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을 누구보다 뜨겁게 보내는 배우가 있다.  극장가 성수기인 8월에 주연 영화 ‘공작’, ‘목격자’ 두 편을 내건 이성민이 그 주인공이다. 공교롭게 ‘공작’이 300만 관객을 돌파하던 날 ‘목격자’가 개봉했다. ‘목격자’는 상대적으로 경쟁작들보다 작은 규모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흥행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성민의 쌍끌이 흥행인 셈이다.
 

“마음이 좀 힘들어요. 몸도 힘들고요”. 어쩔 수 없이 ‘공작’ 무대 인사가 끝나기 전에 ‘목격자’ 홍보까지 겸하며 이성민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주연배우 입장에서는 다소 곤란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한편으로 송구스럽기도 하죠. 다행히 먼저 개봉한 ‘공작’에 출연진들과 감독님, 관계자들이 많이 이해를 해주세요. 두 작품이 모두 살아 남았으면 좋겠어요. 이번달은 하루도 쉬는 날이 없더라고요. 지금 ‘미스터 주’ 촬영도 하고 있거든요. (황)정민이는 발 뻗고 앉아서 스코어만 보고 있겠죠?(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밝은 표정이었다. ‘공작’, ‘목격자’ 모두 시사회 직후 칭찬이 이어졌기 때문. ‘공작’ 역시 이성민의 분량이 적지 않지만 ‘목격자’는 80% 이상을 그가 끌고 간다.

“혼자 끌고가는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굉장히 기분 좋았던 게 집사람이 ‘목격자’를 보고 ‘당신뿐 아니라 모든 배우가 협심해서 한 게 보인다. 너무 보기 좋더라’고 했어요. 저 역시 영화를 보는데 굵직한 배우가 많이 나오는 작품은 아니지만 각자 역할을 너무 잘해줘서 고맙더라고요. 요즘에는 조연들이 잘해줘야 영화가 잘되잖아요”
 

그는 다작배우다. 올 상반기 ‘바람 바람 바람’, ‘공작’, ‘목격자’ 그리고 하반기 개봉을 앞둔 ‘마약왕’까지. 1년 사이 무려 네 작품을 극장에 거는 셈이다. 이미지가 생명인 배우에게 다작은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이성민은 마음 편히 현재를 받아들였다.

“체력도 약해지고, 기력도 떨어지고 언제까지 이런 역할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해요. 감정도 그렇지만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건강한 모습의 배우로 화면에 비쳐지는 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요. 다작에 부담감은 없어요. 직장인처럼 저희도 매일 일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기회 없어서 걱정인거지, 많은 걸 걱정하지는 않아요”

이런 성취로 올해 ‘공작’으로 칸의 레드카펫도 밟았다. 이성민은 이곳에 아내와 함께 동행했다. 남편으로서 와이프한테 인정받는 거 같아 기뻤다고. 하지만 한 쪽에서는 보통 소시민, 힘없는 가장 캐릭터를 자주 맡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배우 중에 그런 부위에 속하는 거 아닐까요. 꽃등심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가끔 저를 다르게 변주하고 싶을 때가 오죠. 기회가 오면 하는 거지 배우라는 직업이 혼자 뭔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나를 선택해주는 사람에 따라서 그런 기회를 갖거나 못 갖거나 하는 거죠. 지금까지 나를 돌아봤을 때 이 자리에 있기까지 뭘 잘했나 생각해보면 주변에서 잘 해준 거 같아요”
 

이성민은 배우로서 자신의 쓰임새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또 그 안에서 끝없이 변주를 꾀하고 있었다. “배우는 자기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할 수 있는 한계를 아는 것 같아요. 그 안에서 조금씩 변주를 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한테 없는 부분들을 연기하는 배우를 보면 ‘저건 어떻게 할 수 있지’ 싶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 때도 있어요. 언제 한번은 작품을 제안 받았는데 못한다고 포기한 적이 있어요. 비범하게 해도 평범하게 접근하는 게 제 방식이에요. 그래서 (캐릭터가) 제 특징이랑 비슷하게 닮아가는 거 아닐까요“

진중한 답변 속에 평소에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배우라는 게 느껴졌다. 정작 본인은 시간이 많았던 젊은 시절에 가장 생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나에 대해) 잊고 지내다가 ‘공작’하면서 다시 한번 성찰을 하게 됐어요. 나이 들면 누가 조언을 잘 안 해주거든요. 어릴 때는 연습하러 가는 게 부끄럽고 그랬어요. 근데 그 강도가 나이가 들어서 훨씬 더 세지는 거 같아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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