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계와 가요계 톱스타 2인이 꺼낸 말이 폭염으로 이성을 잃기 일보직전인 우리 사회에 청량한 울림을 안겨줬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방송 캡처

배우, 감독, 화가인 하정우는 국내 박스오피스 사상 최초의 2000만 영화로 거론되는 ‘신과함께-인과 연’에서 저승 삼차사인 강림 역을 맡은 주인공이다. 개봉 직전인 지난달 28일 MBC ‘뉴스데스크’의 ‘김수진의 스토리 人’ 코너에 출연한 그는 ‘다작’으로 인한 이미지 소비 우려에 대한 질문에 “너무나 단순하다. 내게는 직업이기도 하고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작품을 통해서 나를 연마하고 학습한다"고 대답했다.

‘다작’은 배우에게 있어 쓰임새가 많다는 영예로운 방증인 한편 이미지 소비의 위험한 독배일 수도 있다. 1년에 2~3편의 개봉작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하정우가 ‘다작배우’ 평가를 받아야 하는지는 의아하나 민감할 법한 ‘다작’ 이슈에 대한 그의 대답은 똑 부러졌고 매우 설득력 있었다. 과거 천만배우 송강호는 인터뷰에서 “평균 2년에 3편을 계산하고 출연작을 고른다”고 말한 적이 있다. 대중에게 식상함을 주지 않으면서 너무 공백기가 길지 않고, 작업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황금비율로 자체 판단한 것이다.

‘다작’을 문제 삼는 이유는 비슷한 장르의 작품에, 비슷한 캐릭터로 연이어 나올 때다. 아무리 비슷한 캐릭터여도 톤이 다를 수 있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탐사해야 할 무수히 많은 캐릭터가 있는데 특정 캐릭터 ‘스페셜리스트’가 될 필요가 있을까. 특히 20~30대 젊은 배우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한두편의 작품으로 톱스타가 됐다고 신중하게(혹은 완벽한 조건의) 작품을 고른답시고 긴 공백기를 두는 배우보다 소처럼 ‘열일’ 하는 배우가 훨씬 가치 있다. 늘 낯선 인물을 온몸으로 껴안아야 하는 그들에겐 하정우의 언급처럼 부단한 ‘연마와 학습’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진=JTBC '히든싱어5' 방송 캡처

풍부한 성량과 시원한 고음, 밝은 에너지의 'R&B 디바' 에일리는 5일 JTBC ‘히든싱어5’에 원조가수로 출연해 만만치 않은 가창력의 모창 도전자들과 흥겨운 경연을 펼쳤다.

그러던 중 참가자 강고은씨가 가수가 되기 위해 15kg이나 살을 빼야만 했던 사실을 고백했다. 과거 에일리가 폭풍감량으로 10kg을 뺐던 기사를 접한 뒤 똑같은 방식으로 시도했는데 너무 힘들었다고 울먹였다. 살이 빠지며 성대살까지 빠졌는지 과거 능숙하게 구사했던 고음역대 소화가 안 돼 마음앓이를 했다는 사연까지 보탰다.

그러자 에일리는 “다이어트로 49~50kg까지 감량했었다. 그때 남들이 보기에 가장 좋았을지 몰라도 전 그때가 가장 슬프고 우울했다”며 “체중이 주니까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가수가 다이어트 때문에 100%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너무 힘들었다”고 눈물을 쏟아냈다.

이어 “그런데 이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제가 행복하고 좋은 노래를 들려드리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같은 길을 걸은 후배이자 모창 도전자에게 위로와 용기를 건넸다.

TV에 나오고, 대중 앞에 서는 여자 연예인들에게 ‘44 사이즈’를 강요하고, 완벽에 가까운 이목구비와 주름살이나 잡티 하나 없는 피부가 자기관리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외모 지상주의 사회에서 고통을 겪는 이들이 얼마나 많을지 극명하게 보여준 ‘명장면’이었다. 배우와 가수의 본질인 연기력과 가창력의 중요성, 자존감은 실종돼 버리는 현실을 곱씹게 만들어준 장면이기도 했다.

에일리의 말처럼 자신의 본령에 충실함으로써 행복함을 느끼고, 타고난 몸을 사랑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함을 편견에 사로잡힌 일부 대중과 업계 관계자들 그리고 연예인 스스로가 마음에 새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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