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때때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26일의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많은 드라마가 탄생했다. 

영화와도 같은 ‘남북단일팀’의 첫 금메달 소식이 있었고, ‘정규군’ 남자농구 5대5 국가대표팀 에 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남자농구 3대3 국가대표팀의 은메달 역시 감동을 자아냈다. 

‘임신하는 꿈’을 꿨다고 고백하며 한국 육상에 8년 만의 금메달을 안긴 정혜림은 꿈이 무색하게 완벽한 복근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스포츠클라이밍에서는 ‘암벽 여제’ 스타인 김자인의 머리에 묶인 ‘세월호 추모 노란 리본’이 터져나온 메달 소식만큼이나 눈길을 끌었다.

 

★카누 용선 여자팀, 국제종합대회 사상 첫 ’남북단일팀’ 금메달

 

카누 용선 여자 남북단일팀(맨 위)이 26일 500m 결선에서 금메달을 따고 환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화제를 모았던 여자 아이스하키를 비롯해 ‘남북단일팀’은 늘 국내 팬들의 눈길을 모을 수밖에 없는 카드였다. 그러나 화제성에 비해 떨어지는 성적이 나오면 ‘급조된 팀’, ‘이벤트용’이라는 뒷말을 듣기도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카누 용선 여자 남북단일팀은 26일 500m 결선에서 2분24초788로 2위 중국(2분25초092)을 따돌리고 국제종합스포츠대회 사상 처음인 빛나는 금메달로 이런 말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전날 용선 여자 200m에서 이미 동메달을 따내며 단일팀 최초의 메달을 수확하고 하루 뒤다. 시상식에서 ‘아리랑’이 연주되고 한반도기가 올라가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3대3 남자농구 대표팀, ‘완소’ 은메달…여자팀 8강에서 ‘아쉬운 퇴장’

 

3대3 남자농구 한국 대표팀의 박인태 안영준 김낙현 양홍석(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허재 감독이 이끄는 5대5 남자농구 대표팀과 남북단일팀으로 뛰는 여자농구 대표팀에 비해 관심 밖이던 3대3 농구 대표팀이 소중한 은메달을 수확했다. 3대3 농구 남자 대표팀은 26일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18대19로 아쉽게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목도는 떨어졌지만 조별리그 4전 전승, 8강전인 카자흐스탄전, 태국과의 준결승을 모두 거치고 올라온 결승전이었는데, 연장전까지 가며 석패했다. 아마추어들이 많이 출전하는 3대3 농구인 관계로, KBL과 WKBL의 프로 선수들임에도 5대5 대표팀처럼 많은 스태프가 주어지지 않았고 야외에서 뛰어야 하는 경기 특성상 열악한 환경을 딛고 훈련해야 했다. 여자대표팀 역시 비슷한 상황에서 분투했지만, 같은 날 8강전에서 대만에 11대15로 패하며 아쉽게 퇴장해야 했다. 

 

★’30대 허들여신’ 정혜림, 8년 설움 날린 금메달…’완벽 복근’ 눈길

 

'허들 여신' 정혜림이 여자 100m 허들 금메달 획득 후 태극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육상에서 오랜만에 금맥이 터졌다. ‘30대 육상퀸’ 정혜림이 여자 100m 허들 결선에서 13초20으로 2위 노바 에밀라(인도네시아, 13초33)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인천 대회에서 ‘노골드’였던 한국 육상이 8년 만에 따낸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정혜림 개인적으로도 이번 금메달은 매우 의미가 있다. 그는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선 예선 탈락했고 설욕을 다짐했던 2014년 인천 대회에선 4위로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이번에는 자신의 개인최고기록 13초04에 못미쳤지만, 금메달로 한풀이를 제대로 했다.

만 31세인 정혜림은 육상 장대높이뛰기의 김도균 코치를 남편으로 둔 유부녀 선수다. 경기 이후 “임신하는 길몽을 꿨다”고 말한 정혜림은 ‘꿈’의 내용과는 달리 훈련으로 다져진 ‘강철 복근’으로 네티즌들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암벽여제’ 김자인, 세월호 추모 리본 ‘메달만큼 시선집중’

 

'암벽 여제' 김자인이 머리에 세월호 추모 리본을 달고 콤바인 경기를 치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 스포츠클라이밍도 26일 남녀부 모두 메달 소식을 전했다. 사솔과 김자인이 여자부 콤바인 결승에서 나란해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냈고, 천종원이 남자부 콤바인에서는 금메달 사냥에 성공했다. 이 중 가장 대중에게 친숙한 선수는 ‘암벽여제’로 알려진 김자인이다. 김자인은 메달 소식과 함께 머리에 단 노란 리본으로도 시선을 모았다.

2016년부터 계속 머리에 노란 리본을 달고 경기를 하는 김자인은 자신의 방식으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고 있다. 스피드, 볼더링, 리드의 3종목을 모두 겨루는 스포츠클라이밍 콤바인은 아직 많이 대중화되지 못했지만, 이번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에 이어 2020년 도쿄올림픽 정식종목이어서 앞으로의 성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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