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히든싱어’에 등장한 가수 에일리의 눈물이 시청자들에게 강한 울림을 선사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닌 ‘다이어트’ 때문에 흘린 눈물인데, 에일리뿐이 아니라 함께 등장한 히든싱어 출연자까지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평생의 숙제’라는 다이어트가 왜 신파 못지 않은 눈물의 원인이 됐는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에일리 본인이 설명한 방송이었기에 눈길을 끌었습니다.

에일리는 “한때 49~50kg 정도의 몸무게까지 다이어트를 했다”는 얘기를 하던 중 “남들이 보기에는 가장 좋았을지 몰라도, 나는 그 때가 가장 슬프고 우울했다”며 ‘체중이 줄어드니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나는 가수인데, 다이어트 때문에 100%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힘들었다”고 고백하다가 울먹이고 말았습니다. 

‘디바’이면서 동시에 ‘요정’이기도 해야 했던 고충에서 솟아나온 눈물을 본 다른 출연자들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에일리에게 응원을 보냈고, 자막으로는 “지금도 아름답습니다”라는 문장이 떴습니다. MC 전현무 역시 “맞아요. 그냥 다이어트 하지 마세요”라고 에일리를 위로했지요.

 

 

'디바'와 '요정'의 겸업은 불가능함을 인정한 이 장면은 분명 훈훈했습니다. “이제 다이어트에 신경쓰지 않고 내 몸을 사랑하겠다”고 말하는 에일리에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쳐 준 박수 역시 진심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눈을 돌리면, 우리는 과연 깎아 만든 듯한 외모와 거리가 먼 누군가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을까요? 

살이 좀 붙어도 아름답고 노래를 잘 하는 에일리가 아닌 평범한 누군가에게도 응원을 보낼 건지는 상당히 궁금해집니다. 사실 에일리에 대해서도 ‘그래도 살을 빼면 더 예쁘겠는데’라고 내심 생각하는 이들이 더 많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른바 ‘탈코르셋 열풍’이 불면서 여성들을 불필요하게 옥죄는 속옷이나 높은 굽의 신발 등을 배척하는 움직임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탈코르셋’을 지향하는 편한 언더웨어나 와이드 팬츠를 걸친 모델들 역시 그 옷 속에 과연 몸이 있는지 의심이 갈 만큼 스키니(skinny)한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가끔 ‘빅사이즈 모델’들이 화제인물로 주목을 받지만, 대부분 “자기 관리도 못한 사람들이 무슨 모델을 하나”라는 냉혹한 목소리를 피하지 못합니다. 

‘객관적인 아름다움’의 정해진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이들을 보는 시선은 여전히 너무 차갑습니다. 그리고 그 차가운 시선은 비수 같은 말로 무례하게 던져지는데, 놀랍게도 이런 말을 하는 이들은 그게 잘못이라는 인식도 못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살찐 사람에게 “자기 관리에 실패한 인생의 낙오자”라고 지적질을 해도, ‘받아들여야 하는 쓴소리’라고 인식하는 걸까요?  

사실 이런 ‘지적질’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칭찬과 ‘동전의 양면’처럼 연결돼 있기도 합니다.

“피부가 어쩜 저렇게 비단결 같나요”, “초콜릿 복근이 저런 건가요”라는 칭찬을 쉽게 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는, 피부 트러블이 심한 이를 보고 “얼굴이 더러워서 눈이 썩는 것 같다”거나 살찐 사람에게 “관리 좀 해야지 못 봐주겠다”는 말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주름이 있는 얼굴로 하는 ‘엄마 연기’ 역시 청춘의 풋풋함만큼 아름답습니다. 물론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요정’이 아니어도 풍만한 몸매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성량의 ‘디바’가 더 가수다울 수 있지요. 

하지만 그런 것보다 누가 봐도 찬사를 보내는 '동안', ‘인형 같은 아름다움’이 최우선이라는 메시지를 품은 일상적인 칭찬과 비난이 너무 난무합니다. 

연예인을 포함해 다른 사람의 몸에 대해 함부로 잣대를 들이대는 무례함이 조언으로 포장되고, 원하는 외모가 된다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결의가 ‘자기 관리’의 탈을 쓰는 이상 아무리 ‘탈코르셋’ 열풍이 불고, 에일리가 눈물을 흘려도 외모지상주의의 뿌리를 뽑기는 상당히 힘들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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