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전유물이었던 ‘주부’ 타이틀이 남자들에게 붙기 시작한 지 꽤 됐다.

사실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이라는 말이 나오고 나서 수많은 남성 셀럽들이 요리를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여심 사냥에 나섰다. 호텔 레스토랑에 나올 듯한 요리를 선보이는 이도 있었고, 또 1인 가구로 오래 산 경력을 살려 자취생 요리의 달인임을 자체 인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부’라는 호칭이 붙는 남자들은 이런 ‘요섹남’ 대열에서 또 한 번 차별화된다. 일단 자녀를 둔 유부남들이 많고(물론 총각이라 해서 ‘주부’ 호칭이 붙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찾아보기 어렵다), 요리든 가사든 가족을 위해 애쓰는 모습으로 실제 ‘주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들의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이들이 내놓는 노하우 역시 호텔 요리처럼 호화스럽거나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게 기발하기보다는, 실제 살림으로 갈고 닦은 ‘실전 주부’의 것에 가깝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연히 집안일 참여도가 높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이들의 아내들은 여성들에게 ‘전생구국녀’라 불리며 부러움을 사고 있다. SNS와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중인 ‘전생구국녀’의 남편들, ‘O주부’ 4인의 활약상을 스캔한다.

 

★’O주부’의 원조, ‘백주부’ 

 

고기를 굽는 백종원. 사진=연합뉴스

‘백주부’ 백종원은 사실 ‘O주부’의 원조임에도 다루기에 조심스럽다. 워낙 많이 다뤄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주부’가 없었다면 그 뒤를 잇는 수많은 남자 주부들과 요섹남들 역시 없었을 것이기에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외식사업가 백종원은 ‘집밥 백선생’, ‘마리텔’, ‘백종원의 3대천왕’ 등의 방송으로 요리 실력은 물론 뛰어난 외식사업 노하우를 선보이며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3년 배우 소유진과 결혼할 때만 해도 백종원의 유명세가 더 높다고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소유진을 몰라도 백종원은 아는 사람들이 흔할 정도가 됐다. 대표적인 히트레시피로는 ‘만능간장’이 있으며, ‘집밥 백선생’ 등에서의 다양한 레시피를 모은 요리책을 비롯해 많은 저서가 있다. 모범적인 가정생활, 유능한 사업 능력, 일할 때는 철두철미한 냉철함 등 별다른 단점을 찾아볼 수 없는 ‘O주부’의 원조 격이다. 

 

★SNS와 아침방송 스타, ‘옥주부’

 

'옥주부' 정종철. 사진=KBS

‘옥동자’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은 개그맨 정종철은 결혼 뒤 ‘옥주부’로 변신했다. 하지만 ‘옥주부’가 본격적으로 인기 스타가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옥주부’의 인기 비결은 요리뿐 아니라 각종 살림 노하우를 다른 ‘주부’들과 공유하는 활발한 SNS 활동이다. 세 아이, 아내와 함께하는 살림과 일상을 가감 없이 공유하는 인스타그램은 11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갖고 있으며 자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역시 인기다.

여기에는 요리뿐 아니라 냉장고 정리법, 재료 손질과 저장법, 식기별 세척법까지 ‘실전 살림’을 하는 주부들에게 도움되는 노하우가 많다. 자신의 삶 자체를 콘텐츠화해 대성공을 거둔 좋은 사례다. 이를 바탕으로 아침 방송에도 출연해 살림법을 전수, 여성 시청자들을 공략했다. ‘백종원 만능간장’에 이은 ‘옥주부 만능간장’, ‘옥쯔유’가 대표 레시피이며 최근 홈쇼핑에선 ‘옥주부 돈까스’를 론칭하기도 했다. 

 

★100점 아빠+육아신 ‘기주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임요환(오른쪽)에게 육아 노하우를 전하는 기태영. 사진=KBS

상대적으로 요리보다는 육아 노하우에 더 초점이 맞춰진 남자 주부도 있는데, ‘기주부’ 또는 ‘기줌마’로 불리는 기태영이 그렇다. 최근 아내 유진이 둘째 딸 출산 소식을 전해, 이제 큰딸 로희를 포함해 두 딸의 아빠가 됐다. 기태영의 육아 노하우는 무엇보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돋보였는데, 돌쟁이 수준의 갓난 아이를 처음 돌보는 아빠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능숙한 모습으로 많은 ‘엄마’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다.

이에 힘입어 기태영은 아이 동반으로 극장에 올 엄마들을 겨냥해 2016년 아동 대상 애니메이션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 홍보대사로 발탁되기도 했다. 아쉽게도 예능 출연 외에는 ‘기주부’의 면모를 대외적으로 많이 보여주고 있지는 않으며, ‘슈퍼맨이 돌아왔다’ 역시 올해 초 하차했다. 육아 노하우가 많이 부각되며 요리 실력은 상대적으로 덜 조명됐지만, 요리 역시 수준급이며 바리스타 자격증도 갖고 있는 ‘능력자’이다. 

 

★'참바다'의 모델 포스 와이프, ‘차주부’

 

'삼시세끼 어촌편'의 차승원. 사진=tvN

tvN ‘삼시세끼 어촌편 2’가 종영한 지 어느덧 3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성 시청자들이 잊지 못하는 ‘주부’가 있으니 바로 ‘참바다’ 유해진의 안사람인 ‘차주부’ 차승원이다. ‘삼시세끼 어촌편’ 시즌 1과 2를 이끈 유해진과 차승원은 둘 다 남자 연예인임에도 다른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부부’ 콘셉트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

바깥 일과 만들기에 능숙하지만 ‘안사람’에겐 약한 유해진과, 고무장갑과 냉장고 바지 차림으로도 ‘모델 포스’를 발산하면서도 어디서 배웠나 싶을 정도의 현란한 요리실력을 가진 차승원은 어디에도 없는 콤비였다. 이러한 웃음 요소 외에도, 촬영 중이라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는 자녀들을 알뜰히 생각하고 실제 중년 아빠로서의 고뇌 또한 언뜻언뜻 표출하는 차승원의 모습이 남녀노소 시청자 모두의 마음을 울렸다.  

 

★사족: ‘O주부’ 남편을 갖고픈 여자들

결혼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본인의 남편을 ‘O주부’라고 부르고 싶어한다. 그러나 여전히 진심으로 ‘O주부’라 부를 수 있는 남편은 드물다. TV나 SNS 속 남자 주부들에게 열광하는 여성 시청자들의 모습은 남자도 요리와 집안일, 육아에 적극 참여하도록 바뀌어가는 시대상을 반영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남편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실제 남편과 다른 ‘판타지’라 해도, 남편도 함께 ‘O주부’들을 바라보다 보면 그 영향을 조금씩이나마 받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우리집 O주부’와 결혼해서 정말 행복하다는 ‘전생구국녀’들을 일상에서도 더 많이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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