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최고 기대작 ‘부산행’이 개봉(7월20일)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영화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국산 좀비’에 쏠리고 있다. ‘국내 최초 좀비 블록버스터’ 타이틀이 붙었지만 이미 '부산행' 이전에 좀비 소재 작품들은 여럿 있었다. 과연 한국영화에서 좀비는 어떻게 표현되고 소비돼 왔을까.

 

이웃집 좀비(2006) - 인간적인 좀비

2010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좀비 바이러스’가 서울 전역에서 발생하자, 정부는 즉각 계엄령을 선포하고 좀비 감염자를 찾아서 제거를 시작한다. 그러나 좀비로 변한 애인, 엄마, 이웃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은 감염 위험도 무릅쓰고 함께 살아남기 위한 궁리에 골똘하다. 하지만 정부의 좀비몰이가 더욱 주도면밀해지면서, 좀비들은 점점 궁지에 몰리게 되는데...

2000만원에 불과한 제작비와 B급 정서로 화제를 모았던 6편의 옴니버스 영화 ‘이웃집 좀비’(감독 오영두 홍영근 장윤정)는 좀비를 활용해 상황에 의해 파괴되는 인간 관계, 소수자로서의 좀비 문제를 다룬다. 좀비 남성과 인간 여성이 안타까운 사랑을 나눈다거나 좀비가 된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딸은 제 손가락을 잘라 먹인다. 이 영화에서 좀비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인간’으로 그려낸다.

 

인류멸망보고서(2012) - 미래에 대한 경고 메신저

한국영화 속에서 좀비들은 다가올 미래에 대해 강한 경고를 보내기도 한다. 3편의 단편이 묶인 옴니버스 영화 ‘인류멸망보고서’(감독 김지운 임필성) 가운데 임필성 감독의 에피소드 ‘멋진 신세계’는 가축에게 일반 쓰레기를 먹이면서 생기게 된 바이러스가 인간을 좀비로 만든다는 설정이다.

원인을 따져보면 결국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부주의함과 이기주의가 문제다. 광우병 등 인재로 지목되는 질병 확산의 공포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와중에도 대책 마련보다는 책임을 전가하며 헐뜯기에 급급한 정치권,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그러나 결코 쉽게 웃을 수 없는 까닭은 이 섬뜩한 미래의 단면이 이미 현실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촌좀비만화(2014) - 생존과 본능의 현대인 투영

좀비는 현실을 은유적으로 담으며 사회상을 비판하는 장치로 많이 사용돼 왔다. 이성을 잃고 오직 생존과 본능을 위해 살아가는 좀비의 모습이 현대인과 상당부분 닮아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지승, 김태용, 류승완 감독의 좀비 소재 단편을 엮은 옴니버스 영화 ‘신촌좀비만화’는 직접적 비판을 시도한다. 특히 류승완 감독의 ‘유령’이 대표적이다. 가상과 현실을 혼동하는 청춘의 모습을 좀비로 나타냈다.

스마트폰 메신저 단체 채팅 멤버들과만 이야기를 나누는 고등학생 승호(이다윗)에게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 하며 SNS에 탐닉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투영된다. 핸드폰 배터리가 닳아 SNS를 할 수 없자 불안해하고, 편의점 아저씨의 인사에 대꾸조차 하지 않으며, 방해받고 싶지 않아 귀를 막고 컴퓨터 화면에 집중하는 등 실제 삶에서의 소통에는 무관심하다.

 

좀비스쿨(2014) - 억압된 학생들의 심리 대변

문제아들이 모여 있는 칠성학교. 학교라는 이름에 갇힌 아이들의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 반복되던 어느 날, 기괴하고 스산한 분위기가 그곳을 휘감기 시작한다. 더 이상 인간의 모습이 아닌 정체불명의 존재로 변해 서로를 참혹하게 물어뜯는 선생들. 극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은 생존을 위해 좀비에 필사적으로 맞서고, 공포에 뒤덮인 학교는 핏빛에 물드는데...

‘좀비스쿨’(감독 김석정)은 문제아들을 향한 선생님들의 폭력적 행태를 좀비로 은유해 교육 현실에 대한 삐딱한 시선을 넌지시 내포한다. 좀비물의 전형적인 은유를 통한 비판 시도다. 하지만 문제아들에게 논리가 부족해 영화는 설정과 스토리에서 억지를 부린다. 좀비가 등장하게 된 원인인 ‘구제역 돼지’는 웃음을 유발하고, 주연 백서빈과 하은설의 로맨스는 스토리에 어울리지 못해 당시 많은 관객들의 아쉬움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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