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에 대한 1심 법원의 무죄 선고를 강하게 비판하며 ‘상식적인’ 재판부를 소망했다.

 

 

김씨는 18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서 정혜선 변호사가 대독한 편지를 통해 선고 이후 심경을 밝혔다.

김씨는 "살아 내겠다고 했지만 건강이 온전하지 못하다. 8월14일(선고일) 이후에는 여러 차례 슬픔과 분노에 휩쓸렸다"며 "'죽어야 제대로 된 미투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죽어야 할까'라는 생각도 수없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그날 안희정에게 물리적 폭력과 성적 폭력을 당했다. 그날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거절을 분명히 표시했다. 그날 직장에서 잘릴 것 같아 도망치지 못했다. 그날 일을 망치지 않으려고 티 내지 않고 업무를 했다. 그날 안희정의 '미안하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말을 믿었다. 그날 안희정의 범죄들을 잊기 위해 일에만 매진했다"며 성폭력 피해가 있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향해 "제 목소리 들으셨나. 당신들이 한 질문에 답한 제 답변 들으셨나. 검찰이 재차, 3차 검증하고 확인한 증거들 읽어보셨나. 듣지 않고 확인하지 않을 거면서 제게 왜 물으셨나"라고 물었다.

이어 "안희정에게는 '왜 김지은에게 미안하다 말하며 그렇게 여러 차례 농락했나' 물으셨나. 왜 페이스북에 '합의에 의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썼느냐고 물으셨나. 왜 '검찰 출두 직후 자신의 휴대전화를 파기했느냐'고 물으셨나"라고 질문했다.

 

 

김씨는 "왜 내게는 묻고 가해자에게는 묻지 않나"라며 "가해자의 증인들이 하는 말과 그들이 낸 증거는 다 들으면서 왜 저의 이야기나 어렵게 진실을 말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았나"라며 재판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결을 해줄 판사님들을 만나게 해 달라고 간절히 바라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오후 6시 현재 5000여 명(주최측 집계)이 모여 광화문, 인사동, 종로 방향으로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사법부도 유죄다’ ‘성범죄자 비호하는 사법부도 공범이다’ ‘진짜미투 가짜미투 니가 뭔데 판단하냐’ ‘안희정이 무죄라면 사법부가 유죄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안 전 지사의 무죄판결을 규탄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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