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성수기 시즌을 공략할 한국영화 ‘빅4’ 가운데 ‘부산행’ ‘인천상륙작전’이 베일을 벗었다. 20일 개봉한 재난 블록버스터 ‘부산행’(감독 연상훈)은 유료시사회 포함, 단숨에 143만8038명을 동원했다. 같은 날 전쟁 블록버스터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은 언론시사회를 개최했다. 두 영화를 비교했다.

 

 

1. 신선도 지수

‘부산행’은 국내 상업영화에서 좀처럼 다뤄오지 않은 좀비를 소재로 했다. 선진적인 해외 좀비물과의 비교는 불을 보듯 뻔했다. 제작진은 좀비의 스피드, 꺾기 동작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또한 국가적 재난상황에 직면해 “가만히 있으라”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정부, 자신의 생존만 추구하는 이기적인 인간군상의 태도는 기시감을 일으킨다.

 

한국전쟁의 향방을 뒤바꾼 역사적 전투 이면에 존재하던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인천상륙작전’은 전쟁의 참상, 반공, 애국의 메시지를 과거 냉전 이데올로기에 입각한 이분법적 시각으로 전달한다. 전쟁영화로서도, 첩보영화로서도 신선도 지수가 떨어진다.

 

2. 짜임새 & 비주얼

국내 관객은 이야기의 완성도에 집중한다. 블록버스터라면 당연히 화려한 볼거리가 장착돼야 한다. ‘부산행’은 전대미문의 재난상황 속 서울역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KTX 안에서 벌어지는 아비규환의 참상을 그려간다. 스토리의 개연성, 에피소드 배치와 캐릭터 운용에서 완성도가 높다. 좀비떼들의 몹신, 질주하는 기차에 맞춰 이뤄지는 직선적이면서 스피디한 액션, 기차 폭발과 전복 등 짱짱한 스펙터클과 볼거리가 가득하다.

 

‘인천상륙작전’은 스토리와 편집이 덜컹거린다. 북한군 점령 하 인천에서 긴박하게 작전을 수행하러 가는 도중 차를 잠시 세운 뒤 시장통의 어머니를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아내 자식들과 해후하는 에피소드는 맥락이 없다. 등장 장면마다 명대사(혹은 선문답)를 쏟아내는 전쟁영웅 맥아더(리암 니슨), 절대 악인인 북한장교 림계진(이범수), 오락가락하는 미모의 간호사 채선(진세영)은 기능적으로 사용된 캐릭터의 단적인 예다. 옹색한 포격장면과 게임 그래픽 수준의 비주얼은 대형 전쟁영화로서는 아쉽다.

 

3. 신파 활용법

두 영화 모두 감동의 맛을 끌어올리는 MSG 신파를 장착했다. ‘부산행’에선 절절한 부성애다. 이기적이었던 펀드매니저 석우(공유)는 딸 수안(김수안)과 함께 별거 중인 아내가 있는 부산으로 향하는 KTX 안에서 위기상황을 겪으며 부성애를 다시금 깨닫는다. 자식에 대한 사랑과 희생이 ‘재난’이란 드라마에 녹아들어 진부하질 않다.

‘인천상륙작전’은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이정재) 어머니의 모성애, 학수와 간호사 채선(진세영)의 사랑, 대북 첩보부대원들의 동료애, 부대원 기성(박철민)의 가족애가 난무한다. 눈물을 쥐어짜려고 작심한 장면들에선 감동이 사라진다. 이야기 진행과 겉도는 신파는 몰입을 방해한다.

 

4. 카메오 출연의 의미

‘부산행’에는 여배우 심은경이 부산행 KTX에 탑승한 감염자 1로 카메오 출연한다. ‘부산행’의 프리퀄인 애니메이션 ‘서울역’에서 가출소녀 혜선의 목소리를 연기했기에 ‘부산행’ 출연은 정교한 연결고리를 갖췄다. ‘서울역’을 통해 혜선이 기차에 오르게 된 비밀이 풀린다.

‘인천상륙작전’에선 박성웅(북한장교 박남철), 김선아(켈로부대원), 추성훈(북한군 백산), 김영애(학수의 어머니), 정경순(조선로동당 고위 요원), 이원종(김일성 전 주석)가 ‘특별출연’ 타이틀을 달고 얼굴을 내비친다. 박성웅 김영애 이원종은 짧은 분량에도 나름의 존재감을 발휘하지만, 김선아 추성훈은 왜 출연했을까, 의아하다.

 

5. 마동석

‘부산행’에는 마동석이 있다. 임신한 아내와 탑승한 승객 상화 역을 맡은 그의 터프하면서도 귀여운 대사와 표정에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리고, 좀비를 격퇴하는 핵주먹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극 전체를 주도하는 주인공 공유보다 더 강렬한 임팩트를 찍는다.

‘인천상륙작전’엔 마동석이 없다. 한 방을 터뜨려주는 인물이 부재하다는 의미다. 출연 분량이 예상보다 적었던 할리우드 톱스타 리암 니슨은 연기력 출중한 배우임에도 진가가 살아나질 않는다. “‘서프라이즈’ 재연 배우 같다”는 악평까지 나온다. 시나리오와 연출로 인한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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