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개봉한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를 끝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의 페이즈4가 마무리됐다. 그러나 팬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며 공든 탑이 무너지려 하고 있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21일 기준 개봉 13일차에 176만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의 대부분 개봉 후 2주안에 관람 인원의 대부분을 끌어 모은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가 알고 있던 MCU의 작품 치고는 상당히 저조하다. ‘엔드게임’은 고사하고 같은 페이즈4의 작품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나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와 비교했을 때도 반의 반도 안 되는 수치다.

심지어 개봉 후 난항을 겪으며 위기설을 고조시켰던 ‘이터널스’나 ‘토르: 러브 앤 썬더’보다도 아래다. MCU라는 타이틀이 더 이상 ‘흥행 보증 수표’가 아니게 됐다.

페이즈4 들어 ‘기대했던 것에 비해 재미없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엔드게임’에서 정점을 찍으며 ‘인피니티 사가’가 마무리되고, MCU는 또다시 찾아올 큰 이슈 전 빌드업의 시기를 거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작품들이 연달아 박한 평가를 얻고 있다는 것은 팬들의 기대치가 그만큼 높아졌음과 동시에 다가올 ‘멀티버스 사가’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단점도 각양 각색이지만 주로 언급되는 것은 ‘캐릭터 끼워팔기’, ‘정치적 올바름’, ‘퀄리티 저하’, ‘디즈니+ 강매’ 등이다. 이번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만 봐도 향후 디즈니+에서 솔로 드라마가 예정된 리리 윌리엄스(아이언하트)가 첫 등장했고, 이야기 진행에 굳이 필요했냐는 평을 들으며 영화 상에서 겉돌았다. 여기에 MCU답지 않은 조악한 CG와 서사에 치중한 나머지 형편없어진 액션도 혹평을 받았다.

페이즈3까지 MCU는 서사와 퀄리티를 동시에 잡아왔다. 작은 것에서 시작해서 10년에 걸쳐 차근차근 ‘인피니티 사가’를 준비했다. MCU가 ‘흥행 보증 수표’ 반열에 오른 것은 영화 하나하나가 독립된 작품으로서 완성도가 뛰어난 동시에 하나의 큰 흐름에 이질감 없이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페이즈4는 마블과 디즈니의 욕심이 엿보인다. 새롭게 주축이 될 멀티버스를 설명하거나 복잡한 서사에 집중하는 모습, 세계관 확장을 위해 새 캐릭터를 무리하게 투입하는 모습 등이 작품성을 저하시키고 있다.

현재의 MCU는 여러모로 줄타기를 잘 해야 하는 상황에서 실수를 답습하고 있는 듯 보인다. 보여주고 싶은 바가 너무 많아 그들 만의 놀이터가 됐고, 관객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두루미가 여우에게 호리병에 담긴 음식을 대접하는 격이다.

불과 1년 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통해 팬들은 다시 MCU에 희망을 봤다. 다가올 페이즈5의 시작은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끊는다. ‘멀티버스 사가’의 메인 빌런인 ‘정복자 캉’의 본격적 등장이 예고된 상황에서 MCU는 다시 반등을 노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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