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U-23 대표팀이 베트남을 3-1로 기분 좋게 누르고 아시안게임 결승전에 올랐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늘(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강전을 치렀다.

이날 김학범 감독은 베트남전 4-2-3-1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이번 대회 5경기 8골이란 쾌조의 골감각을 보이고 있는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섰다. 이어 이승우(베로나),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잘츠부르크)이 원톱의 뒤를 받치고 허리는 김정민(리퍼링)과 이진현(포항)이, 수비에는 김진야(인천), 김민재(전북), 조유민(수원FC), 김문환(부산)이 자리했다.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대구FC)가 꼈다.

경기 초반 베트남은 막강한 한국의 창을 막기 위해 텐백 시스템을 가동했다. 수비진영과 공격진영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고 한국 선수들이 공을 소유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황의조-이승우-손흥민의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마크하며 왜 이번 대회 유일한 무실점을 마크하고 있는지를 증명해냈다. 또한 선수비후 판 반 둑, 응우옌 안 둑을 내세운 역습도 날카로웠다.

한국은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경기를 압도했지만, 베트남의 근성에 경기 운영을 쉽게 풀어나가진 못했다. 그러나 전반 6분 황의찬이 미드필드 진영에서 멋진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벗겨내며 드리블을 쳤고, 날카로운 골감각의 황의조에게 패스를 찔러 넣었다.

그러나 황의조가 상대의 밀집 수비에 막혀 흔들리는 사이 공이 뒤로 흘렀다. 공격 실패가 임박한 듯 보였지만 뒤에서 빠르게 달려오던 이승우가 흘러나온 공을 왼발로 강하게 때려 베트남의 골문을 흔들었다.

하지만 첫 골 이후 한국은 서두르지 않고 숨을 고르며 조금씩 베트남 수비진을 압박했다. 경기장을 넓게 활용하며 베트남의 체력을 소비하게 만들었다. 웅크려 수비하다가도 황희찬, 이승우, 김진야 등 빠른 발을 가진 선수들이 재빠르게 역습하며 골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자 답답해진 베트남은 거칠어 졌다. 전반 14분 상대 수비수 부 반 탄이 빌드업하던 김진야의 발을 차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고, 18분엔 도 두이 만이 황의조에게, 22분엔 팜 쑤안 만이 황희찬의 거센 공격을 거친 파울로 끊어냈다.

쉴 새 없이 베트남을 몰아치던 대표팀은 전반 27분 이진현이 손흥민에게, 그리고 손흥민이 침투하는 황의조에게 정확히 킬패스를 찔러 넣었다. 단숨에 찾아온 1대 1 찬스를 황의조는 놓치지 않았다. 페널티 에어리어 중앙에서 오른발로 강하게 때려 추가 득점을 올렸다. 2-0으로 한 걸음 더 달아나는 골이자, 황의조의 이번 대회 9번째 골이다.

2-0으로 여유를 가질 법 했지만, 한국 대표팀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지난 우즈베키스탄 전에서 2-1로 앞서다가 2-3로 역전 당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 듯 보였다. 전반 33분 손흥민의 프리킥, 37분 황희찬의 오프사이드 등 좋은 모습을 꾸준히 만들어 냈다. 지난 조별 예선 등에서 보여줬던 답답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경기력이었다. 전반은 그대로 2-0으로 마무리 됐다.

하지만 계속 된 강행군에 떨어진 선수들의 체력과 베트남의 거친 플레이가 문제였다. 이승우, 손흥민 등 에이스 선수들이 이따금씩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전반 내내 베트남은 파울 10개, 대한민국의 4개에 비해 거의 3배나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잠깐의 휴식 후, 후반 시작과 동시에 양팀은 거세게 공격을 퍼부었다. 정신을 차린 베트남은 후반 3분 판 반 둑의 강력한 왼발 슛을 시작으로, 5분 팜 쑤안 만의 중거리 슛 등 좋은 슈팅 장면을 만들어 내며 전반과 확연히 달라진 움직임을 보였다. 한국은 경기 시작 50분만에 처음으로 수세에 몰렸다.

이 분위기에 반전을 만들어낸 건 이승우였다. 후반 9분, 이승우가 중앙선 부근에서부터 드리블해 페널티 아크까지 몰고 왔고, 쇄도하던 황희찬에게 패스했지만 상대 골키퍼에 막혀 공은 왼쪽으로 흘렀다. 날랜 몸놀림의 이승우는 흘러나온 공을 놓치지 않고 차 넣어 또 한 번 추가골을 기록했다. 수세에 몰린 대한민국의 분위기를 단숨에 바꾼 플레이였다.

그러나 베트남도 저력이 있는 팀이었다. 후반 24분, 나상호가 코너킥 공을 걷어내려다 상대를 가격하는 비신사적 행위로 경고를 받은 건 물론, 페널티 지역 왼쪽 중앙에서 프리킥을 내줬다. 이를 오른발 슈팅이 좋은 베트남 미드필더 쩐 민 부옹이 골문 구성을 정확히 노리는 슈팅으로 ‘철벽’ 조현우를 뚫었다.

2골 차로 쫓긴 상황에서도 김학범 감독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앞서 후반 13분 전경기 선바로 뛰었던 황의조를 나상호와 교체해줬고, 골을 먹힌 직후인 후반 26분엔 손흥민을 수비수 이시영과 교체해줬다. 수비를 두텁게 해 더 이상의 실점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이고, 또 다가오는 결승전을 노리는 선수 기용이다.

손흥민-황의조, 두 와일드카드 에이스가 교체 아웃되자 베트남은 힘을 냈다. 베트남 특유의 패스 플레이가 살아났다. 후반 30분 응우옌 안 둑이 날린 헤딩이 크로스바를 넘어간 데 이어, 후반 33분 콩 푸엉이 김정민-이시영을 뚫고 날린 슈팅, 조현우의 선방에 막혔지만 37분 판 쑤안 만의 왼발 슛 등은 수비수들의 심장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 어느 새 슈팅 개수도 4-8로 베트남이 한국을 앞섰다.

하지만 우리 수비수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체력적으로 많이 지칠 법한 후반 40분 이후에는 베트남의 유효슈팅을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는 그렇게 3-1로 대한민국의 승리로 마무리 됐다.

이로써 결승에 진출하게 된 대한민국은 일본-아랍에미리트의 대결 승자와 오는 9월1일 저녁 8시30분 금메달을 둔 한 판 승부를 벌인다.

사진=연합뉴스