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두 전현직 기업인의 ‘갑질’과 ‘부도덕’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시끄러웠다.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과 함승희 전 강원랜드 사장이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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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서울대 법학과 출신에 검사를 거쳐 기업인이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윤 회장은 1984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지방검찰청, 부산지방검찰청 검사로 95년까지 근무했다. 이후 검사복을 벗고 인성정보 대표이사 사장으로 변신했다. 대웅제약 창업주 윤영환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인 그는 곧 대웅제약에 입성해 부사장, 사장, 부회장을 거쳐 2014년 9월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다.

함승희 전 사장은 80년 사법시험에 패스한 뒤 82년부터 서울지방검찰청 특수부, 대검찰청 중수부 검사로 명성을 떨쳤다. 이후 변호사, 국회의원을 거쳐 2014년 12월 공기업인 강원랜드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27일 공개된 윤재승 회장 폭언 및 욕설 녹취파일에는 직원들의 보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신병자 XX아니야. 왜 그렇게 일을 해. 미친 XX네” “정신병자 X의 XX. 난 네가 그러는 거 보면 미친X이랑 일하는 거 같아” “병X, 쓰레기 XX, 잡X” 등 욕설이 빼곡하다. 윤 회장은 공식적인 사내회의 중에도 직원들에게 “개XX” “(자신의 집무실이 위치한 6층에서) 뛰어내려라” 등의 막말을 한 것으로도 밝혀졌다.

윤 회장의 인격모독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2~3년간 회사를 떠난 직원이 1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 측은 이날 사과와 자숙의 의미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함 전 사장은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 시절 1년간 조직 폭력배 280명을 구속하여 이름을 날렸다. 이후 1988년 새마을 사건 비리로 전두환의 동생 전경환을 구속했으며 90년 밀수품을 애용해온 고위층 부인 200명 소환조사, 93년 동화은행 비리, 5공과 6공비리, 대선 비자금 수사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도맡은 전직 스타 검사였다.

변호사로 변신한 함 전 사장은 이후 김대중 정부 때 정치에 입문했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 공천을 받아 16대 국회의원이 됐다가 2007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설득으로 민주당을 탈당해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다. 2008년 4월 총선에서 친박연대 공천심사위원장과 최고위원을 지냈고, 그해 5월 박근혜 싱크탱크로 불린 ‘포럼 오래(오늘과 내일)’를 만들었다. 강원랜드 대표이사에 취임하고 나서도 내부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섰다.

그런데 27일 보도된 그에 대한 의혹은 기함을 토하게 한다. 강원랜드 대표에 취임한 뒤 3년 동안 정선 및 강원도가 아닌 서울에서 636차례 법인카드를 사용했는데 절반에 가까운 314건을 포럼 오래 사무국장인 30대 여성 손 모씨가 사는 방배동 서래마을 빵집, 과일가게, 카페, 식당, 유기농 매장 등에서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해외출장에도 수차례 동행했다. 또한 경향신문에 따르면 함 전 대표는 비서를 일요일에 불러내 아들이 먹고 싶은 역삼동 ‘쉑쉑버거’를 사오게 하고, 손씨의 반려견을 돌보게 하는 등의 '갑질'을 했다.

학교와 법조인 경력 외에 둘의 소름 끼치는 공통점은 그릇된 특권 의식이다. 타인들의 부패에는 법과 정의의 엄정한 칼날을 들이댔음에도 스스로에 대해선 '무한 관용'이었던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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