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시간’(연출 장준호/극본 최호철)이 주인공 김정현의 하차로 난항을 겪게 됐다. 26일 소속사 오앤엔터테인먼트 측이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김정현의 중도하차를 밝혔다.
 

소속사 측은 김정현이 그간 작품에 누가 되고 싶지 않다는 강한 의지로 치료를 병행하며 촬영에 임해왔다고 전했다. 심적, 체력적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에 따라 제작진과 논의 끝에 하차까지 이르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정현은 현재 섭식장애와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현 이전에도 불가피한 이유로 드라마에서 중도하차한 배우들은 존재했다. 구혜선은 ‘당신은 너무합니다’ 6회만에 아낙필라시스로 인해 하차했다. ‘불어라 미풍아’에 출연했던 오지은 역시 부상으로 인해 중도하차하며 아쉬움을 남겼었다.

그러나 이번 김정현 사태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결이 다르다. 드라마 첫 방송을 앞두고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정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질의에 임하며 무성의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뿐만아니라 상대 배우인 서현이 포토타임에 팔짱을 끼려고 하자 이를 거부해 태도 논란이 일었다.
 

진행을 맡은 한석준 아나운서가 다소 싸늘해진 장내 분위기에 “캐릭터에 몰입한 것이냐, 기분이 안 좋은 것이냐”는 질문을 했을 정도로 당시 상황은 좋지 않았다. 김정현은 이에 “촬영을 할 때나 안 할 때나 모든 삶을 천수호처럼 살려고 노력 중이다. 잠자는 순간에도 순간순간 김정현이라는 인물이 나오지 않도록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런 과몰입 탓이었을까. 김정현은 제작발표회 이후부터 정신과 상담을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바쁜 촬영 스케줄에서 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식사를 챙기지도 못했다. 현재 ‘시간’에서 대부분의 분량을 서현과 김정현이 담당하고 있는 것을 미루어볼 때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는 것을 수긍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도 마찬가지다. ‘시간’은 김정현의 첫 공중파 주연작이다. 그가 강한 의지로 지금까지 촬영장에서 버텨온 이유 중에는 분명 이런 이해관계도 있었을 터. 특히나 제작발표회 태도 논란을 연기력으로 이겨내며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한 번의 잡음은 제작진과 해당 배우에게 부담이 컸다.
 

32부작 기획 드라마가 16회까지 방송된 상태에서 남자주인공을 교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작진 측은 현재 후임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대본 수정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직장인도 아프면 휴가계를 내거나 월차를 내고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현장의 스태프들이 화면에 노출되는 배우와 극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드라마 환경을 직장인의 상황에 대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신적, 체력적인 부담을 자의적으로 조절할 수 없다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김정현이 보여준 ‘프로’답지 못한 태도가 이 사건과 충돌하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건강이 먼저’라는 팬들의 주장은 합당하다. 하지만 드라마 한편에 들어가는 물적, 인적 자원을 생각했을 때 김정현의 하차가 작품 전체에 얼마나 큰 데미지를 입혔는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소속사 측의 말대로 김정현은 버텨왔다. 그러나 정말 작품을 위한다면 빠른 판단을 내리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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