’, 더글라스 케네디의 ‘템테이션’을 말했다.

“돌아가면서 읽고 있어요. 세 권 정도 정해놓고 이거 읽다 저거 읽다 변화를 주면서 읽는 편이에요. 재미있는 건 어쩔 수 없이 안 나가고 삼일내내 읽을 때도 있어요. 연기 전공이지만 대학 때는 극작과, 문창과 친구들이랑 서로 시도 써주고 편지도 써주고 그랬어요. 그때는 글 쓰는 일에 동경이 있었던 거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나라는 사람의 생각을 글로 쓸 수 있는 거구나 싶었어요”
 

많은 독서량 때문일까, 매번 깊이감 있게 배역을 소화해내는 이엘리야의 내일이 더욱 기대됐다. 그녀에게 배우로서 꼭 한번쯤 해보고 싶은 역할에 대해 물었다.

“배역으로 특정 하자면 ‘노다메 칸타빌레’에 나오는 노다 메구리에요. 일류의 길을 가야하는 걸 지양하는 문화속에서 재능이 충분하지만 유치원 선생님이 될 거라며 그 길을 찾아가잖아요. 저도 노다메 같은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작품으로는 이창동 감독님 팬이거든요. ‘시’의 미자같은 인물도 연기해보고 싶어요 감히 윤정희 선생님의 연기를 표현하자면 깊이가 있잖아요. 한번은 윤정희 선생님과 김건우 선생님을 경리단길에서 마주친 적이 있어요. 그런 성격이 못되는데 달려가서 인사를 드렸죠”

연기 이야기를 하며 누구보다 빛나는 이엘리야의 얼굴이 보는 사람마저 기분 좋게 만들었다. 이제 ‘미스 함무라비’ 이도연과 정말로 작별할 시간. 이도연은 배우 이엘리야에게 어떤 존재일까. 그는 “닮고 싶은 여자이자, 제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사람? 방송 끝나고 인터뷰를 하면서 ‘미스 함무라비’를 계속 회자하다 보니 제 생각 이상으로 도연이의 여운을 갖고 있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이제 도연이는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서 노력해야죠”라고 각오를 밝혔다.

사진=싱글리스트DB, 라운드테이블(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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