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짧은 우붓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와얀에게 호텔에서 집으로 돌아가느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잘 됐다 싶어 공항까지의 택시비 정도를 주는 걸로 하고 짐을 실은 뒤 아예 공항까지 가기로 했다.

자스 부티크에서 Hospitality Service를 이용,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출발. 주홍색 석양이 내려앉는 하늘을 바라보며 15분 정도 달리다보니 어느 새 공항. 오후 9시20분 비행기라 카운터는 닫혀 있었다. 창구 직원에게 얼리 체크인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만 비용 처리 수하물이 있으니 짐을 붙여주겠단다. 당연히 발권도 해주고. 역시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말, 맞다.

출국 심사대를 통과해 면세구역 중식당에서 시중가의 2배인 저녁을 먹고는 콘센트가 있는 벽 쪽에 매미처럼 달라붙어 캔맥주를 마시며 인터넷 서핑에 몰입했다. 휴대폰 배터리가 빵빵해져서 탑승 게이트로 이동.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보딩 수속이 이뤄지질 않았다. 워낙 연착이 잦은 곳이라 그러려니 했으나 출발 20분 전까지도 감감 무소식. 화장실 다녀오는 길에 혹시나 해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게이트가 바뀌었을 거란다. 허걱! 이런 무책임한 항공사 좀 보소. 

따다다다다닥~화들짝 놀란 마음에 3명이 동시에 빛의 속도로 뛰었다. 환승이나 출국 시 해외 공항에선 이런 일이 왕왕 발생하니 방심해선 안 된다. 안내방송은 이어폰을 끼고 있거나, 영어에 능숙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다. 보딩 수속이 원활하지 않는다 싶으면 출발 시간 및 게이트 변동 여부를 직원에게 문의하거나, 출국편 타임테이블(전광판)을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가까스로 탑승, 3시간이 걸려 쿠알라룸푸르 KLIA2 터미널에 도착했다. 오전 8시 인천행 비행기라 환승시간이 너무 길 것 같아 미리 캡슐 호텔을 예약했었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에는 환승구역 내에 사마사마 익스프레스 호텔, 출국심사를 받고 나와 지하2층에 캡슐 바이 컨테이너 호텔이 있다. 캡슐호텔이 환승구역에 있는 줄 알고 규가 발리 면세점에서 잭 다니엘 1병을 샀는데 이런 된장!

두 숙소 모두 6·12시간 투숙 기준이며 2인일 때는 익스프레스 호텔, 혼자일 경우엔 캡슐호텔이 좀 더 저렴하다. 익스프레스 호텔은 일반 호텔과 같다. 반면 캡슐 호텔은 라커, 공용 화장실·샤워실(샴푸·샤워젤 구비)·라운지가 마련돼 있다. 체크인할 때 출입카드와 치솔·타월이 담긴 에코백을 건네준다. 온라인 예약 시 1인당 2만원이 넘는데 환불 불가. 피곤이 머리끝까지 차올랐으나 호텔 밖 편의점에서 스낵, 콜라를 사와 문제의 잭 다니엘로 대동단결.

캡슐에 몸을 구겨 넣은 뒤 선잠을 자다가 오전 6시30분 기상. 샤워 후 다시 입국심사. 몇 번째인지(여권에 KL 스탬프 그득)... 이번엔 정시에 에어아시아에 탑승했다. 한국에서 올 때 있었던 승무원 몇몇이 다시 눈에 띈다. 터프한 말레이시아 언니, 핵상냥한 한국 남자 승무원...에혀~6시간20분 후면 드디어 한국에 도착한다.

싱글남 3명이 함께했던 2016년 여름휴가 ‘발리에서 생긴 일’은 순 낚시성 제목이다. 우린 아무 일도 없었고, 특별한 해프닝 없이 여정은 끝났다. 다만, 정신없는 일상으로 돌아온 요즘도 허브와 라임 가득한 모히토의 새콤함과 신선한 망고주스의 달달함이 입안에 감돌곤 한다. 요걸 동력 삼아 다음 행선지를 구상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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