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1985년 극단 산울림의 자체 전용극장으로 문을 연 산울림 소극장은 대학로가 아닌 홍대에 위치해 있다.  사뮈엘 바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한국 초연으로 올린 극단 산울림의 전용극장이기도 하다. 그만큼 연극인들에게는 다양한 상징성을 간직한 무대다. 전박찬 역시 산울림 소극장에서의 공연을 조금은 설레게 받아들였다.

“중학교때부터 연극을 보러 다녔는데 산울림 소극장에는 고등학생때 처음 공연을 보러 왔었어요. ‘고도를 기다리며’를 봤는데 고등학생인 제가 뭘 이해했겠어요. 근데 끝나고나서 너무 좋은 거에요. 이 공간에 어떤 마법이 일어나는 거 같았어요. 혜화동 1번지도 그렇고,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극장이 몇 군데 있어요. 역사가 쌓인 극장이 주는 힘 아닐까요. 산울림은 그 후로도 계속 연극을 보러 오게왔어요. 대학로가 아니라서 불편하기도 했지만 약간의 설레임이 있달까요”
 

전박찬은 쉴새 없이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배우다. 올해만 해도 연극 ‘맨 끝줄 소년’과 ‘낫심’으로 관객 앞에 섰다. ‘이방인’이 이달 21일부터 무대에 오르면, 9월 22일부터는 ‘에쿠우스’가 시작된다.

“쉬는 시간도 있었어요. 6월에 혜화동 1번지 ‘소네트’를 하고 나서 시간이 좀 남았어요. 세월호 기획초청공연이었는데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마주하는 순간 (마음이) 힘들어지더라고요. 연극이 끝나고 3일만에 비행기표를 끊어서 떠났어요. 올해가 유독 바쁜 해인 건 맞아요. 지금은 ‘에쿠우스’랑 ‘이방인’을 같이 하고 있고, 극단 코끼리맘보 배우로 내년에 하는 작품 신작개발 워크숍을 했어요. 동시에 세 개를 하는게 겁도 많이 났는데 각오를 해서 그런지 몸이 좀 피곤하긴 하지만 견디고 있어요”

한번 시작하면 짧게는 한달, 길게는 몇달씩 이어지는 공연에 피로함은 없냐고 묻자 전박찬은 “재미있어요. 그 순간이 좋아요”라고 생기를 드러냈다.

“무대가 매일 똑같을 수 없어요. 다 외웠다고 해도 똑같이 말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첫대사가 ‘오늘 엄마가 죽었다’인데 저는 아직도 그게 어려워요. 호흡이 매일 달라져요. 어떻게 하겠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고 오늘의 공기라는 게 생기는 거 같아요. 제가 조명 켜졌을 때 바로 대사를 못하거든요. 연출님도 뫼르소라는 인물이 그 대사를 하기까지 고통스러울 거 같다고 해주셨어요”
 

이제 무대에 오른 지 10년이 가까워 오는 배우 전박찬은 올해 TV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다. 탄탄한 작품성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양산한 tvN 드라마 ‘마더’에서 검사로 등장했다. 큰 타이틀은 아니었지만 좋은 경험으로 남았다.

“딱 세 시간 찍었어요. 대본에는 제가 혜나(허율 분)에게 질문하고 끝나는 거였어요. 대사 끝나고도 연기를 계속 하고 있어야한다고 들었어요. 감독님 디렉션은 없었고, 극 전개상 자영(고성희 분)의 태도가 어이가 없어서 바라봤거든요. 그 얼굴이 클로즈업 되서 나오더라고요. 주변 분들이랑 팬분들이 ‘에쿠우스’ 할 때 오셔서 방송 화면 캡쳐한 걸 보여주면서 시청했다고 해주셨어요”
 

영화가 대중적인 매체라면, 연극은 마니아층이 있는 문화다. 때문에 전박찬 정도의 배우들에게는 으레 팬이 있다. 주변에 팬이 많더라는 말에 전박찬은 수줍게 웃으며 “팬이 많지는 않아요”라고 말했다.

“분명 존재는 하지만, 누구나 팬이 있잖아요. 그 분들이 저를 왜 좋아해주시는 생각할 때가 있어요. 키가 크고, 잘 생기고, 연기를 미친듯이 잘하는 건 아니잖아요. 평범한 사람이 무대 위에서 무언갈 하고 있는, 그런 존재에게 호기심이 가는 거 같아요. 제가 연예인처럼 잘 생긴 배우였다면 사람들이 저한테 관심을 갖지 않았을 거 같아요”

전박찬은 두 번째 ‘이방인’을 통해 뫼르소의 또 어떤 이면을 마주했을지 궁금해졌다. 배우의 호흡 하나까지 느낄 수 있는 소극장이라는 공간의 매력, 그리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이방인’을 통해 올 여름 마지막을 물들여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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