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2~30대가 주를 이루는 드라마 촬영장과 달리 ‘목격자’에서는 이상민, 진경, 김상호 등 선배들이 많았다. 곽시양은 이번 촬영장에서 막내로 자리했다. 선배들과 함께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냐는 말에 그는 “중간보다는 막내가 편한 거 같아요. 그냥 시키면 하면 되니까요. 제 나이가 드라마 현장가면 애매하거든요. 선배님들하고 할 때 막내면 좋아요. 예쁨받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이성민은 인터뷰에서 곽시양을 ‘아기’라고 언급했다. 곽시양은 “저 32살이에요. 아기는 아니에요”라며 억울해했다.
“잘 먹고, 추위 잘타고, 더위 잘타는 모습이 그래보였나봐요. 촬영 동안 스태프 분들이 이성민 선배님은 어미새고 저는 아기새라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처음에 증량 목표로 삼은 게 10kg거든요. 선배님이 쉬는 시간에도 계속 먹을 걸 챙겨주시고 하다보니까 3kg가 더 쪘어요. 그런 면에서 선배님한테 애정도 많이 느꼈어요. 어미새와 아기새, 귀여운 표현인 거 같아요”
곽시양에게 ‘목격자’하면 증량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촬영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아파트 현장 답사를 갔다가 큰 건물 앞에 위화감을 드러내면 조금은 커야하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었다. 한때 모델을 하기도 했던 곽시양에게는 당연히 증량보다 감량이 익숙했을 터. 배우 생활 역시 화면에 비쳐지는 모습을 가꾸기 위해서는 늘 관리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다 먹을 수 있다고 좋아했었죠. 매끼니 두 공기씩 먹고 치킨, 피자는 말할 것도 없죠. 그렇게 2주 정도 지나니까 목표치를 채워야 한다는 강박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잘 안쪘어요. 먹는 게 물리기도 하고. 많은 분들이 공감안된다고 하시는데 치킨도 물리더라고요. 다시 극단적으로 운동을 했어요. 진짜 힘들면 닭가슴살 조금씩 먹고. 20대 때는 잘 빠졌는데 30대 되니까 쉽지 않더라고요. 아직 3~4kg는 더 빼야할 거 같아요”
실제 영화 초반에는 어두운 밤 곽시양이 아파트를 올려다보는 모습이 그려진다. 특별히 대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의 눈빛과 손짓만으로 공포를 안긴다.
“관객분들이 어떻게 해야 나를 조금 더 무서워할까, 위압감을 느낄까 고민이 많았어요. 촬영하면서 눈빛, 표정, 행동을 과하게 가보자 하기도 했어요. 결국에는 가장 평범한 게 제일 무서웠던 거 같아요. 연쇄살인마들이 사람을 죽일 때 어떤 표정과 어떤 행동, 어떤 마음일까를 생각해보니 그들은 별 감흥이 없을 거 같더라고요”
곽시양의 대사량은 영화 내내 거의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대신 몸이 힘든 촬영이었다. 뛰기도 많이 뛰고, 싸우는 장면도 있었다.
“아무리 촬영 전에 동선을 많이 맞춰봐도 안 위험하다고 할 수는 없었어요. 근데 배우들도 감독님도, 촬영 스태프들도 다같이 욕심이 생겨서 이런 부분을 감수한 거 같아요. 극중에서 망치로 여배우가 맞는 장면도 있잖아요. 그게 아무리 소품이어도 촬영하다보면 아픈데, 꿋꿋하게 참아주셔서 너무 고맙다고 생각했어요”
이성민과는 말 그대로 처절한 격투를 벌이기도 했다. 보는 사람이 힘겨울 정도로 흙더미에서 몸이 부서져라 싸우는 장면이다. 살인을 목격한 목격자와 살인마의 직접적인 마찰은 강렬하게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숨만 쉬고 있어도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운 날씨였어요. 살수차가와서 비를 뿌리는데 (이)성민 선배님도 춥다고 소리를 지르시더라고요. 근데 정말 신기했던 게 감독님이 ‘액션’하는 순간 추운 걸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다 컷 떨어지면 성민 선배님이랑 저랑 사지를 떨면서 추워했어요. 아무래도 상처같은 게 안날 수 없었던 거 같아요. 저는 발가락을 다쳐서 한동안 절뚝거리면서 다니기도 했어요. 성민 선배님은 얼굴에 상처를 입으셨고요. 힘든만큼 영화에 가장 필요한 장면이었기 때문에 서로 으쌰으쌰하면서 촬영을 했어요”
그렇게 힘들었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곽시양은 현장에서 만난 선배들의 연기에 매 순간 놀랐다고 전했다. 평소 여리여리한 이미지의 진경도 슛만 들어가면 눈빛이 달라지더라고. 연기 경력이 결코 짧지 않지만 이번 계기로 더욱 다양한 시장의 문을 열어젖힌 곽시양. 드라마가 될지 영화가 될지 다음을 아직 예단할 수 없지만 그의 건승을 빌어본다.
사진=싱글리스트DB, 라운드테이블(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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