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2003년 인제대교 추락 사망사건의 비밀을 15년 만에 다시 파헤쳤다.

지난 2003년 2월 고 김지현씨는 집에서 5km 떨어진 강원도 인제군 인제대교 아래 하천 부지에서 발견됐다. 사망 원인은 다발성 실질장기부전으로 뼈가 심하게 골절되며 장기를 손상시켰다. 그런데 피해자는 알몸 상태였고 유류품은 발견되지 않았다.

 

 

사건 현장에서는 자살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법의학자들도 타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얼굴에 난 상처는 추락 당시 생긴 찰과상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구타당한 흔적이라는 것이다. 지현씨가 추락하기 전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했고 두 팔을 올려 저항한 흔적도 보였다. 분석을 종합해보면 누군가가 지현씨를 폭행하고 목을 조른 뒤 실신한 틈을 타 다리 아래로 떨어뜨려 살해했다는 것.

사건 한달 뒤 경찰에 제보 하나가 들어왔다. 당시 제보자인 견인차 운전기사는 사건 날짜 즈음 새벽 도로 한쪽에 정차된 흰색 마티즈를 봤다고 했다. 흰색 마티즈는 시신 유기 반대 방향인 서울 방면으로 서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마티즈 운전자를 찾지 못했고 이 제보에 대해서도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수사 초기 경찰은 누군가 피해자 시신을 유기했다고 추측했다. 추락했다고 보기엔 시신의 손상이 심각해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검에서 뼈가 성한데 없이 골절됐고 전형적인 추락사 흔적이 발견됐다. 15년간 제보는 단 한건이었다.

고인은 왜 그날 인제대교에 있었던 것일까. 지현씨가 고등학교 시절 아르바이트를 했던 식당 주인은 생계를 책임진 엄마를 도울 만큼 착하고 순수했다고 기억했다. 지현씨에게 간호학원에 다닐 것을 권유하며 도와줬지만 간호학원 기숙사에 입소하는 날 지현씨가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전날 지현씨와 함께 놀았다는 친구들을 만났다. 토요일이었던 그날 오후 6시께 지현씨와 친구들은 주점에 모였다. 자정께 모임이 끝난 후 3명은 친구 유선(가명)씨의 집으로 향했다. 20분 뒤 지현씨는 짝사랑했던 친구 광현(가명)씨를 만나러 집을 나섰다. 새벽 1시38분께 지현씨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와 "집으로 오려고 돌아오는 길이다. 체육관이 보인다고 했다"고 말했다. 돌아올 시간이 되도 돌아오지 않자 친구들은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얼마 뒤 전원이 꺼졌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전원이 꺼진 건 새벽 2시6분 인제대교 근처 기지국으로 확인됐다.

광현씨는 지현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1시간도 채 안돼 헤어졌고, 친구가 PC방에 있다고 해서 PC방에 갔다고 말했다. 그의 알리바이는 확인됐다. 그렇다면 친구들과의 마지막 통화부터 전화기 전원이 꺼진 사이 28분간 지현씨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납치 예상 지점에서 인제대교까지는 약 4km이고 중간에 터널도 있다. 분명 차를 타고 이동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지현씨가 평소 모르는 사람의 차를 절대 타지 않는 성격이라면 범인은 면식범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비면식범이라도 불가능하진 않다. 무력을 사용해 강제로 태웠을 수 있다. 지현씨 몸에는 폭행 흔적이 있었다.

범인이 지현씨를 유기한 곳은 인제대교 인제방면 세번째 교각 아래다. 그런데 이 방향은 지현씨를 납치한 읍내로 돌아가는 방향이다. 프로파일러는 "범행이 다 끝나고 나면 검거되지 않고 살아야 된다는 것이 각성되는 시점이다. 시신을 빨리 유기하고 은폐할 수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범인은 이 지역 주민일 가능성이 높다.

국과수 부검에서 피해자 몸에서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지현씨의 시신이 알몸 상태인 것으로 봐서는 성폭력이 의심되기도 하는 상황이다. 경찰은 수사에 나섰지만 유력 용의자는 없었다. 그런데 한 통의 제보 전화가 SBS로 들어왔다.

제보자는 "양쪽으로 가로등이 하나도 없다. 쌍라이트를 켰다. 켜는 순간 반대편에서 나는 마네킹이라 생각하는 걸 집어던지는 장면을 보고 '왜 저기다 버리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한 "남자는 키가 좀 컸다. 둘러메고 있었다. 다마스 화물차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제보자의 이야기를 분석한 후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제작진은 제보자에 최면을 시도한 결과 마네킹을 버리는 사람 곁에 소형차와 견인차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그는 "옷은 중간에 파란색 입고 온 젊은이가 하나 있었다. 바지는 안 보인다. 까맣게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교 반대편에 있던 견인차가 대교 끝에서 유턴해 그를 따라왔다고 증언했다.

사건 한달 뒤 흰색 소형차 마티즈를 제보한 사람은 견인차 기사였다. 최초 제보자인 견인차 기사는 이 사건에 대해 뭔가 더 알고 있는 것 아닐까. 새로운 제보자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는 살인 장면을 목격했을 뿐 아니라 공범 가능성을 시사하는 중요 목격자가 된다.

제보자는 당시 견인차가 매섭게 자신을 따라왔다고 했다. 그가 본 견인차는 노란색 2.5톤 규모, 차량 기둥에 조명이 달려있었다. 견인차 기사가 사건과 관계 있다면 전문가의 분석처럼 그는 이 지역에 연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2003년 당시 제보자가 일했던 공업사를 찾았을 때 관계자는 "아무 얘기도 없이 어느날 그만뒀다. 서울 쪽에서 사고치고 멀리 도망 와서 여기서 일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경찰 측은 "수사 단서가 부족해 수사가 어려운 상태였다. 그분(새로운 제보자)이 특별한 날에 왔다가 서울로 가는 길에 인제대교에서 봤다는 상황과 통과 시간이 비슷해서 신빙성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최우선적으로 검토해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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