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의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법정물 ‘굿 와이프’(tvN 금토드라마)가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다. 탄탄한 극본에 섬세한 연출, 배우들의 눈부신 연기가 드라마의 품격을 높인다. 무엇보다 기존 드라마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영화 같은’ 장면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놀라움을 안겨준다.

 

1. 전도연 윤계상 ‘딥키스’

임신한 여성의 안락사 집행 사건에서 승소, 태아를 구할 수 있게 된 중원(윤계상)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혜경(전도연)에게 치매에 걸린 아버지에 대한 애증을 토로한다. 법대,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절친이었던 혜경은 중원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혜경에 대한 마음이 각별했던 중원은 갑자기 키스를 한다. 가벼운 입맞춤이 아닌 진한 키스에 시청자들의 심장은 ‘돌발’했다. 저녁 늦은 시간, 통창의 로펌 사무실 그리고 두 배우의 노련한 키스신은 19금 멜로영화를 보는 듯했다.

 

2. 전도연 유지태 ‘무릎신’

중원을 뿌리치고 귀가한 혜경은 서재에서 있던 남편 태준(유지태)에게 다가간다. 성상납 스캔들로 인해 파경 직전까지 간 뒤 소원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태준의 품을 파고들며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6회 엔딩 장면에서 유지태의 무릎 위에 올라타 옷을 벗기는 전도연의 연기는 도발적이고 관능적이다. 든든하게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이성 친구에 대한 흔들리는 마음과 남편에 대한 애증이 뒤섞인 심리가 뜨거운 호흡과 손길을 통해 고스란히 투영됐다.

 

3. 나나 ‘양성애자 캐릭터’

로펌 MJ의 조사원 김단(나나) 캐릭터는 원작에선 양성애자였다. 1회에서 김단이 누군가의 물건을 훔쳐나가는 모습 뒤로 침대에 벗은 채 잠든 여자의 뒷모습이 등장한다. 또한 국과수 직원에게 정보를 제공받고 하룻밤을 약속한다. 김단은 광범위한 인맥과 자신의 성적 매력을 활용해 고급 정보를 빼온다. 국내 드라마에서 양성애자(혹은 추정되는) 캐릭터가 등장한 점은 놀랍다. 특히 일을 위해 자신의 모든 능력을 공세적으로 활용하는 여성상은 새롭고 진취적이다. 성적 지향과 젠더적 문제의식이 드라마를 지배하는 양상이다.

 

4. 전도연 ‘100초 증언’

남편 태준의 보석심리에 증언석에 앉게 된 혜경은 최상일 차장검사(김태우)의 집요한 질문 공세에 답한다. “검사님이 제게 바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제 감정의 향방을 아는 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검사님은 저를 감정적으로 자극해서 남편을 깎아 내리길 바라시는 겁니까? 저는 이 자리에서 진실만을 말할 것을 선서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남편을 사랑하고 증오합니다. 제 감정은 불확실하나 확실한 것 하나는 남편이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저와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진심을 또박또박 전하며 검사의 유도심문을 한방에 날려버린 100초 대사는 몰입도를 최고치로 끌어 올렸다. 천만영화 ‘변호인’ 송강호의 법정신과 쌍벽을 이루는 장면이었다.

 

5. 유지태 ‘성상납 동영상’

재계와 검찰 비리를 좇던 태준은 섹스 동영상이 공개되며 성상납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구속 수감된다. 동영상 속에서 유흥업소 여성과 정사를 나누는 모습이 리얼하게 드러난다. 검찰 고위간부 및 재벌총수의 섹스 동영상 스캔들, 정치권의 녹취록 공개 파문이 잇따르는 가운데 드라마 속 소재는 충격적인 한편 극사실주의로 다가온다. 웰메이드 정치스캔들 영화를 연상케 한다. 정의와 비열함의 두 얼굴을 표현하는 유지태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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