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눈빛은 비극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배우 강동원(37)이 디스토피아 근미래를 그린 영화 '인랑'으로 돌아왔다. 이번 배역은 집단에서 요구하는 살인에 의미를 알 수 없어 갈등하는 임중경이라는 인물이다.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인랑'은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일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SF 명작, 1999년 장편 애니메이션 '인랑'을 원작으로 한다. 배경은 남북한 정부가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강대국의 경제 제재가 이어지고 민생은 악화된 근미래다. 통일에 반대하는 반정부 무장테러단체 '섹트'를 잡기 위해 대통령 직속 경찰조직 '특기대'는 인랑이라는 인간 병기를 육성한다.

"원작의 주인공은 아저씨 같다.(웃음) 요즘 애니메이션, 예를 들어 '너의 이름은' 같은 걸 보면 좋게 끝나잖나. 어떻게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데 옛날 작품을 보면 우울한 게 많다. 저변에 깔린 정서도 허무하고 이야기가 극단적이다. 관객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캐릭터는 원작을 많이 참고하려고 했다. 스토리 라인이 다른 부분이 많은데 캐릭터까지 다르면 원작 팬들이 안 좋아하실 것 같더라. 감독님은 조금 다이나믹한 감정을 원하셨는데, 나는 좀 더 차갑게 가려고 했다."

특기대의 인랑은 강화복이라는 특수한 장비를 입고 임무를 수행한다. 강동원이 착용한 강화복은 무게가 40kg에 육박한다. 그는 영화를 위해 착용만 해도 힘든 강화복을 입고 걷거나 뛰고 총을 쐈다.

"감독님이 원하셔서 운동을 많이 했다. 힘들더라. 탈의하는 장면이 있을 땐 처음으로 음식을 조절하면서 살을 뺐다. 너무 싫었다. 맛있는 거 먹고 술 한잔 하는 게 내 유일한 낙인데 그걸 못하게 하니까. 만날 닭가슴살만 먹고, 풀도 드레싱 안 뿌렸다. 소금도 안 썼다."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강화복에 얼굴을 다 가리는 헬멧까지 써야 했기에 대역이 있었을 것 같지만 '인랑'에서 강동원은 대역을 쓰지 않았다.

"'형사'때 5개월 정도 무용을 했다. 그때 하드하게 배웠다. 윗몸일으키기 천 개가 준비운동이었다. 그걸 한 시간에 했다. 오래 할 땐 춤 연습을 하루에 12시간도 했다. 무용으로 단련된 몸이 아니니까 그런 준비운동으로 몸을 만들고 시작해야 했다. 그래서 대역을 못 찾는다. 움직임이 너무 다르다."

얼굴을 가리고 액션을 소화하는 장면에서도 강동원은 감정 연기에 주의를 기울였다. 액션 연기 또한 감정 연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무용수나 음악 하는 분들이 몸을 움직일 때 연기를 안 하진 않지 않나. 감정을 가져야 그런 표현이 나온다. 강화복 안에 있어도 감정을 안 가지면 안 된다. 액션도 감정이다. 액션 연기는 진짜 힘들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좀 천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문을 중시하고.(웃음)"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그가 해석한 임중경은 사람을 죽이는 데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흔들리는 인물이다. 극 속에서 임중경은 무고한 생명을 살해한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조직에서 받은 명령을 수행해야 하기에 내면 갈등에 시달린다. 강동원은 임중경처럼 스스로 소모품으로 쓰인다고 느낄 때가 있냐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광고도 그런 이유로 많이 하지 않는다. 영화를 최대한 많이 찍기 위해 노출을 줄이는 거다. 영화 한 편 찍으면 배우로서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런 게 소모되는 것 같다. 날이 갈수록 할 게 많아지더라. 어제 CGV라이브톡을 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이것만 하면 됐는데 이젠 츄잉챗도 생기고 뭐도 생겼다. 인스타그램 라이브도 해야 하고 다 해야 한다더라. 뭐 이렇게 할 게 계속 많아지나 싶다."

영화의 흥행을 위해서는 이미지 소비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그 선을 잘 지키지 않으면 어느 순간 '지겨운 배우'가 된다. 까다로운 현실에 강동원은 고민이 깊었다.

"배우가 작품을 계속해야 연기도 늘고 다양하게 할 텐데, 일 년에 두 개만 해도 홍보를 삼사 개월 해야 한다. 한국 시장이 큰 시장이 아닌데 노출이 너무 많아지면 관객들이 '쟤는 만날 나온다', '쟤 또 나오냐'고 느낀다. 그렇게 소모된다. 기대감, 호기심을 줘야 사람들이 극장에 온다. 그런데 '6개월 전에 엄청 많이 나오던데' 이러면 안 궁금할 것 아닌가. 한국 시장이 싫증을 굉장히 잘 내는 시장이기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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