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석(25). 요즘 대학로의 아이돌로 부상한 주목할 배우다. 181cm 71kg의 우월한 체격조건에 초동안 마스크가 눈길을 붙든다. 단 시간 내에 알토란같은 작품들의 주역을 연이어 꿰차고 있다.

지난해 연극 ‘모범생들’에서 겉으론 모범적인 반장이지만 급우들을 골탕 먹이려드는 악역 서민영으로 인상적인 데뷔를 했다. 이어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쓰릴미’를 통해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창작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8월28일까지 유니플렉스2관)에선 역대 최연소 프로페서 V로 캐스팅돼 오는 21일 첫공을 한다. 한낮의 찌는 더위가 도로 위를 점령한 날,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싱그러운 루키를 만났다.

 

■ 프로페서V, 방대한 대사량과 고음 노래에 ‘깜놀’

“솔직히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출연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 했는데 대본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어요. 처음엔 대사 많은 거에 놀랐고, 다음으로 노래의 키가 높은 거에 깜놀한 거죠.”

프로페서 V는 타고난 천재성으로 일찌감치 물리학 교수가 됐으나 워낙 소심한 성격이라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한 마디 말조차 건네지 못한다. 어느 날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타임머신을 개발해 과거로 날아가 영생의 삶을 사는 매력적인 드라큘라 백작과 조유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유혹에 벗어나지 못한 채 뱀파이어로 탈바꿈한다.

‘마돈크’에서 드라큘라 백작은 내로라하는 꽃미남 배우들이 도맡고 있다. 극 전반을 이끄는 프로페서 V는 수다스러울 정도의 달변과 코믹함이 요구된다. 김호영 송용진 김재범과 같은 베테랑 배우들이 전매특허로 소화해왔다. 백작에 어울리는 배우의 프로페서 캐스팅에 팬들도, 관계자들도 의아한 시선을 보내기까지 했다.

“무대 위에서 통통 튀고,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야 해서 부담이 커요. 솔직히 자신 있지는 않아요. 제가 그렇게 까부는 스타일이 아니라서요. 그나마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에서 연기했던 윤민영이 다소 활달한 인물이었기에 최대한 감정을 업시켜 가며 표현하려고요. 팬들이 ‘기대된다’는 말들을 하고 있어서 책임이 막중해요. 후후.”

 

■ 2인극 ‘쓰릴미’ ‘마돈크’ 극과극 비교체험

‘쓰릴미’와 ‘마돈크’는 남자배우 2명이 이끌어가는 2인 뮤지컬이다. 배우로서는 자신의 재능을 한껏 발산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한편으론 모든 책임을 상대역과 오롯이 함께 져야하는 부담이 만만치 않은 무대다.

“쇼적인 요소가 많은 ‘마돈크’는 스릴러 뮤지컬 ‘쓰릴미’와 색깔이 많이 달라요. 노래도 정반대고요. 한 마디로 쇼 같은 노래와 대사 같은 노래? 극과 극 비교체험을 하는 기분이에요. 소년 유괴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쓰릴미’에서 나(네이슨) 역을 맡았을 때 도와줄 사람 없이 그(리처드)와 둘이서만 연기하니 부담스러웠죠. 그런데 해보니 주목 받는 걸 좋아하는 배우의 속성을 충족시켜주는 희열이 있더라고요.”

뱀파이어 백작 대신 프로페서 V에 캐스팅된 것과 흡사하게 ‘쓰릴미’ 때도 충동적이고 저돌적인 마성의 그 대신 예민하고 내성적인 나에 캐스팅돼서 의뢰라 여겼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배우 강영석’과 관계자들이 생각하는 ‘배우 강영석’의 얼굴이 사뭇 다른 케이스다.

“‘쓰릴미’는 현재 스코어 제 인생작이에요. 적지 않은 인기를 줬고, 2인극을 경험하며 연기가 단단해졌거든요. 이 두 작품을 하는 게 행복한 또 하나의 이유는 상대역을 ‘찜’해놓게 된 거죠. 기회가 되면 정말로 ‘그’와 ‘드라큘라 백작’ 역을 해보고 싶어요.”

 

■ 곱상한 외모와 달리 만능 스포츠맨

고교시절 사회체육을 했다. 스키, 수영, 농구, 축구, 하키, 육상 등 만능 스포츠맨이다. 원래 체대에 진학하려고 했다가 어느 순간부터 배우가 멋있어 보였다. 자신도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 하다 보니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2년 선배인 배우 강하늘과는 연극팀 조명부에서 함께 활동했다. 현재까지도 부럽고 힘이 되는 존재다. 뮤지컬 ‘화랑’에 잠깐 출연한 뒤 곧바로 군 입대했다. 전역 후 학교 공연에 참여했다가 지인의 소개로 소속사에 둥지를 틀고는 뮤지컬까지 하게 됐다.

“작품을 하면서 노래를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흥분하면 음정이 불안정해지곤 하거든요. 배우니까 공연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어요. 희한한 게 카메라 앞에 서면 떨리더라고요. 오히려 관객 앞에 설 때가 더 편해요. 공연 시작 전 10분 동안만 떨리고 무대에 오르고 나선 안 떨리는 걸 보면 무대 체질인가 봐요.(웃음)”

곱상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목소리는 중저음이다. 재는 법 없이 솔직하게 툭툭 말하는 스타일이다. 장난기도 많다. ‘마돈크’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도 “노래가 아직 미숙해 욕을 많이 먹을 듯하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목표는 확실하다. 자신이 유지해야할 스탠스에 대해서도 또렷하다.

“여배우와 절절한 멜로나 로맨스를 해보고 싶어요. 그동안은 남자배우들과만 공연했거든요. 20대가 가기 전에 영화에 꼭 출연해보는 게 목표고요. 제게 이중적인 모습이 있어서 저만의 매력으로 발굴해야할 것 같아요. 사이코패스 캐릭터, 선악이 공존하는 지킬 앤 하이드도 다 도전 과제죠. 전 멀리 내다보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눈앞에 있는 걸 해결하기 급급하죠. 일단 몇 년 남지 않은 20대까지만 계획을 세워 보려고요.”

 

사진 지선미(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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