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비서 김지은씨에 대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혐의 1심 재판에서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재판부가 성관계의 위력과 그루밍을 인정하지 않았음이 알려졌다.

19일 서울서부지법 안 전 지사 무죄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김씨의 자유의사를 제압할만한 지위를 가지고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안 전 지사는 권위적이라거나 관료적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안 전 지사가 그 지위를 남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단 근거로 안 전 지사와 김씨의 메시지 대화 내용을 들며 "안 전 지사가 위력으로 김씨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김씨가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고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안 전 지사가 강압적으로 행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호텔방으로 담배를 가져다 달라는 심부름에 대해서는 문 앞에 놓고 갈 수도 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불어 피해자의 호감을 얻어 정신적으로 길들인 후 성폭력을 가하는 '그루밍'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김씨가 안 전 지사에 의해 그루밍 상태에 빠졌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전문심리위원들은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능력을 넘어서는 보직을 준 점, 가벼운 신체 접촉부터 점차 강도 높은 성폭력으로 이행된 점, 보상을 제공한 점, 피해자를 특별히 대접한 점 등을 근거로 그루밍 가능성을 짚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안 전 지사는 성실성 등에 대한 호평과 추천에 따라 김 씨를 수행 비서로 발탁했고, 첫 간음행위 이전에 안 전 지사가 김 씨에게 특별한 관심, 칭찬, 선물 등을 보내거나 대접을 한 정황도 없었다"며 "그루밍은 미성년자에게 주로 일어나는 것으로 전문직으로 활동하는 성인 여성의 경우 단기간에 그루밍에 이를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문을 통해 알렸다.

한편, 김씨는 참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재판부를 향해 "왜 내게는 묻고 가해자(안 전 지사)에게는 묻지 않나. 가해자의 증인들이 하는 말과 그들이 낸 증거는 다 들으면서 왜 나의 목소리는 듣지 않았나"라고 분노와 억울함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