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남성 직장인 정모씨(30)는 무더운 날씨를 이겨내기 위한 아이템으로 양산을 선택했다. 과거엔 양산은커녕 선크림도 바르지 않던 정씨였지만, 기상관측사상 최고의 폭염을 맞아 양산을 구입했다. 그늘조차 찾기 힘든 땡볕을 이겨내기 위한 방책이었다. 주위의 시선이 신경 쓰였던 건 잠시, 이젠 양산 예찬론자가 다 됐다.

  

사진=연합뉴스

정씨는 “양산은 아주머니들만 쓰고 다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용해보니 얼굴에서 열이 덜나서 좋다”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보다도 땀이 덜 나는 게 더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거리를 걷다보면 정씨처럼 양산을 쓰고 다니는 남성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폭염을 국가 재난으로 선포한 일본에서 ‘양산 쓰기 운동’을 진행하는 데 이어, 한국의 전라북도에서도 양산 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대세는 양산 매출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온라인 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7월 중 양산을 구매한 남성 고객이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11번가에서도 남성들의 양산 구매는 167% 급증했다.

양산을 구매한 남성 중에는 40대가 특히 많았던 걸로 나타났다. 40대는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양산에 대한 편견이 더 강할 것으로 보였지만, 편견보다 강한 폭염에 양산 구매를 줄잇고 있다. 양산을 쓰면 주변 온도가 최대 7℃ 낮아지고, 두피에 가해지는 열을 최대 10℃ 이상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대 남성들에게선 양산 구매 신장률은 238%에 달했다. 주변 시선을 신경 쓰기보다는 햇볕으로 인한 더위를 피하고 피부나 두피 건강을 생각하는 남성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여진다.

최근 양산을 애용하는 정씨는 이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원래 땀이 굉장히 많은 편인데, 양산을 쓰면 확실히 이마에서 땀이 덜 난다"며 "시원함을 느낄 수는 없지만, 최소한 '덥다'는 생각은 가신다"고 양산의 더위 퇴치 효과를 극찬했다.

이제 절기상 입추가 지났지만, 기상청은 8월말까지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치솟는 전기세에 에어컨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끝날줄 모르는 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남성들의 양산 쓰기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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