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미스 함무라비’(연출 곽정환/극본 문유석)는 법원을 배경으로 선택한 만큼 연배가 있는 배우들이 다수 출연한다. 부장판사로 성동일, 차순배, 이원종 수석부장 안내상, 법원장 김홍파가 열연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들에 필적할 정도로 오랜 연기 경력을 가진 베테랑 배우가 또 있다. 무려 27년의 연기경력을 가진 류덕환이 그 주인공.
 

제대 후 약 4개월만에 연극 ‘낫심’으로 복귀해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로 본격적인 활동 재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비단 배우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군대물’ 빼기에 시간이 걸린다는데 2년 전이나 현재나 그의 연기력은 한결 같다. 걸어 다니는 찌라시 정보왕이 이도연(이엘리야 분)과 사랑에 빠져 안전한 남자가 되기까지 과정을 류덕환은 매끈하게 그려냈다.

“군대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조금의 심경의 변화도 있어서 드라마 선택에 용기를 냈던 것도 있어요. 결과도 좋았지만 작업을 하면서 과정 자체가 마음 먹었던 걸 잘 이행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느린 사람이라서 빠르게 집중하는 걸 못하는 편이라 드라마라는 매체에 대해서 겁내고 무서워하는 게 있어요. 감사하게도 ‘미스 함무라비’가 좋은 경험으로 남아서 앞으로 드라마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예전만큼 겁낼 거 같지는 않아요”

실제 류덕환은 아역으로 활동하던 시절을 제외하면 드라마 출연이 많지 않다. 주조연을 포함 27편의 영화에 출연한 것에 비한다면 드라마 작품 수는 현저히 적었다. 성격때문도 있었지만 배우 류덕환으로서의 고집도 있었다.

“20대때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거야’라는 마음이 있었다면 지금은 대중들이 좋아한다면 제가 좋아하는 것들 중에서 포기할 건 포기할 수도 있다는 마음이 생긴 거 같아요. 물론 제가 좋아하는 것들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많이 생겼어요”
 

이런 심경변화는 군대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줄곧 연예인으로 살았던 류덕환에게 수직적인 계급 사회, 그리고 집단생활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계기였다.

“작대기 다는 게 그렇게 즐겁더라고요(웃음). 안 가봤을 때 남들이 군대 이야기를 하면 ‘그러려니’ 했는데 어느순간 저도 그런 걸 느끼고 있었어요. 제가 병장일 때 이등병이 들어왔는데 선임으로 이름은 잘 몰라도 연예인이 있으니까 얼마나 묻고 싶은 게 많았겠어요. 근데 이 어린 친구가 고민고민해서 첫 마디를 건넨 게 ‘류덕환 병장님, 전역하고 TV 나오는 거 보면 반가울 거 같습니다’라는 거에요. 별 거 아닌데 이상한 감동이 있더라고요”

영화와 드라마 모두 대중산업이지만 친숙함으로 따지자면 당연 TV가 앞섰다. 그래서였을까. 줄곧 영화에 출연해오던 류덕환이 매체 첫 복귀작으로 드라마를 선택한 까닭은.

“대중들과 2년 동안 생활을 한 거 잖아요. 빨개벗고 씻고, 같이 자고, 똑같은 아침일과로 하루를 시작하고. 그렇게 생활하다 보니 이제 조금이나마 대중들이 조금 원하는 것에 대해서 알게 된 거 같아요. 제가 작품을 선택할 때 고민하는 지점이 시청자 입장에서 느끼는 것과 다르잖아요. 그 이등병의 작은 한마디 때문에 ‘내가 너무 원하는 것만 하는 것보다 가끔은 마음가짐을 가볍게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전역하면 여유있게 해야겠다’ 생각을 하게 됐죠”
 

쉬지 않고 꾸준히 일해온 류덕환에게 지난 2년은 또 다른 체험의 시간임과 동시에, 배우로서의 공백이었다. 그 사이 ‘위대한 소원’에 함께 출연했던 김동영과 안재홍은 인지도면에서 많은 성장이 있었다. 동료이자 동종업계 경쟁자로서 조바심이 날 법도 했지만 류덕환은 “입대 전에도 계속 작품을 하기는 했지만 항상 공백기처럼 느껴져서”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런 면을 크게 신경을 안 써요. 그리고 조바심을 느낀다고 잘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제가 원하는 제 모습에 가까워지려면 한참 멀었기도 하고요. 그 시간을 당겨오고 싶지도 않고 시간이 지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고 싶어요. 군대를 가기 전에 (김)동영이랑 (안)재홍 형이 저를 정말 심하게 많이 놀렸거든요. 제가 당시에는 아무말도 못했지만 얼마전에 입대한 (고)경표한테 (김동영, 안재홍처럼) 그렇게 했어요”

현재 류덕환의 가까운 지인 중에는 고경표와 지창욱이 군 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군생활 하는 친구들에 대해 묻자 류덕환은 “안타깝죠”라고 웃어보이면 “다들 덥다덥다하는데 저는 그들 밖에 생각이 안나요. ‘경표 덥겠다, 창욱이 덥겠다’. 고경표보다 일찍 다녀온 건 신의 한수였어요”라며 격없는 친분을 드러냈다.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싱글리스트DB, 라운드테이블(지선미)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